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 ‘추가 제재’ 언급하며 압박
푸틴은 이란·중국 지도자와 연대 강화
젤렌스키 “최소 20만명의 평화유지군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지만, 취임 전 공언했던 “24시간 내 종전” 공약과는 달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무력 충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러·우 전쟁을 둘러싼 국제 관계는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있어 단기간 내 평화협정 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별한 ‘브로맨스’를 과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였다. 그는 취임 이틀째인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종전을 위한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날 것이라며 “그는 합의를 해야 한다. 그는 합의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을 언급하면서 “그렇게 잘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해 했던 언급 중 가장 비판적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발언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왔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대화를 열어두면서도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외교적 결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러시아를 방문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경제·국방 협력을 확대하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1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을 열어 중·러 간의 협력을 다졌다. 푸틴 대통령은 “중·러 관계는 국제 정세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의 외교 정책 변화와 무관하게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외부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국제연합(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계를 공동으로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에 서명한 것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행보다.
NYT는 “러시아가 단기간 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기보다는 중국·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신중히 관망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자체적인 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해 최소 20만명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전체에서 최소 20만명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 논의는 휴전 이후 러시아의 추가적인 군사적 위협을 방지하고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미국의 지원이 불확실해지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중심으로 유럽이 자체적으로 평화유지군을 구성해 우크라이나를 지켜야 한다는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평화협정이 단기간 내 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는 러·우 전쟁 종식, 이란 핵 프로그램 억제, 중국 견제 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 이란, 북한 간의 강화된 협력 관계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더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러·우 전쟁 해결에는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면서 선거 기간 동안 ‘취임 후 24시간 내 종전’ 공약은 “선거 캠페인 특유의 과장과 전쟁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