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에 퇴짜 맞은 윤석열의 '글로벌 중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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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6-14 09:48 조회32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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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에 퇴짜 맞은 윤석열의 '글로벌 중추국'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4.06.14 07:55
주요 '지역 강국' 대거 초청…우크라·가자 논의
미국 ·일본 과도하게 추종해 제 목소리 잃은 탓?
스위스서 열릴 우크라 평화정상회의도 일본만
G7, 러 동결 자산 활용 500억 달러 우크라 지원
러 "범죄…EU에 매우 고통스러운 일 될 것"
"서방 권력 과시라기보단 최후의 만찬 같아"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는 동안, 미국과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주요 선진 7개국(G7) 정상들이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의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 모였다.
주요 '지역 강국들' 대거 초청…우크라·가자 논의
멜로니 "G7, 방어해야 하는 폐쇄적 요새 아냐"
이 자리에는 또한 이번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초청을 받아 아프리카를 포함한 주요 대륙의 '지역 강국들'도 대거 참석했다. 아프리카에선 아프리카연맹(AU) 의장국인 모리타니와 알제리, 튀니지, 케냐, 아시아에선 인도, 중동에선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튀르키예, 남미에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유럽에선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등 10개국이 넘었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초청됐지만, 국내 사정으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인공지능(AI)과 관련한 세션에서 연설한다.
이에 대해 멜로니 총리는 "G7은 다른 국가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폐쇄적인 요새가 아니다"라며 "이것은 가치의 그릇이며 우리는 공동의 발전과 성장을 목표로 전 세계에 개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방의 부자 나라들이 끼리끼리 모여 글로벌 무역과 국제금융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며 서방의 이익만 추구하는 클럽이란 비판을 의식한 말이다.
문제는 틈만 나면 '글로벌 중추 국가'를 내세운 윤석열의 한국이 아예 초청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미국 주최 회의에 처음으로 초청된 뒤 2021년 영국, 2023년 일본 히로시마 회의까지 모두 세 차례 옵서버(참관국)로 초청받았다. G7 가입을 겨냥한 'G7 플러스 외교'까지 떠벌여온 윤 정부엔 체면을 몹시 구기는 일이었다.
G7 정상회의에 퇴짜 맞은 '글로벌 중추 국가'
미국, 일본 과도하게 추종해 제 목소리 잃어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외교 실패가 아니냐"고 다그치자 대통령실은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G7 정상회의 초청국은 매년 의장국의 관심 의제에 따라 선정됐다"며 "올해 의장국인 이탈리아는 자국 내 이민 문제와 연결된 아프리카·지중해 이슈 위주로 대상국들을 선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이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초청받은 나라들 면면을 보면, 아프리카와 지중해 국가들뿐 아니라, 아시아·중동·남미 국가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은 궁색하다. 물론 의장국인 이탈리아는 자국의 핵심 국가안보 이슈인 이주민과 인신매매, 기후위기 등 '아프리카와 지중해' 문제를 주된 의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에선 또한 △ 우크라이나 지원 △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등 중동 문제 △ 중국의 과잉생산 △ 경제 안보와 인도·태평양 △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위험 및 관리와 관련한 국제협력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공언대로 '글로벌 중추국가'라고 한다면 한국은 이번 회의에도 초청받았어야 했다. 윤석열의 한국이 매사에 미국, 일본을 추종하다 보니 급속도로 자기 목소리를 잃게 되고, 의장국 이탈리아로선 그런 변수가 못 되는 나라를 세계질서를 논의하는 자리에 굳이 따로 초청할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
스위스서 열릴 우크라 평화정상회의도 일본만
한·러 관계 파탄 무릎 쓰고 밀었지만 푸대접
다른 사례도 또 있다. 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5일부터 이틀간 스위스에서 우크라이나 평화 방안을 논의하는 첫 '세계평화 정상회의'가 진행된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G7에 이어 우크라이나 관련 세계평화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여기서도 초청받지 못한 모양이다.
작년 7월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아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투쟁 지원을 약속하고 지뢰 제거 장비, 긴급 후송 차량 등 비살상용 군사 장비와 인도적 지원 등에 1억4000만 달러를 제공한 데 이어, 올해부터 2~3년간 총 23억 달러(3조700억 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초특혜 퍼주기를 하고 한·러 관계의 파탄을 감수하면서 155mm 포탄 우회 수출, 그리고 대러 제재에 앞장서 동참했는데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13일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로이터 통신)에서 개막됐다. 뭣보다 지난 6~9일 치른 유럽의회 선거 직후였기 때문이다. 극우의 멜로니 총리는 대승을 거둔 반면, 중도 자유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중도좌파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참패해 정치적 운명이 엇갈린 상태다.
다른 정상들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다. 대선 선거전에서 고전하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 헌터가 마약 사용 관련 거짓말로 기소된 다음 날 이탈리아에 도착했고,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7월 4일 총선에서 실각이 유력하고, 기시다 일본 총리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들의 국정 지지율은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러 동결 자산 활용 500억 달러 우크라 지원
러 "범죄…EU에 매우 고통스러운 일 될 것"
사우디의 아랍뉴스는 "G7 정상 대부분이 자국 내 고민으로 고개를 못 드는 실정이다. 호스트만 잘 나간다"고 논평했고, 알자지라는 "멜로니로선 타이밍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했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서방 권력의 과시라기보단 최후의 만찬처럼 보였다"고 했고 CNN은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고자" 이탈리아에서 모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첫날 G7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부터 논의했다. 그 결과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약 68조5000억 원)를 지원한다는 데 합의했다. AP, AFP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우리가 관할하는 러시아 동결 자산의 수익을 활용해 대출 형식으로 연말까지 우크라이나에 약 500억 달러를 추가로 재정 지원하기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며 "그러나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몰수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G7과 호주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보유외환 2820억 달러(약 375조 원)를 몰수해 우크라에 직접 지원을 주장했으나, 유럽 국가들이 법적 문제를 들어 난색을 보임으로써 '수익을 활용한 대출 형식의 지원'으로 일단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독립과 주권을 지키는 데 필요한 용기를 주는 매우 강력한 약속"이라며 "역사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에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서방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수익을 취하려는 시도는 범죄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대응할 것이며 이는 EU에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영국 가디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서방 권력의 과시라기보단 최후의 만찬 같아"
"유럽, 극우 부상에 자기 이익에 더 치중할 것"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2일 자 기사에서 극우 정당들의 강력한 부상으로 유럽은 자기 이익에 더 치중할 것으로 예상한 뒤 "미국은 계속 단결해서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자고 요구하겠지만, 특히 프랑스와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다. 대중이 이미 판단했는데, 그들이 미국을 계속 지지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이어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대한 G7 정상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5월 31일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하고 지난 1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에서 채택한 가자 전쟁 '3단계 휴전' 결의안이 주된 주제였다.
이 방안은 △ 6주간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이며 완전한 휴전과 가자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가자 전역에 대한 대규모 인도주의 지원의 안전하고 효과적 제공 △ 모든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가자 완전 철수 등 영구적 적대행위 종식 △ 가자 재건 계획 개시와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구성됐다. 앞서 G7 정상은 지난 4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런 바이든 제안을 전폭 지지했다. G7 정상은 15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3단계 휴전안 수용을 촉구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두 국가 해법'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