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윤석열 '친위 쿠데타' 6시간 만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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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2-04 09:24 조회6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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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윤석열 '친위 쿠데타' 6시간 만에 종료
- 민들레 김성진 기자, 김민주 기자, 뉴탐사 김시몬 기자
- 승인 2024.12.04 07:30
45년 만에 '비상계엄' 시도…시민 저항으로 '무산'
계엄선포→계엄해제→긴급담화…긴박했던 6시간
윤 "계엄해제 했지만…탄핵농단 말라" 끝까지 협박
분개한 국회, 윤석열 탄핵 시계 가동…초안 작성 중
"윤석열 즉각 자진사퇴 안하면 탄핵절차 돌입할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3일 오후 10시 23분쯤 시작된 '윤석열 친위 쿠데타'가 4일 오전 4시 30분 계엄해제 국무회의 의결과 함께 약 6시간 만에 무산됐다.
앞서 전날인 3일 오후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감사원장 및 검사 탄핵, 예산안 감액 처리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설이 돌았다. 일부 대통령실 참모들은 저녁 식사 중 긴급하게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오후 10시 23분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긴급담화가 예고도 없이 생중계를 탔다.
윤 대통령은 긴급담화를 통해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며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지만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라고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경고했던 '충암파'의 계엄 시도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 계엄선포에 맞춰 전군 지휘관 회의를 개최한 뒤,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과 국방부 전 직원 등은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전투기 등 비상대기를 위한 공중 전력도 대부분 출격해 공중 감시 임무를 했다.
이후 3일 오후 11시부로 비상계엄은 공식화됐다. 계엄사령부(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는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 등이 담긴 '포고령 제1호'를 선포했다. 시내 곳곳에서 장갑차 등 무장병력이 확인됐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맞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도 국회 비상소집 명령을 내리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본회의를 열기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도 긴급하게 국회로 돌아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해야 하는데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의원을 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회로 와주시라, 국민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셔야 한다. 저희도 목숨을 바쳐 이 나라 민주주의 꼭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국군 장병을 향해서도 "여러분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이 나라 주인은 국민이고, 국군 장병 여러분이 복종해야 할 주인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라고 호소했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끊기는 시간이지만, 국회 앞에는 비상계엄을 막기 위해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들이나 보좌진들은 경찰의 통제로 국회 출입을 저지당했지만 담을 넘어 국회에 들어갔다. 이학영 국회부의장도 담을 넘어 진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러한 가운데, 공수부대가 4일 0시쯤 헬기를 타고 국회 본청 뒤편으로 투입됐다. 국회 장악에는 군 최정예부대인 특전사 1공수여단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본청 밖에서 무장한 공수부대의 진입을 맨몸으로 저지하는 한편, 계엄군의 본청 진입을 막기 위해 문앞에 사무집기와 의자 등을 쌓아뒀다.
이에 계엄군들은 창문을 깨부수고 국회 2층으로 진입한 뒤, 계엄해제 결의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보좌진이 소화기를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공수부대 병력이 국회의장실과 이재명 당대표실, 한동훈 당대표실에서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에 대한 체포 시도를 했다는 사실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뒤늦게 확인되기도 했다.
우원식 의장은 계엄군이 계속해서 본회의장 진입 시도를 하는 도중이었던 오전 1시쯤 긴급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해 재석의원 190인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계엄해제 결의안 통과 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여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 위헌"이라며 "이번 국회 의결로 위헌, 무효임이 한번 더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로 이번 계엄선포는 실질적인 효과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이번 국회의 결정으로 지난밤 있었던 위헌 위법한 계엄 선포는 그 효과를 상실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계엄법 제11조에 따라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공고해야 하지만, 계엄을 해제하지 않고 버텼다. 국방부도 대통령 계엄해제 때까지 계엄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도 계엄 재시도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회의를 산회하지 않았다.
국회 계엄해제 결의안 통과 뒤, 계엄군은 국회 내에서 철수했지만, 한강 둔치 주차장에 대기하며 오전 3시 30분경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오전 1시부로 경찰 비상업무 체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을호비상'을 발령했다가, 국회에서 계엄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발령을 보류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국회 밖에서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던 시민들은 계엄해제 결의안 통과에도 대통령의 '항복 선언'이 나오지 않자, 자리를 지키며 "윤석열을 체포하라"라고 더욱 거세게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경찰은 방패 등으로 무장한 병력을 추가 투입하며 시민들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시민들도 이에 맞서 병력 호송자를 몸으로 막고, 경찰의 '이름표'를 카메라로 찍으며 대항했다.
각계에서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 탄핵 등을 요구하며 긴급 성명을 내는 가운데, 오전 3시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4일부터 윤석열 퇴진 시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조합원들에게 오전 9시까지 광화문으로 집결하라고 공지했다.
우원식 의장도 다시 한 번 나섰다. 우 의장은 오전 4시 긴급 담화를 통해 "즉각 국무회의를 소집하고 계엄해제를 공고할 것을 요구한다"며 "국민의 요구이고 헌법의 명령"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국회는 현재의 국가적 혼란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가겠다"며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비상계엄'이 언급된 지 약 6시간 뒤인 오전 4시 26분쯤 드디어 윤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태도에는 사과나 반성의 뜻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저는 (3일) 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며 "다만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종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면서 계엄 선포 이유를 국회에 돌렸다. 계엄 요건도 아닌 이유로 계엄을 선포해 헌정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이 도리어 국회를 향해 '탄핵 농단' 운운하며 협박한 셈이다. 국민에 대한 사과는 단 한 줄도 없었다.
대통령의 태도에 국회는 분개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긴급 담화 발표 직후 "계엄을 해제한다 해도 내란죄를 피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으니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즉시 하야하라.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제 우리 모든 국민은 윤 대통령의 밑바닥을 다 봤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선을 넘어서고 있다. 더 두고 볼 수가 없다"며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1980년 서울의 봄 상황, 군부가 저질렀던 상황을 21세기에 재현했다"며 "헌법을 파괴하고 짓밟는 범죄자다. 해가 뜨면 즉각적으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본회의를 산회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국회는 곧바로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논의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과 김 장관 등이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는 법적 판단도 마쳤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오전 3시 46분쯤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지금 작성하고 있다"며 "오전에 탄핵안을 발의하기 위해 민주당 등 야당과 깊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에 따르면 국민의힘도 탄핵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친한계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탄핵 논의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다"며 "민주당이 모인 김에 탄핵 의제를 (논의)하자고 해서 거기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국민의힘 전체 의견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친윤계인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러 개진될 수 있는 의견에 대해서는 오전 8시에 의총을 개최하기로 했다"며 "여러 의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논의와 별개로 윤석열 탄핵 시계는 이미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5당이 참여하는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는 "날이 곧 밝는 대로 각 당은 신속하게 협의를 해서 오늘 중으로 탄핵안 발의를 하겠다"며 "가장 빠르게 탄핵안을 가결시켜서 대통령의 직무를 즉각 정지시키는 일에 국회가 신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도 사실상 탄핵으로 방향을 잡았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오전 6시55분경 결의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 위반. 그 어떤 선포 요건도 지키지 않았다"며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원천 무효이고 중대한 헌법이자, 법률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는 엄중한 내란 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라며 "대한민국 5000만 국민과 민주당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윤 대통령의 헌정 파괴 범죄를 좌시하지 않겠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의 불벼락 같은 심판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했다.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
하나, 윤통이 즉각 퇴진하지 않을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뜻을 받들어 즉시 탄핵절차에 돌입할 것이다.
하나,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 지키기 위해 온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은 이날 오전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전화를 통해 오전 4시 30분부로 계엄해제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본회의를 잠시 정회했다. 탄핵안이 발의된다면 범야권과 친한계를 포함해 탄핵 정족수인 200석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9년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에 벌어진 비상계엄 선포로 시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밤새 비상계엄과 국회 앞 소식을 공유하며 수많은 시민이 상황을 지켜봤다. 비상계엄 소식에 지방에서 급하게 올라온 시민들도 있었다.
'윤석열 친위쿠데타'는 시민들의 저항으로 약 6시간 만에 '미완'으로 끝났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또 한번 대격변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