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광물협정’ 난항…종전협상은 특사들끼리 ‘딴 소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안한 광물협정 새 초안을 두고 실무 협상이 시작됐지만 ‘약탈적 조건’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순탄치 않은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휴전 협상도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경제부 무역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을 찾아 광물협정 회담을 진행했다. 지난달 23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새 광물협정 초안을 전달한 뒤 양측이 대면 접촉한 건 처음이다. 로이터는 회담이 “매우 적대적인 분위기” 속에 이뤄졌으며 돌파구 마련은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난항은 새 광물협정 초안에 우크라이나가 이전보다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조건이 담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가스관(사진)을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IDFC)가 통제하겠다는 조항을 이번에 추가로 포함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구소련 시대 건설된 이 가스관은 러시아 서부 수자에서 시작해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와의 국경 지역인 우크라이나 우지호로드까지 이어지는 1200㎞ 길이다. 우크라이나의 핵심 인프라이자 주요 에너지 수송로로 평가된다. 미국이 희토류 등 천연자원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인프라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통제권을 주장하자 우크라이나 내부에선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싱크탱크 경제전략센터의 수석 경제학자 볼로디미르 란다는 “미국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노리고 있다”며 “미국이 내세우는 식민주의적이고 강압적인 요구를 우크라이나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담당 특사는 같은 날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4시간30분 가까이 회담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러시아 지배권을 인정하는 게 휴전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재차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위트코프 특사의 러시아 방문 후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방 지도자 중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휴전 협상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방법을 두고 트럼프 정부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러시아와 지나치게 밀착하는 위트코프 특사의 행보에 대해선 공화당에서도 일부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키스 켈로그 러시아·우크라이나 특사는 11일 영국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후 베를린처럼 비무장지대(DMZ)를 설정할 수 있다”며 위트코프 특사와 견해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2차 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에, 러시아를 승리한 연합국에 빗댔다는 등 발언에 논란이 이어지자 켈로그 특사는 엑스를 통해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지하는 ‘휴전 후 안정화 병력’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