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통과시킨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의회 승인 없이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직 최종 단계의 법안은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의회 차원의 견제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가 공개한 2026회계연도 NDAA 요약본에 따르면 지난 11일 가결된 법안에는 “국방장관이 의회에 한반도에서의 미군 태세 축소나 연합사령부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인증하기 전까지는 그런 조치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은 또한 합참의장과 인도태평양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독립적인 위험 평가”를 수행할 것을 지시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해 말 의회를 통과한 2025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이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으로 유지하도록 명시했지만, ‘감축 제한·금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처음 포함된 것은 트럼프 집권 1기인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이다. 당시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데 국방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다 동맹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자 감축 제한 조항이 빠졌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 상원이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다시 넣기로 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를 검토하는 기류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회 승인 없는 전작권 전환을 금지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2기 국방정책을 주도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동맹들의 역할을 확대해야 하며, 한국에 대한 전작권 전환도 그 일환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왔다.
NDAA는 미 국방정책에 따라 매해 국방 관련 예산 지출을 책정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상원과 하원의 군사위를 각각 통과한 뒤 상·하원 본회의를 거쳐 단일안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향후 처리 과정에서 내용이 바뀔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