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개장한 중국 레암 해군기지에 중국 군함이 정박해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독점 해군기지로 사용될 것이라는 의심을 받아 온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가 확장공사를 마치고 개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캄보디아 남부 시아누크빌주 레암 해군기지에서는 지난 5년간의 확장공사 마무리를 기념하는 준공식이 열렸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고위 간부 카오칭펑, 브리지트 워크 미국 대사대리 등이 준공식에 참석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2020년 10월부터 레암 해군기지에 항공모함 등 함정이 정박 가능하도록 준설작업을 했으며 2022년 6월부터는 중국의 자금과 기술을 지원받아 기지 확장공사에 돌입했다.

경향신문 자료 그래픽
중국은 레암 해군기지를 자국의 해외 군사기지로 사용할 목적으로 확장공사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중국은 2017년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해군기지를 만든 바 있다. 지부티 기지와 레암 기지는 닮은꼴로 전해진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해 4월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중국 군함이 레암 기지에 장기간 정박해 있다고 보고했다.
중국이 타이만에 인접한 레암 항구와 동남아시아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미국이 통제하는 믈라카 해협을 우회해 에너지 등을 들여올 수 있다.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과 결합해 레암 기지를 남중국해를 내해(內海)화하는 교두보로도 삼을 수도 있다.
캄보디아는 중국 전용 기지 의혹을 다시 한번 부인했다. 싱가포르 방송 CNA에 따르면 훈 총리는 이날 준공식에서 “캄보디아 국민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이 기지에 대한 의심을 멈추길 바라며 공개적으로 준공식을 열었다”며 “오늘부터 레암 기지는 모든 우방국이 공동 훈련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고 밝혔다.
훈 총리는 아울러 “일본의 해상 자위대를 레암 해군기지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닛케이아시아는 초청을 두고 캄보디아가 균형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며 “일본 자위대 함대가 새로 확장된 레암 기지에 입항하는 첫 함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준공식은 미국의 대대적 관세 부과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에는 경공업을 중심으로 여러 중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중국의 ‘우회 수출기지’로서 캄보디아의 대미 수출이 급증한 가운데, 캄보디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에서 49%라는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받았다.
닛케이아시아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앞서 시 주석이 이달 말 캄보디아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3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중국·캄보디아의 합동 군사훈련도 열렸다. 중국중앙TV(CCTV)는 레암 해군기지에서 ‘합동 지원 및 훈련센터’를 확장개장한 뒤 ‘골든 드래곤-2025’ 합동 훈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 센터가 테러 방지, 재난 예방 및 구호, 인도적 지원, 훈련과 같은 분야에서 두 군대 간의 합동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