바이든은 왜 올해도 윤석열 아닌, 기시다부터 만날까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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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4-09 10:51 조회73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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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왜 올해도 윤석열 아닌, 기시다부터 만날까
- 김진호 에디터
- 승인 2024.04.05 13:37
미일 10일 정상회담…한국 빠진 자리서 한반도 논의
기시다 ,바이든에 "납치자 문제 해결 협력 당부할 것"
주일미군-자위대 지휘 시스템 조정, 일 오커스 참여
작년 한미일 정상회의, 올핸 미·일·필리핀 정상회의
3국 회의선 ‘대만해협 유사시’ 군사협력 핵심 의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한민국의 대미, 대서방 정상외교는 일본에 한 박자 늦게 발을 떼고 있다. 단순히 순서상의 뒤짐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이 짜놓은 구도에 발을 담근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특히 동아시아 안보 지형과 관련해 미·일의 발자국을 되밟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의 4·10 총선과 겹친 미·일 정상회담
우리의 4·10 총선일은 워싱턴에서 동아시아 안보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날이기도 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0일 미국을 공식방문(Official Visit), 국빈만찬과 미·일 정상회담, 미·일·필리핀 3자 정상회의 등의 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4·10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한 것은 지난 1월 25일. 양국 정상이 자유롭고 개방된, 안전하고 번영하는 인도 태평양 지역과 세계에 대한 공동 비전을 한층 진전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방점은 인도·태평양 두 바다의 안보에 놓여 있다. 양자 정상회담이 3자 정상회의로 확대된 게 그 방증이다. 기시다 총리의 방미는 사실상 국빈방문에 준하지만, 일본과 영국 등 입헌군주제에서는 군주가 국빈방문(State Visit)의 대상이다. 첫 발표에 없던 기시다의 연방의회 연설도 추가됐다.
3월 18일 장피에르 대변인은 다시 성명을 내고 4·11 미·일·필리핀 정상회의 일정을 발표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양자동맹은 한국과 일본, 필리핀, 태국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중 두 나라를 선택해 3국 정상회의를 갖는 것이다. 백악관은 3국 정상이 포괄적 경제성장과 신기술, 청정에너지 공급망 및 기후변화 협력과 함께 인도‧태평양과 세계 평화와 안보를 촉진하는 3자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순서상 미·일 정상회담 하루 뒤 3자 회의가 열린다. 미·필리핀 정상회담이 열리는 11일 기시다는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한다. 미·일 정상회담과 '제3국'과의 3자 회의의 순서는 작년과 비슷하다. 한국이 필리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1·13 미·일 정상회담-4·26 한·미 정상회담-8·18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순이었다. 올해 한·미·일 정상회의는 오는 7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다. 백악관이 발표하는 주요 정상회담 일정은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한다.
한미일 정상회의는 7월에나
작년엔 기시다 총리가 방미 한 달 전 국가안보전략·국방전략·중기(2023~2027) 방위력 정비계획 등 3개 안보문건을 승인하고 미국과 대좌했다. 일본의 안보 청사진을 완결지은 뒤 미·일 간 동아시아 안보의 밑그림을 함께 그린 것이다. 한국은 그다음 참여했다.
한국의 핵개발 포기와 미국 전략핵무기의 정기적인 한반도 방문,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골자로 한 4·26 '워싱턴 선언'을 내놓은 뒤 8·18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 이를 확장했다. 미·일의 밑그림에 '한국'을 끼워넣은 뒤 다시 3국 정상회의에서 확인하는 순서였던 것이다. 올해 한국 대신 필리핀이 들어간 것은 미국의 방점이 양안 전쟁 대비에 있음을 말해준다. 이는 일본이 2013년 북한→중국 순으로 두었던 위협순위를 2022년 말 중국→북한→러시아로 조정한 것과 아귀가 들어맞는다.
백악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상회담 파트너로 한국을 후순위에 둠으로써 미·일 간 먼저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북핵 위협과 한국의 역할은 이미 기정사실(fait d'affaire)로 간주하고 있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의제를 내놓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일 입장에서 '힘에 의한 평화'와 '즉·강·끝'을 외치면서 '최전방 국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한국과 굳이 먼저 마주앉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선군정책'을 심화해 왔다. 한·미 합훈만 질적, 양적으로 확대한 게 아니다. 대만을 중심으로 남북쪽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미국은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 루손섬에 4개의 군사기지를 추가로 임차했다. 작년 4월 11~28일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실시된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연합연습 '발리카탄'은 양국 군에서 1만 7600여 명이 동원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10월에는 대만 오키드 제도 인근 해역에서 미 해군 및 해병대와 필리핀, 호주, 프랑스, 일본, 캐나다, 영국군이 참여한 '사마 사마 2023' 훈련을 가졌다.
미·일·필리핀 대만전쟁 대비한 3자 동맹
미·일 양국 군은 10월 일본 내 19개 훈련기지에서 육·해·공 '레졸루트 드래곤' 훈련을 치렀다. 올해 2월에는 유사시 대만해협 분쟁에 대비하는 '아이언 퍼스트' 훈련을 한 데 이어 호주 해군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연합연습을 벌였다. 2006년부터 미국에서만 실시해 온 아이언 퍼스트를 일본에서 한 것은 처음이다.
백악관이 올해 미·일, 미·일·필리핀 정상회담을 기획한 것은 이러한 동아시아 군사력 증강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열세를 못 벗어나고 있는 바이든이 촌각을 쪼개 연속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그만큼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적인 의제에 쏠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5만 4000명의 주일미군과 자위대 간에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휘통제 시스템을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한미연합사와 유사한 '미일연합사' 창설 전망(파이낸셜 타임스)도 나온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3일 기시다의 방미에 대해 "미·일 협력 관계를 현대화하고 격상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역사적인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캠벨 부장관은 워싱턴 신미국안보센터 대담에서 일본이 미·영·호주 동맹(AUKUS·오커스) 합의의 두 번째 기둥(pillar)에 참여하는 문제가 진전이 있다면서 올가을 협력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커스 기둥 1은 호주에 대한 핵추진 잠수함 제공이고 기둥 2는 해저, 양자기술, 인공지능과 자율무기, 사이버, 극초음속과 대 극초음속, 전자전, 국방혁신, 정보공유 등 8개 첨단역량을 공동 개발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한국이 열심히 155㎜ 포탄을 찍어내는 동안 일본은 오커스와 첨단 무기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다.
미·일 사이에서 '기정사실' 된 한국
주목되는 것은 한국이 빠진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가 거론된다는 점이다. 기시다는 산케이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공통 인식을 근거로 미일, 한미일 간 긴밀히 협력해 대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기시다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대화에 바이든의 협력을 구했다는 것도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역시 미·일 정상의 결정에 따라 올 한국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7월 워싱턴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나 전해들을 내용이다. 올해 수정, 보완할 동아시아 안보 구도 역시 미·일 정상이 한바탕 논의를 한 뒤에 전달받게 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소통보좌관은 3일 전화 회견에서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 "(미일)양자 협력뿐 아니라 한미일 3각 협력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3각 협력 방안 역시 한국이 없는 자리에서 논의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기정사실'이 된 한국의 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