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소식

홈 > 소식 > 새소식
새소식

미-러, 대국끼리 세력권 분할통치 부활 꿈꾸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3-26 11:43 조회11회

본문

미-러, 대국끼리 세력권 분할통치 부활 꿈꾸나


  •  한승동 에디터
  •  
  •  승인 2025.03.26 01:00
 

우크라전 그만두는 게 유리하다는 미-러 공통인식

푸틴의 세력권 분할통치 구상, 트럼프도 동의?

우크라는 2차대전 직전 뮌헨협정의 체코와 흡사

전후 희생양 한국, 다시 동아시아냐 아메리카냐

한국에겐 양자택일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2019.6.28.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있다. 2019.6.28.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우크라이나전쟁’으로 통칭) 휴전협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들이 주변 국가들을 지배하는 ‘세력권 분할 통치’ 구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세계를 6~7개의 세력권으로 나눠 각 세력권마다 하나의 대국이 중심국가가 돼 주변의 중소국가들을 지배하는 대국들끼리의 세계분할통치 ‘평화체제’다.

6~7개 세력권, 한국은 동아시아냐 아메리카냐

미국은 아메리카 세력권의 중심국이 되고, 러시아는 옛 소련처럼 예전의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사회주의권을 지배하는 중심대국이 된다. 동아시아는 중국이 중심국가가 되고 한국과 일본은 거기에 종속될 것이며, 2차대전 때까지 동아시아세력권의 맹주였던 일본은 그 지위를 상실하고 한국과 같은 처지로 떨어진다. 그럴 경우 미국은 일본과 한국이 중국 세력권에 편입되는 것을 선선히 받아들일까? 그밖에 서유럽과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세력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세력권, 그리고 호주를 중심으로 한 남태평양 세력권이나 인도 중심의 남아시아 세력권이 형성될 수 있을까?

19~20세기에 유행한 식민제국들의 지정학적 세계분할 구도를 그대로 재현하려는 듯한 이 세력권 분할 통치구상이 그럴듯해 보이는 것은, 그린란드와 캐나다, 파나마를 명시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들 지역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려는 트럼프의 최근 발언들, 그리고 푸틴이 꿈꾸고 있는 듯한 대슬라브(그레이트 슬라브)주의가 그려내는 이미지가 그런 구도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고이즈미 유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부교수.​​​​​​​​​​​​​​  아사히신문 3월 25일
고이즈미 유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부교수.  아사히신문 3월 25일

러시아, 전투에선 이기고 있으나 전쟁은 낙관불허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부교수인 일본의 군사평론가요 분석가 고이즈미 유(43)는 25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쟁 정전(휴전) 가능성에 대해 “전투를 중단할 가능성이 지난 3년의 전쟁기간 중 가장 높아졌다”고 했다. 러시아의 군사, 안보정책 전문가인 고이즈미 교수는 미국이 분명히 정전을 바라고 있고, 러시아 또한 전쟁을 계속해도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 있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전쟁을 계속해 봤자 애초 설정한 전쟁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없다. 러시아의 전쟁목적은 근본적으로 우크라이나가 독립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지난 1년간 러시아가 새로 확장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우크라이나 국토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봄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인 반격작전이 실패하고 러시아가 전반적으로 우세해진 상황에서도 실제로 러시아가 새로 획득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엄청난 인적 물적 투입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난 1년간 유리한 승전 분위기 속에서 싸워 새로 얻은 땅은 그 전에 점령한 지역(우크라이나 영토의 18~20%)에다 1% 정도를 더 보태는데 지나지 않았다.

“엄청난 전사자를 내면서도 1년에 얻어낸 새 지배지역이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년을 더 계속해야 한다는 것인가. 전장(전투)에서 이기고 있지만, 아무리 이겨도 전쟁에서 승리할 전망이 없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는 건 러시아에게 불리하다.”

중일전쟁 때의 일본, 베트남전쟁 때의 미국 처지

고이즈미 교수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의 러시아 처지가 마치 예전 중일전쟁(일제의 대륙침략전쟁) 때의 일본제국군이나 베트남전쟁 당시의 미군과 비슷하다며, “개개의 전장에서는 우세하지만, 전쟁목적은 달성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2기 정권이 등장해 우크라이나에 사실상 항복을 강요하는 듯한 자세로 정전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푸틴에게는 유리한 조건 상황으로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로서도 미국 요구대로 쉽게 정전에 합의할 수 없게 하는 조건이 있다. 푸틴이 정전에 합의해 주는 대신 얻으려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러시아가 점령중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동남부 4개 주와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는 것(러시아 영토 편입),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확약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러시아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부터 간단치 않은 문제지만 정전이 일단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어려운 일이다.

“강제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전 라인을 따라 평화유지를 위한 부대를 대규모로 배치해 러시아의 재침략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정전은 수포로 돌아간다. 전선의 길이를 생각하면 수만 명 규모로도 부족할 것이다. 그만한 병력을 누가 어떤 체제를 통해 전선지역에 보낼 것인가.”

 

헤르손 지역 최전선의 우크라이나군 39 독립 해안방위여단의 군인들이 2S1 Gvozdika 자주포를 러시아군을 향해 발사하고 있다. 2025.3.23. 로이터 연합뉴스
헤르손 지역 최전선의 우크라이나군 39 독립 해안방위여단의 군인들이 2S1 Gvozdika 자주포를 러시아군을 향해 발사하고 있다. 2025.3.23. 로이터 연합뉴스

전쟁 그만두는 게 유리하다는 미-러 공통인식

어쨌든 그렇게 해서 우크라이나전쟁이 멈추면 평화가 이뤄질까.

“푸틴도 트럼프도 ‘대국끼리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싸우면 대국도 말려들어가 제3차 세계대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그만두면 평화로워진다’는 (미러의) 공통인식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질서가 제대로 된 질서일까. 설사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 당장의 급한 불을 일단 끈다고 해도, 그 다음에 더 큰 전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럽으로서는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인 1938년 뮌헨협정의 교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네빌 체임벌린 영국총리는 옛 체코슬로바키아 영토의 일부(서부 주데텐 지역)의 할양을 요구한 히틀러에게, 그렇게 해서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게 낫다고 보고 합의해 줬으나, 히틀러는 다음해인 1939년에 폴란드를 침공했고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푸틴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뮌헨협정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을 고이즈미 교수도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푸틴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특히 국제질서와 관련한 그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해진다.

푸틴의 세력권 분할통치 구상

“세계는 6개 또는 7개의 세력권으로 분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2000년대 이후 푸틴 정권에서 흘러나오는 세계구상이 그런 것이다.(...) 그 구상에서는 개개의 세력권에 각기 ‘힘의 중심’이 되는 나라가 존재한다. 예컨대 유라시아 세력권이라면 러시아, 아메리카 대륙이라면 미국, 동아시아 세력권이라면 중국이다.”

그들 세력권끼리의 관계는?

“중심이 되는 국가들은 자신의 세력권을 지배하는 한편, 다른 중심국가들이 지배하는 세력권에는 간섭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대국끼리는 ‘평화’를 공유하는 것이다. 다만 대국과 그 주변의 중소국가들과의 관계는 완전히 대국 중심적으로 짜여진다.”

이런 식의 세력권 분할구상은 19~20세기 지정학의 산물이다. 그 시대는 서방 강국들의 영토분할 전쟁이 진행된 제국주의 시대였다. 말하자면 푸틴의 세력권 분할통치 구도는 제국주의 영토분할 전쟁시대의 잔재 또는 그 부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도 푸틴 분할통치 구상에 동의?

문제는 트럼프도 그런 식의 국제질서 구상에 동의하느냐는 것이다. 고이즈미 교수는 ‘그렇다’는 쪽이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트럼프의 세계관은 명확하진 않지만, 북미의 캐나다를 병합하고 싶다거나 중미의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하고, 북미대륙에 가까운 그린란드를 차지하고 싶어하는 자세를 보건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넘어 다른 대륙에까지 세력을 확장하려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다르다는 것이 고이즈미 교수의 생각이다.

“북미대륙과 그 주변에는 강한 관심을 갖고 있지만, 유럽이나 아시아에는 경제 외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준다. 세력권 분할적인 발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런 세계에서 일본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고이즈미 교수는 “동아시아에서의 우리는 (주변)중소국들을 거래하는 대국이 아니라, 대국의 거래대상이 되는 중소국” 신세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1945년 9월 서울 중앙청(엣 조선총독부)에 군정청을 설치한 미군이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다.  통일뉴스
1945년 9월 서울 중앙청(엣 조선총독부)에 군정청을 설치한 미군이 일장기를 내리고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다.  통일뉴스

한국에겐 양자택일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나?

그 시절 대국들의 거래대상이 돼 희생당한 대표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다. 미국은 유럽에서 히틀러의 나치군, 아시아태평양에서 군국주의 일본군 팽창주의에 맞서기 위해 사회주의국가 소련과 손잡고 연합국이 돼 함께 싸웠다. 전쟁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자 미국은 같은 편이던 소련을 적으로 돌리고 바로 전까지 대적했던 적국 일본과 독일을 동맹국으로 세워 막대한 지원을 해서 강국으로 키웠다. 한반도는 그들 대국의 전후 질서 재편의 희생양이 돼 세력권 분할의 최전선으로 분단당했다. 전쟁이 나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가 미국 동맹국이 된 일본과 다시 손잡고 독립운동세력을 탄압해 온 한국현대사가 바로 그 대국주의 세력권분할 통치구조의 산물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당시 동아시아세력권의 중심대국이었던 일본으로서는 이제 주변 중소국으로의 전락이 뼈아플지 모르겠지만, 분단 한국은 중심대국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 늘 주변국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추구해 온 한미일 준공사동맹체제는 되살아나는 세력권 분할통치 질서에서 동아시아세력권이기를 거부하고 아메리카세력권으로의 편입을 자청한 셈이 되는데, 우리에게는 그 양자 택일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일까?


브라우저 최상단으로 이동합니다 브라우저 최하단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