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관세·안보 패키지” 의미는

앞으로의 운명은 10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 협상 난항에 ‘동맹’ 큰 틀에서 한국 기여 강조한 듯
순항 땐 내달 1일 전 개최될 수도…전작권은 추후 논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전달한 메시지는 관세 문제를 ‘동맹’이라는 포괄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자 한국의 기여를 강조할 수 있는 국방비 등 안보 문제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이 이를 수용한다면 한·미 간 안보 분야 협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지난 9일 방미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브리핑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에게 3가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하나가 통상·투자·구매·안보 등의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협의를 진전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는 경제와 안보 분야를 한 테이블에 놓고 협상한다는 “원스톱 쇼핑”(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별개로 진행되는 관세 협상과 안보 분야의 협의가 각각 원만하게 이뤄져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관세 문제로 갈등이 불거지면 안보 등 다른 현안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동맹 발전과 신뢰’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또 미국이 ‘한·미 동맹 현대화’를 언급하며 국방비 등 각종 안보 관련 이슈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이를 역으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 실장은 브리핑에서 “관세·비관세는 동맹관계 전체 모양의 한 부분”이라며 “동맹의 엔드 스테이트(최종 상태)까지 시야에 놓고 협상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안보 분야 가운데 한국의 국방비 인상, 주한미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을 논의하고 있다. 양측이 한국 국방비를 증액해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정부가 우선 국방비 문제를 관세 협상의 카드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원스톱 쇼핑을 통해 경제·통상과 외교·안보가 섞이면 상당한 혼란이 일 수밖에 없어 협상이 쉽지 않다”며 “(위 실장의 발언은) 관세 협상이 여의치 않으니 동맹이라는 점과 국방비 인상 등 우리의 기여를 고려해달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세와 안보 등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관세 유예기한인 다음달 1일 전에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다. 위 실장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건 여러 채널의 협의를 잘 마무리 지어 정상회담으로 가져가는 것”이라며 “관세 협상과 안보 협의가 좋은 결론으로 향하면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쉬워지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위 실장이 미국 측에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조기에 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민감한 주제인 주한미군과 전작권 문제는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위 실장은 “그 논의는 (통상 문제보다) 조금 더 길게 끌고 갈 가능성이 많다”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두 사안도 방향성에 합의가 이뤄지면 별도의 정상회담에서 큰 그림에 합의를 한 뒤 실무선에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협의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