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3시간 앞두고 화상 회의 공개
국가안보회의, 이례적으로 월요일 진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며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한 대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타스통신과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 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새 미 정부와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 장면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을 불과 약 3시간을 앞두고 공개됐다. 국가안보회의는 보통 금요일에 열리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월요일에 진행됐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과 관련해 러시아가 요구하는 사항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군 철수 등을 주요 협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그 지역에 사는 모든 사람의 정당한 이익을 존중하는 것을 기반으로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의 휴전은 분쟁을 계속하기 위해 군대를 재편성하고 재무장할 기회를 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새로 선출된 미 대통령과 그의 팀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퇴임하는 미 정부 때문에 중단된 러시아와의 직접 접촉을 복원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또 제3차 세계대전을 방지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발언도 들었다”며 “이러한 입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 정부와)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으며 어떤 미 정부와도 동등한 관계와 협력을 유지할 준비가 항상 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핵무기 문제에 관해서도 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전략적 안정과 안보를 강화하는 문제 등 여러 핵심 글로벌 문제에 대해 양국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고려해 대화가 평등과 상호 존중에 기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전략 핵탄두 제한을 골자로 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을 체결했지만, 러시아가 2023년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2026년 2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 극심한 압박을 받는 등 모든 면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면서 “그는 용기를 보여줬고 선거에서 설득력 있는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당선됐을 때도 승리를 축하하며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선 과정에서부터 “취임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해왔으며 푸틴 대통령과의 협상 의지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