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호남이 필리핀서 70만불 왜 받냐"…대북사업가 분통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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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0-07 11:03 조회17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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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호남이 필리핀서 70만불 왜 받냐"…대북사업가 분통
- 김성진 기자
- 승인 2024.10.04 20:30
"이재명이 왜 쌍방울 통해 800만불 빼돌리겠냐"
민간 통일 교류 사업가 "말도 안되는 조작" 일축
사건관계자, 대북사업가들과 증언·기록 등 일치
민주당 대책위 "사건조작 검사 탄핵, 당연한 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해) 필리핀에서 70만 불을 줬다? (북한) 리호남이 얼마나 능글맞은 사람인데 수교국도 아닌 필리핀까지 가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갑니까? 차라리 북경 오라고 하면 올 건데, 김성태도 오고, 안부수도 오고 부르면 다 와요. 우리 한국 기업가들도 리호남이가 부르면 북경, 심양, 단둥, 연길, 군소리 않고 다 갑니다. 그런데 그 위험한 70만 불을 필리핀에서 리호남에게 준다고요? 그걸 리호남이 받는다고요?"
민간 통일교류 사업가인 하동혁 민족통일촉진회 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탄핵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발언이다.
하 대표는 북한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부실장과 오랜 친분을 갖고 있으며, 약 25년 동안 남북 통일교류 사업을 해온 인물이다. 자신을 "이재명, 민주당 지지자도 아니다"라고 밝힌 하 대표는 "얼마든지 법정에 가서도 증언할 수 있다"면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이하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위해 북한 측 인사인 리호남에게 70만 불을 전달했다는 수원지검 수사팀의 수사 결과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특히 하 대표가 언급한 북한 측 인사 리호남은 북한 정찰총국 대남 공작원 출신으로,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에서 안기부 블랙 요원 흑금성(황정민 역)의 북쪽 사업 파트너로 나온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처장 이명운(이성민 역)의 실존 모델이다. 국정원 등 정보당국은 1990년대 중후반 있었던 '흑금성 사건'을 계기로 리호남을 1급 관리 대상에 준해 주시해왔다. 국정원 등에서도 관리하는 인물이 북한의 수교국도 아닌 필리핀에서 대규모 자금을 받는다는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하 대표의 지적이다.
리호남은 필리핀 국제대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하 대표는 지난 2019년 평양 양묘장 사업을 북한과 추진하며 리호남과 자금 등과 관련해 논의해왔다. 그는 같은 해 7월 필리핀 국제대회가 열릴 당시에도 자금 문제로 리호남을 직접 만나기 위해 대회에 참석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송명철 부실장에게 리호남이 왔느냐 물었더니 '안 왔습니다' 그러더라"면서 "송명철 부실장이 '할 이야기를 다 못했으니까 북경으로 가자'해서 갔다. (북경으로 가는) 비행기를 같이 타고 가면서도 리호남이 혹시 위해서 왔는가 봤는데, 리호남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하 대표는 "송명철 부실장이 신명섭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을 만나보라고 했다"며 "만약 (경기도가 쌍방울을 통해) 방북 대가를 줬다고 하면, 이미 쌍방울하고 이야기가 끝났으니까 경기도를 소개 안 해주고 따로 알아서 하라고 그랬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울러 "불법적으로 막대한 돈이 중국을 통해서 북한 들어가면 언젠가 다 드러난다. 국정원에서 정보하는 첩보원들이 다 조선족 위장하고 있고, 북쪽 정보 수집자들도 엄청 많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쌍방울한테 불법외화 반출이 뻔한데 방북 대가로 800만 불을 줬다고? 북한을 잘 알고 북한에 여섯 번 갔다왔고 북한 고위층과 많은 대화를 했던 사람으로서 이건 말도 안 되는 조작"이라고 했다.
하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대북사업가들의 증언과 경기도청 문건 기록 등과도 일치한다. 송명철과 리호남을 오랫동안 만나온 대북사업가 김모 씨는 지난달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와의 인터뷰(☞관련 기사)에서 "리호남이 나더러 '북한 단천지구 자원 개발은 언제 할 거냐'며 '쌍방울에서는 큰돈도 가져온다' '나노스 주가를 띄워서 그 돈을 빼 중국으로 좀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 나더러 '쌍방울 같은 중견 기업, 주가 떨어지는 거 하나 들고 오면 주가 띄워주겠다'고 제안도 했다"며 "큰일 날 것 같아 거절했다. 내 직원들도 리호남을 만나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이재명 얘기는 일절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특별대책단에 따르면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와 관련한 경기도청의 ▲결과보고 문건 ▲주요 참석자 명단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발송한 통보서 등에는 리호남이라는 이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책단 제보센터장인 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지난 7월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도청 문건을 공개하면서 "북측 대표 명단에도, 단체 사진에도 리호남이라는 사람은 없다. 경기도 어떤 문서에도 없다"며 "김성태가 필리핀 국제대회에서 리호남에게 70만 불을 지급했다는 검찰 조사와 판결문 내용이 완전히 허위라는 증명"이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사건 핵심 관계자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역시 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리호남을 (필리핀에서) 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하 대표가 법사위에서 대북송금과 관련해 추가 증언을 하면서, 검찰의 대북송금 사건 증거 조작 의혹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하 대표와 대북사업가들의 증언, 문건 기록 등을 바탕으로 검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며, 담당 검사인 박상용 검사의 탄핵을 재차 촉구했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대책위)는 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필리핀 국제대회 직후인) 2019년 9월에 법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직 상실형이 선고된다. (논리상) 방북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되니까 없는 사실을 조작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뿐만 아니라 뇌물죄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소사실에 해당하는 경위, 일시, 장소, 금액, 영수인이 너무도 자주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성태 공소장, 이화영 공소장, 언론보도 내용, 이재명 대표 영장청구서, 이화영 1심 판결문 내용이 각기 다 다르다. 어설프게 창작을 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대책위는 "박상용 검사는 모든 사건의 조작을 주도했다. 공범들을 모아놓고 연어술파티에 허위진술 세미나를 했다는 의혹부터 쌍방울 김성태와 안부수가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돈을 전달했고, 김성태가 북측과 공모해 주가조작 했다는 의혹을 부실하게 수사한 것은 물론 김성태와 구형을 거래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특히 박 검사는 이재명 대표를 옭아매기 위해 범죄자들에게 모해위증을 교사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건을 조작하고 모해위증을 교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은 당연하다. 불법적인 '사건조작'과 '사법방해'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