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한국에 화해 손짓했지만…관계 복원은 윤석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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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6-07 14:18 조회70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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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한국에 화해 손짓했지만…관계 복원은 윤석열에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4.06.06 18:55
"무기 공급 안해 대단히 감사…협력 준비돼"
윤석열, 수교 이후 최악의 한·러 관계 '자초'
'글로벌 중추국가' 내걸고 '남의 전쟁' 개입
윤, 취임 2년 회견서 "살상 무기 지원 안해"
푸틴 "누가 좋아하든 말든 북한 관계 발전"
윤, 시진핑 화해의 손 뿌리쳐 1년 넘게 냉랭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일을 할 때 어떠한 러시아 혐오적(Russophobic) 태도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분쟁 지역에 어떠한 무기 공급도 없다. 우리는 이에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highly appreciate)."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한국에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푸틴 "무기 공급 안 한 한국에 대단히 감사"
"우리 채널 열려…한·러 협력 지속할 준비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5일 현지에서 열린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 간담회 자리에서다. 푸틴 대통령은 '현 지정학적 여건에서 한·러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이렇게 답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를 구하려고 접근하는 것도 알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현재 무역과 경제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지난 수십 년간 달성한 관계 수준을 부분적으로라도 유지해 미래에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푸틴은 또한 "오늘날 유감스럽게도 한국이 우리 협력의 여러 분야에서 특정 문제들을 만들어 애석하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타스는 러시아판에서는 한국이 문제를 만들었다고 전했지만, 영어판에서는 "특정 문제들이 만들어졌다"라며 문제를 일으킨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푸틴은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협력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선택이 아닌 한국 지도부의 선택"이라며 "우리 쪽에서는 채널이 열려 있고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작년 12월 이도훈 주러시아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러시아와 한국의 협력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파트너십 궤도로 복귀할지는 한국에 달려 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던 발언보다 훨씬 진전됐다.
푸틴 "우리 선택 아닌, 한국 지도부의 선택"
윤, 취임 2년 회견서 "살상 무기 지원 안해"
이날 푸틴의 한국 관련 발언을 뜯어보면 △ 한·러 관계에 문제를 만든 건 한국이다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를 구하려고 한국에 접근 중이다 △ 그런데도 한국이 무기 공급은 하지 않고 있어 높이 평가한다 △ 미래의 관계 복원을 위해 '35년 관계'의 일부라도 유지하며 더는 악화시키지 말자 △ 러시아는 대화·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 관계 복원 여부는 한국 정부의 선택에 달렸다 등이 그 골자다. 연합뉴스 대표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나온 것이지만, 현재의 한국과 한·러 관계에 대한 푸틴의 생각이 어떠한지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
이런 푸틴의 메시지는 지난 5월 9일 취임 2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와 좀 서로 다른 입장, 불편한 관계에 있지만 가급적 원만하게 관리해나갈 것"이라면서 "우리는 공격용 살상 무기는 어디에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그런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임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 있다. 또한 본인이 누차 밝힌 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제공이 한국이 넘어선 안 되는 '레드 라인'임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측면도 있다.
윤석열, 수교 이후 최악의 한·러 관계 '자초'
'글로벌 중추국가' 내걸고 '남의 전쟁' 개입
양국 관계를 1990년 9월 한국-소련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 주된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70여 년의 남북 분단과 군사 대치로 제 코가 석자이면서도 '글로벌 중추국가'와 '가치 외교'를 내세우며 오지랖 넓게 '남들의 전쟁'에 끼어들어 우크라이나 편을 과도하게 지원해온 게 사실이다.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한국 입장에서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 동참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방미를 앞두고 작년 4월 19일 진행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이나 대량학살 또는 전쟁법의 심각한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이 우크라에 인도적, 재정적 지원만 제공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해 '살상 무기' 제공 용의를 거론한 것이나, 7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해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생즉사"를 인용하며 우크라이나와 함께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는 주장한 것은 러시아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인도적, 재정적 지원에 함께 155㎜ 포탄을 미국과 폴란드를 통해 우회 지원하는 정도로 그치고 살상 무기 직접 지원이란 '레드 라인'만 남은 형국이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경제적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핵·미사일 프로그램 등 북한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중국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존재란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미·러 적대적 대치애 한·러 관계 복원 난관
윤, 시진핑 화해의 손 뿌리쳐 1년 넘게 냉랭
한·러 관계의 복원 여부는 푸틴이 내민 손을 윤 대통령이 맞잡을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어렵다. 미국-러시아 관계가 '적대적'인 상황에서 윤 정부의 대러 관계 복원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주러 대사를 지냈던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4월 27일 KBS 대담에서 우크라 전이 끝나고, 국제정세 블록화의 가속화나 아주 심각한 새 외생변수 발생이 없을 때, 러시아가 공세적 대외정책을 계속 취하지 않을 경우란 전제하에 "한·러 관계 개선 가능성이 좀 있다"고 말해 한·러 관계 복원이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번에 윤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두고 보면 된다. 이와 관련해 되돌아볼 일이 있다. 역시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관계가 최악이었던 작년 4월 12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LG 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기지를 직접 찾아 '한·중 우의'를 강조하면서 화해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1주일 후 문제의 로이터 인터뷰에서 중국-대만 갈등에 양자 간의 이슈가 아니라면서 "힘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 때문에 일어나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더불어 그런 변화에 절대 반대한다"라고 주장해 시 주석이 내민 손을 뿌리쳤다.
그 이후 지난달 26~27일에서야 한중 정상회의, 27일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했을 정도로 한·중 관계는 1년 넘게 파탄 직전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리고도 최근에 한·미·일 3국이 외교차관협의회(5월 31일)와 국방장회회의(6월 2일)에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공동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또다시 중국을 거센 반발을 샀다. 특히 주한중국대사관은 "한국 측이 중국측 결연한 반대에도 미국, 일본과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왈가왈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한국 측에 외교적 항의를 했다.
간담회에서 푸틴은 일본에 대해선 냉랭한 태도를 보여 한국과 일본에 '분리' 대처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위기에 일본이 개입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지금 이 시점은 러·일 간 평화조약 대화를 지속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를 위한 시도에 동참하겠다는 일본의 발표가 대화에 장애물이 안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한 뒤 "우리는 대화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무엇보다 일본 측에 의해 적절한 조건이 만들어질 때만 가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푸틴 "누가 좋아하든 말든 북한 관계 발전"
북한 문제 근본 원인으로 미국 위협 강조
한·미·일이 강도 높게 비난하는 북한과의 협력에 대해서 푸틴은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든 말든 우리의 이웃인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다"라고 말해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위협이 근본 원인이란 기존의 스탠스를 재확인하고, 북한을 두둔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그들(북한)은 위협받고 있으며 그래서 대응하고 있다. 내 생각에 위협이 없다면 그 핵 이슈는 점차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줄곧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들이 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푸틴은 "내가 보기에 북한은 미국을 포함해 협상할 태세가 돼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나는 이런 열망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회담들의 동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더구나 (핵)실험을 하지 않고 심지어 핵실험장을 해체하기로 합의했다. 그들은 동의했을 뿐 아니라 그걸 실행했다. 그들이 그 대가로 받은 건 무엇인가. 미국은 이들 협정을 일방적으로 위반하고 노골적으로 위반했다. 그러자 당연히 북한은 이 합의에서 걸어 나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9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 답방 차원에서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관련해선 푸틴은 경제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훈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군사훈련을 포함해 그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당분간의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