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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침략 시 상호 지원, 군사‧기술 협력"…격랑의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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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6-20 11:21 조회2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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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침략 시 상호 지원, 군사‧기술 협력"…격랑의 한반도


  •  이유 에디터
  •  
  •  승인 2024.06.19 20:45
 

평양 정상회담서 반미국‧반서방 연대 의기투합

마침내 본격화하는 한반도‧동북아 신냉전 질서

한‧미‧일 군사동맹화에 맞선 '대항 구조' 구축

중국-벨라루스-우즈베크-북한-베트남 순방

'군사협력 말라' 미국 경고에도 마이웨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국빈방문은 가뜩이나 위태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가 본격적으로 격랑에 휩쓸릴 것임을 예고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서방 진영의 대반격에 시달려온 러시아가 동병상련인 북한과 손을 맞잡음으로써 유럽에 있는 반미국, 반서방 전선의 부담을 나눠질 새로운 전선의 구축이 한반도‧동북아에서도 진행될 것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의 관측으로만 떠돌던 신냉전 구도가 실질적 형태를 띠어 가는 셈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서명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9일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서명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뉴스]

본격화하는 한반도‧동북아 신냉전 질서

한‧미‧일 군사동맹화에 맞선 '대항 구조'

푸틴 대통령이 방북을 앞둔 18일 북한 노동신문에 '러시아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연대를 이어가는 친선과 협조의 전통'이란 기고문을 통해 밝힌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구조 건설"은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유라시아 세력인 러시아로선 서쪽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이, 동쪽에선 군사동맹화로 치닫는 한‧미‧일 군사협력이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온 만큼, 전통적 우방들을 설득해 시급히 '대항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푸틴은 지난달 집권 5기를 개시하자마자 맨 먼저 중국(5.16∼17)을 찾았다. 뒤이어 서쪽의 친러 맹방인 벨라루스(5.23∼24), 우즈베키스탄(5.26∼28)을 찾아 결속을 다짐한 데 이어 이번엔 동쪽의 우방인 북한을 방문했다. 푸틴은 평양 방문을 마치고 곧바로 19일 오후 중‧러 억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와 함께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점한 탓에 미국이 포섭에 주력해온 사회주의 베트남을 찾아 전통적 우의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평양의 도로를 따라 국빈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을 호위하고 있다.  2024. 06. 19 [로이터=연합뉴스]
북한 평양의 도로를 따라 국빈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을 호위하고 있다.  2024. 06. 19 [로이터=연합뉴스]

푸틴의 '유라시아 안전구조'…본질은 반미

중국-벨라루스-우즈베크-북한-베트남 순방

'유라시아 안전구조 건설' 구상을 실현하려면 아시아의 맹주인 중국의 '공감'을 얻는 게 맨 먼저다. 푸틴이 지난달 16일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도 그래서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시진핑과 공통의 정세 인식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 정상은 미국을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을 흔드는 세력으로 지목하고 군사력 구축과 군사적 블록 및 연합의 결성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동성명에선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협박 탓에 한반도에서 군사적 사건 및 확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도 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러·중 정상 "한반도와 동북아 위협의 원천은 미국") 군사 동맹화로 치닫는 한‧미‧일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런 맥락에서 푸틴은 24년 만에 북한을 다시 찾았다. 1989년 소련 붕괴를 계기로 북‧러 관계는 파국을 맞았다. 반면, 특히 한‧러 관계는 한국의 북방정책에 힘입어 급진전했다. 1996년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담긴 '조-소 우호조약'(1961년 체결)을 기약 없이 폐기했을 정도였다. 2000년 2월 9일 이바노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평양에서 '위기 시 협의' 조항으로 대체된 '친선-협력 조약을 맺었고 그해 7월 푸틴 대통령이 처음 방북했다. 그러나, 작년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때까지 북‧러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상황을 바꿔 놓았다. 푸틴은 국제사회, 특히 서방 진영에서 완전히 고립됐고, 서방의 집단적 공세에 힘이 달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일관된 반미 군사 강국인 북한의 지정학적, 지전략적 가치에 눈을 뜬 것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오랫동안 추구해온 북‧미 관계 정상화가 물 건너가자 핵 개발을 더 다그치고 그 결과 국제적 고립은 심화되고 한‧미‧일의 군사적 압박이 거세지자 러시아에서 활로를 찾은 형국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국빈방문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영빈관인 평양 금수산궁전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4. 06. 19 [타스=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국빈방문 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영빈관인 평양 금수산궁전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4. 06. 19 [타스=연합뉴스]

김정은-푸틴, 반미국‧반서방 연대 의기투합

'군사협력 말라' 미국 경고에도 마이웨이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키워드는 '반미, 반서방'  '북‧러 연대'다. 미국과 서방의 패권적 질서에 반대하고 다극적 국제 질서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노동신문 기고에서 "정의와 자주권에 대한 호상 존중, 서로의 이익에 대한 고려를 기초로 하는 다극화된 세계질서" 수립을 방해하는 "서방 집단의 욕구에 견결히 반대"해 나가겠다며 그같은 의지를 분명히 했다. 회담 모두 발언에서도 "러시아는 수십 년간 미국과 그 위성국의 패권적, 제국주의 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연대를 표시하면서 "북한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강한 러시아의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미국과 유럽이 가장 우려했던 대목은 바로 북‧러 간 군사협력 강화였다. 북한이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러시아에 보내고, 대신 러시아는 위성 기술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북한에 전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 경우 유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경제적, 안보적 부담이 가중되고 한반도‧동북아에선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비약적 고도화로 가뜩이나 취약한 안보 구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어서다. 미국 주도의 유엔 대북 제재 체제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대한 타격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푸틴의 방북 전부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카린 장-피에를 백악관 대변인 등이 나서 북‧러 간 무기-기술 거래 등 군사협력 심화 가능성에 날 선 어조로 거듭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런 까닭에서였다.

 

북한을 국빈방문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2024. 06. 19 [타스=연합뉴스]
북한을 국빈방문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2024. 06. 19 [타스=연합뉴스]

북‧러 "침략 시 상호지원, 군사‧기술 협력"

실행에 옮길 땐 한반도 격랑에 휩싸일 듯

그러나 푸틴은 이런 미국의 우려와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북‧러 군사협력 심화 의지를 드러냈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푸틴과 김정은은 이날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1시간 20분 확대회담, 약 2시간 일대일 회담을 한 뒤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특히 푸틴은 회담 후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1996년 폐기된 '조-소 우호조약'에 담겼던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나아가 푸틴은 새 조약을 토대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은 말의 차원이지만, 앞으로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베트남, 이집트, 몽골, 남아공 등이며, 중국과는 최고 수준의 '신시대 전면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2시 국빈방문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맞아하기 위해 평양 순안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2시 국빈방문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맞아하기 위해 평양 순안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 2024. 06. 19. [스푸트니크=연합뉴스]

중국 관영지 "북‧러 밀착은 합리적 선택"

미국과 동맹국들의 고립·압박 전략 비판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북‧러 밀착이 한‧미‧일의 대중 압박을 '이완'하는 효과를 주면서 숨돌릴 여지가 생기지만, 전통적 우방인 북‧러에 대한 한‧미‧일의 더 강력한 대응을 불러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치가 격화되면서 운신 폭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러에 대한 영향력축소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런 복잡한 속내가 관영 글로벌 타임스 기사와 외교부 대변인 논평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글로벌 타임스는 19일 분석가들을 인용해 "장기간 이어진 두 나라에 대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고립·압박 전략은 자동적으로 그들을 유럽에서든 동북아에서든 미국 주도 동맹의 공동 위협에 함께 대응하도록 만들었다"며 북‧러 밀착은 "합리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북‧러 밀착을 촉발한 장본인으로 한‧미‧일과 나토 동맹국들을 지목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 공식 입장에선 다소 톤다운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북러는 우호적 이웃으로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을 위한 정상적 필요가 있고, 관련 고위급 왕래는 두 주권국가의 양자 일정이란 입장을 밝혔다.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중국이 "러북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 한국 측 발표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이다.

북‧러 양국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의 원문을 아직 공개하지 않아 그 구체적 내용은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침략 시 상호 지원 제공' 합의 사실과 함께, 양국 간 군사분야 협력과 기술 협력 가능성을 거론한 것만으로도 한‧미‧일과 서방 진영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과 서방 동맹의 대응 수위가 더 높아지고 그에 따라 반작용도 커지면서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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