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한미일 사이에 '샌드위치'…시험대 오른 중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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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6-25 10:01 조회28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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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한미일 사이에 '샌드위치'…시험대 오른 중국 외교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4.06.24 18:00
자국경제 악영향 외 한반도 중재자 역할 기대감
북‧러와는 순망치한 관계…중‧북‧러 묶음엔 반대
어느 쪽도 외면할 수 없어 '전략적 모호성' 견지
"미국과 서방 동맹국이 북‧러 밀착 촉발" 곤혹반응
중국 외교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놓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 군사동맹 복원에 합의하고, 이에 한‧미‧일과 서방 동맹국이 강력 대응을 다짐하면서 중국은 두 진영 사이에서 '샌드위치'의 신세가 되고 있다. 전통적 우방인 북‧러의 처지를 외면할 수도, 그렇다고 미국과 서방 진영의 '역할 요구'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중국 외교 시험대에…'전략적 모호성' 견지
"미국과 서방 동맹국이 북‧러 밀착 촉발"
이런 곤혹스러움은 북‧러 정상회담 이튿날인 20일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서 드러났다. 군사동맹 복원을 선언한 북‧러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 체결에 대해 "러시아와 조선(북한) 간 협력은 두 주권 국가 간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 대 북‧러' 구도에서 중국은 어디에 설 거냐는 질문에 "논평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어느 쪽을 택해도 파문이 불가피한 만큼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면서 두 진영 모두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현 상황을 보는 중국의 인식은 당연히 한‧미‧일과는 그 결이 많이 다르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던 호전적인 두 '국제 왕따국'이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위반하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는 게 한‧미‧일의 시각이라면, 중국은 이런 상황을 조성한 장본인이 미국과 한‧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동맹국들이라고 본다.
그런 시각은 평양 정상회담 직전인 19일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의 주장에서 드러났다. 신문은 "장기간 이어진 두 나라에 대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고립·압박 전략은 자동으로 그들을 유럽에서든 동북아에서든 미국 주도 동맹의 공동 위협에 함께 대응하도록 만들었다"며 "합리적 선택"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그런 인식은 또한 "원칙적으로 중국은 한반도 관련 이슈들에서 무턱대고 제재와 압박을 가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고, 정치적 해결이 유일하게 성공 가능한 출구라고 생각한다"는 린젠 대변인의 답변에서도 재차 확인됐다. 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압박은 해결책이 아니라 악화의 원인이란 얘기다.
북‧러의 반미연대, 중국엔 득과 실 복합적
미국의 대중 공세 분산…한반도로 초점 이동
중국 입장에서 북‧러의 반미국, 반서방 연대는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먼저 긍정적 측면은 자국을 '주적'으로 삼고 동맹국과 함께 미국이 대대적으로 벌여온 집단적 공세의 초점이 분산되고 있는 점이다. 얼마 전만 해도 미국은 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 등을 동원해 중국이 사활적인 '주권과 영토‘ 문제로 여기는 대만과 남중국해와 관련해 집요한 공세를 펴왔지만, 이번 김정은-푸틴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 초점은 한반도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적 위상도 높아졌다. 한‧미‧일과 북‧러 모두에 중국이 필요해서다. 북‧러는 그들대로 미국의 공세를 막아주는 중국의 그늘이 절실하고, 한‧미‧일은 그들대로 북‧러의 위험한 거래를 막으려면 강경 대응 만으론 한계가 있고, 중국의 가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논란은 있지만, 중국은 북‧러의 최대 무역국이고 국제무대에서 두 나라를 '변호'해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스팀슨센터의 중국 전문가 윈쑨은 21일 '38노스'를 통해 "방북 중에 이뤄진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적, 정치적 합의와 무관하게 북‧러 모두 양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국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은 중국을 안심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북‧러 모두 고립된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외교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유일한 우방인 중국의 존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북‧러-한‧미‧일 군사 대치, 중국 경제에 악재
전략자산 배치 확대, '동북아판 나토'도 부담
부정적 측면은 뭣보다 한반도에서 북‧러와 한‧미‧일 두 진영의 군사적 대치가 가열되면서 중국의 운신 공간은 좁아질 거란 점이다. 한‧미‧일의 첫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 참가차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22일 부산에 입항했듯이, 앞으로 북‧러의 군사협력 대응을 명분으로 미국이 한반도와 태평양 지역에 전략자산 배치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동북아판 나토' 추진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엔 달갑지 않은 상황임은 물론이다. 당장 안보적 차원에서 위협일 뿐 아니라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회복 등 국내 문제 해결에 주력해온 시진핑 정부에겐 한반도 위기 고조는 커다란 장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중국이 강조해온 것은 이런 점을 우려해서다.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 들어갈 가능성도 중국에는 부담이란 견해도 있다. 이번 북‧러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 제4조에 따르면,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다른 쪽은 지체없이 군사 원조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1961년 북‧중 조약('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 조약) 제2조에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담겨 있어 만일의 경우 북‧러와 한‧미‧일이 군사적 충돌을 벌이면 중국도 이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윈쑨은 중국은 북‧중 조약의 문구를 최대한 유연하게' 해석하고 있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심기가 불편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국, 한반도 파국 막을 유일한 중재자
북‧러 '순망치한'…중‧북‧러 묶음엔 반대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가중될 한‧미‧일과 서방의 외교적 압박도 대처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샌프란시스코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양국이 '전술적 데탕트(화해)' 시기로 접어들었고, 한국, 일본, 유럽국과의 관계를 복원시켜 나가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를 무작정 거절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한국은 지난 19일 서울에서 개최된 중국과의 '외교‧국방 2+2 회의'에서 북러 군사협력 강화에 따른 한반도 긴장 조성은 중국 이익에도 반하는 만큼, 중국이 한반도 평화·안정과 비핵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칫 잘못하면 북‧러와 함께 반미, 반서방 '3국 동맹'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선 신중하게 처신할 수밖에 없다. 이에 윈쑨은 "중국은 서방, 특히 유럽, 일본,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기회를 잃는다"며 "중국은 이들 미국의 동맹국을 자국 궤도에 끌어들이려고 노력해왔는데 북한, 러시아와 3자로 연합하게 되면 그런 전망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북‧러의 지원 요청은 외면하고 한‧미‧일 편에 온전히 설 수도 없는 처지다. 미국의 주적이 중국이란 절대 명제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북‧러가 제압되고 나면 그다음은 다름 아닌 중국 차례가 될 건 불 보듯 해서다. 북‧러와의 관계는 일종의 '순망치한'과 같다. 양보 없이 대치하는 한‧미‧일과 북‧러로 인해 한반도 평화는 백척간두에 놓여 있다. 지금으로선 파국을 막을 유일한 중재자일지 모른다는 점에서 세계의 시선이 중국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