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본사. EPA연합뉴스](https://img.khan.co.kr/news/2025/01/01/rcv.YNA.20241231.PEP20241231016601009_P1.jpg)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본사.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체결한 가스관 사용 계약이 지난달 31일 종료되면서 1991년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이번 계약 만료의 직격탄을 맞은 동유럽 국가들은 사용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항의했다.
1일(현지시간) BBC·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가스프롬이 맺은 우크라이나 우렌고이 가스관 5년 사용 계약이 전날 종료됐다.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러시아가 1월1일자 가스 수송량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기준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공급한 가스는 3720만㎥로 하루 전보다 420만㎥ 줄어든 상태였다.
러시아산 가스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슬로바키아에 도달한 뒤 체코와 오스트리아로 가는 가스관으로 갈라진다.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선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가 공급 중단의 영향권에 있다. 비EU 국가 중엔 몰도바도 해당한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를 수출해 번 돈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고 주장했다. 1년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의 피를 통해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EU에 계약 만료 이후를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1991년부터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가스를 수출해 연간 50억유로(약 8조원) 수입을 올린다고 추산된다.
가스 공급 중단을 두고 EU 내에선 회원국들 간 의견이 나뉜 상황이다. 러시아와 가까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를 비판하고 나섰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지난달 29일 EU 집행위원회에 “러시아산 가스를 차단한다는 젤렌스키의 일방적 결정을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잘못이고 비이성적이다. 상응하는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항의 서한을 보냈다.
반면 EU 집행위는 비축량이 충분하다며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 운송 종료가 EU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에너지 당국도 “에너지원을 다각화하고 비축량을 쌓아 놨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을 이미 줄여놓았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으리란 전망이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EU 가스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40%에서 2023년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공급한 가스는 약 150억㎥로 2018∼2019년 최고치의 8%에 그친다.
원자재시장 분석업체 ICIS의 아우라 사바두스 연구원은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의 가스 비축량은 현재 각각 67%, 76%, 69%로 (당장은) 괜찮을 것”이라며 “수요도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날씨 예보를 봐도 올겨울 기온은 평년 범위 안”이라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공급 중단을 앞두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2월물 선물 가격은 한때 메가와트시(㎿h)당 50유로에 도달했다. 2023년 11월 이후 최고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