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미군사령관 "한국 새 대통령 '준동맹' 수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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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5-19 10:47 조회1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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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미군사령관 "한국 새 대통령 '준동맹' 수용해야"
- 김진호 에디터
- 승인 2025.05.16 16:40
한미일 협력 사실상 강요…결례 외면하는 '과도정부'
"미군 방위조약상 모든 걸 할 수 있다" 잇달아 단정
동해서 러시아 막고, 서해서 중국 막는다는 '폭탄선언'
몸만 한국에 두고 있을 뿐 "적(중국)의 관점서 본다"
새 정부 곧 마주할 '안보 현실' 미리 짚어야 할 이유
"대한민국 새 지도자는 6월 4일부터 '일종의 동맹'이 기로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브런슨, 13일 디펜스뉴스 인터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USFK) 사령관의 말이 갈수록 선을 넘고 있다. 최근 상원 군사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이 러시아와 중국 대처용이라고 말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한국 새 대통령을 상대로 결단을 촉구했다. 미국 국방전문 매체 디펜스뉴스 인터뷰에서다.
일개 군사령관이 당선되지도 않은 동맹국 대통령에게 당선 다음 날부터 모종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한국 새 정부가 '통합억제(ID) 전략'이라는 미국의 큰 그림에 동의하기를 바라는 염원 수준을 넘었다. 강요하는 뉘앙스다. 한미 간 비대칭 동맹관계를 감안하더라도 외교적 관례의 '선'을 넘은 것. 양국 정상이 결정할 사안이다. 그의 파트너는 우리군 수뇌부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국가 간 관계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잇달아 연출되건만, 자주 그렇듯이 대한민국 외교부, 국방부는 입을 닫고 있다.
'일종의 동맹(alliance of sorts)'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준동맹'으로 격상한 것.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 대선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의 지속 여부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나왔다. 그는 "위협이 계속 전이되고 있기 때문에 그게(한미일 협의가) 살아남을 걸로 본다"면서 중동에서 벌어지는 대리전과 북한의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 파병, 중국이 여전히 북한의 후원국임을 '위협 전이'의 사례로 꼽았다.
브런슨이 같은 질문에 답하면서 "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배운 사실이 하나 있다면 동맹의 힘, 대리(Proxy)의 힘"이라고 강조한 것 역시 문제적 발언이다. 한국과 일본이 마땅히 미국을 대리한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한 말이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대리전을 수행하는 주체는 '국가'가 아니다. 헤즈볼라와 예멘 반군 등 무장그룹 수준이다. 한국 전쟁이 강대국들의 '대리전(Proxy War)'이라는 역사적 해석에 민감한 한반도 거주민이 듣기에 부적절한 단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전략폭격기 B-52H가 19일 청주 공군기지에 정착해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아닌 계제에 미 전략자산이 국내 공군기지에 착륙한 것은 처음이다. 2023.10.19.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510_43871_3522.jpg)
그는 또 주한미군이 최근 중동에 이동 배치한 패트리엇 미사일 2개 포대의 귀환 시기를 묻는 말에 "언제일지 정확히 모른다"라면서 " 군사능력이 한반도를 떠난 건 처음이 아니라 얼추 50~60차례 있었다"고 심드렁하게 답했다. 국내 일각에서 전력 공백을 우려했던 사안이다. 그는 이어 "나의 임무는 상호방위조약의 '엄격한 기준(stricture)'에 맞추는 것이다. 단언컨대 우리는 해야 할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주한미군은) 나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걸(the stuff)' 돌려받기를 원할 뿐이다"라고 역설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그의 논리는 지난 4월 10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도 드러났다. 조약에 '적'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양국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직면해 상호 원조를 제공하게 돼 있다"고 짚었다. 이 대목이 북한과 러시아, 중국,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결탁이 미국과 한국의 이익을 갈수록 위협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단언했다.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에 대해 '한반도→동북아' 순서로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그는 의원 문답에서 순서를 '동북아→한반도'로 바꿨다. 주한미군 감축 예상과 관련, "우리가 한반도에서 제공하는 것은 동해에서 러시아에 대가를 치르게 할 잠재력과 서해에서 중국에 대가를 치르게 할 잠재력, 현재 작동하는 대북 억제력"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덜 주목받은 '폭탄선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에 승선하고 있다. 2023.7.19 [대통령실 홈페이지]](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510_43872_379.jpeg)
한덕수-최상목-한덕수 권한대행의 '대통령 행세'가 이어지던 시점이다. 브런슨의 말은 중국과 러시아가 한미에 위협을 가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 유사시 주한미군이 미·중, 미·러 분쟁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임을 공표한 것이다. 분쟁에 북한이 포함된다면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 연합사(CFC) 사령관으로 한국군에도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한다. 자칫 한반도가 세계 대전의 화약고가 되는 것을 가정한 말이다. 브런슨은 유엔사 사령관 모자도 쓰고 있다. 그는 최근 뉴질랜드 파견대가 유엔사에 합류한 것을 소개하면서 "유엔사의 구성과 태세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주재 각국 대사들이 너도나도 자국 군대를 한반도에 데려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유엔사 18개국이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1954년 8월 8일부터 발효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적'을 특정하지 않은 건 틀리지 않는다. '외부로부터의 무력 공격(제2조)'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 공격(제3조)'로 명시했다. 한국은 미군의 한반도 안팎 주둔을 허여(grant)하고, 미국이 수락(accept)했다(제4조). 그러나 71년 전의 조약 문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정서이자 한국의 인식이다. 단언컨대 미·중, 미·러 분쟁에 개입되는 걸 원하는 한국민은 없다. 일개 사령관이 "조약상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떠들 사안이 아니다. 미·중, 미·러 분쟁을 전제로 한 주한미군의 운용 및 유사시 한국군 가담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대한민국 지도자가 과연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이 깊은 상처를 남긴 동맹국 근대사에 대한 이해는 물을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예방하고 있다. 2025.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https://cdn.mindlenews.com/news/photo/202505/13510_43868_2052.jpg)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군사 전략의 밑그림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3월 29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임시 국방전략 지침' 문건에 따르면 기존 포석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화한 '통합억제(ID) 전략'의 테두리 안에 있다. ID는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동맹 및 우방과의 협력하에 함께 대처한다는 것. 헤그세스 지침은 국방의 최우선 순위를 중국의 대만침공 저지와 미국 본토 방어로 설정, 주한미군의 임무 역시 '대중 억제'에 방점을 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12월 20일 사령관으로 취임한 브런슨은 이미 그 기조 위에 서 있다. 몸만 한반도에 있을 뿐, 동북아를 적의 관점, 즉 중국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디펜스뉴스가 전한 그의 사무실 풍경에는 두 개의 지도가 있다. 벽에 걸린 직사각형 세계지도와 프린트한 종이로 갖고 있는 지도가 그것이다. 두 번째 지도는 중국 동부 해안에서 한반도 쪽을 담은 것. 워싱턴 주요 회의 때마다 그가 들고 다니며 주한미군사령부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 사용한 지도다. 브런슨은 "적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해 당신이 어디에 있고, (군사) 역량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12.3 내란의 법적, 제도적, 매조지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미국의 시계는 국내 정치의 시계와 따로 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뿐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보환경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새 정부 취임까지 기다릴 계제가 아니라고 본다. 브런슨의 발언을 계기로 안보 상황 진단에 나서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