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이란 관계 분석…높아지는 전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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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4-08 11:32 조회3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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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이란 관계 분석…높아지는 전쟁 가능성
기사입력시간 : 2025/04/08 [09:27:00]
박명훈 기자
1. 트럼프 2기의 최대 압박 정책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관계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간 전쟁 가능성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원인은 ‘최대 압박 정책’을 거론하며 이란을 도발하고 자극하는 트럼프 정부에 있다.
트럼프 2기는 대이란 제재를 이전보다 강화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미국은 2015년 7월 버락 오바마 정부 시기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의 중재 아래 이란과 핵협정을 맺었다. 이란이 합의에 따라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량과 비축량을 줄여나가면,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점진적으로 풀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1기는 2018년 들어 이란과 맺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부분적으로 플루토늄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핵협정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를 댔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하지만 이건 이란을 다시 적대하기 위해 든 구실이었다.
트럼프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공세를 펴 이란을 무너뜨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아래 미군은 2020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중에서도 최정예인 쿠드스군을 이끄는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폭사시켰다.
그리고 최근 출범한 트럼프 2기에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를 구실로 최대 압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2월 4일(이하 현지 시각)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의 후티(안사르 알라), 탈레반, 알카에다 등을 지원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구실로 최근 미국은 이란에 고강도 군사 압박을 가하고 있다.
3월 21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장관은 중동지역에 배치하는 핵추진 항공모함 대수를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임무를 마치고 버지니아주 노퍽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해리 트루먼 항모가 중동지역에 계속 머무르게 됐다. 또 태평양에서 작전 중이던 칼빈슨 항모가 중동지역으로 배치됐다. 이로써 중동지역에 배치하는 미국 항모는 2대로 늘어났다.
4월 4일 주한미군은 한국에 배치한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어트를 중동지역으로 옮겼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한국 측에 별다른 설명도 없이 패트리어트를 급하게 옮겼음이 드러났다.
4월 7일 기준 인도양 한복판에 있는 섬 디에고 가르시아에는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최소 6대 배치됐다. B-2는 세계에서 19기가 운용 중인데, 앞으로 더 많은 폭격기가 디에고 가르시아로 이동할 예정이다. 디에고 가르시아에서는 이란 모든 지역을 타격권에 둘 수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상대로 군사 압박을 넘어 전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3월 28일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시아파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2개월 안으로 핵협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을 폭격하는 등 “이란에 아주 나쁜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 트럼프 정부는 왜 이란을 상대로 전쟁 위협까지 하는 걸까?
2024년 12월 초 시리아에서는 이란과 긴밀하게 협력하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가 무너졌다. 이후 시리아에는 친미 성향의 과도 정부가 들어섰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에 최대 압박, 전쟁을 엄포하고 나선 건 이처럼 중동지역 정세가 바뀐 것과 관련이 있을 듯하다.
현재 미국이 후티가 통치하는 예멘지역 전반에 공습을 가하는 것도 이란과의 전쟁을 준비하려는 징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2. 최고지도자 중심으로 단결하는 이란
이란은 최고지도자의 종교적 지도 아래 대통령이 정부 수반으로서 행정·경제·국방을 책임지는 정치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정부는 트럼프 2기 출범 뒤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쳐 미국에 맞서는 대미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본래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 서방진영과 대화를 통한 핵협상 복원과 제재 완화를 강조해 온 온건파였다.
그런데 이런 페제시키안 대통령조차 트럼프 2기 출범 뒤 미국에 더 이상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이란 적대시 정책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월 10일 이란 혁명기념일 축하 연설에서 “미국은 우리가 분열돼 있기를 원하고 의견 차이가 나타나길 기다린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사이의 차이를 제쳐두자”라면서 “최고지도자의 지도력 아래 손을 맞잡고 전진하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앞에서는) ‘와서 대화하자’고 말하면서 (뒤로는) 이란을 무릎 꿇리기 위해 모든 종류의 음모(정책)에 즉각 서명하고 있다”라면서 “우리는 연대를 강화할 것이고, 외세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란은 미국이 제재로 압박하든 무력을 쓰든 물러섬 없이 결연히 맞서겠다는 분위기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4월 1일 정부 수립 46주년을 기념하며 대회를 크게 열었다. 미국과의 대결을 다짐하는 성명이 잇달아 나왔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쇠퇴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권의 하이브리드 전쟁이 실패했음이 증명됐다”라며 “패권세력의 지도자들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충실한 전사들과 이슬람 저항군의 결단을 두려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란 국방부는 성명에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 군대는 적들에게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박탈하고 주도권을 잡았으며 어떠한 위협이나 제재에도 굴복하지 않을 만큼 힘과 억지력을 확보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이란은 원칙과 정당한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어떠한 침략이나 모험주의에도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적들과 악의를 품은 자들은 알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란 헌법위원회는 성명에서 “범죄를 저지른 미국이 이슬람 이란의 위대한 국민을 시험하는 것은 그들에게 중대하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하며 이슬람 이란 국민을 존엄과 존중으로 대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3.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 앞으로 보낸 서한에 관해 이란을 위협할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란과의 신뢰를 구축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게 미국의 목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과 밀접히 협력하는 후티를 계속 공격하며, 이란과의 전쟁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지난날과 지금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오늘날 미국의 패권은 급속히 몰락하고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의 위신도 나날이 추락 중이다.
정반대로 이란은 2019년 이후 중국, 러시아와 오만만에서 꾸준히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펼치는 등 대외 여건을 강화했다.
4월 1일 이란 현지 매체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대응할 거대한 지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시설 내부에는 미사일도 배치했다고 한다.
이런 배경에서 이란은 미국을 향해 전쟁을 바라지 않으나 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핵무기 개발 역시 이란의 주권적 권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은 이란이 미국과 동등한 관계가 되면 다음 단계를 밟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즉, 미국이 태세를 전환하지 않는다면 핵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본인이 제시한 2개월이 지나면 실제로 이란과 전쟁까지 하려 할 수 있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벌인다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규모가 큰 국제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