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소식

홈 > 소식 > 자료실
자료실

[기고-고승우] 헌재는 국보법을 즉각 전면 폐지하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10-25 09:49 조회680회

본문

헌재는 국보법을 즉각 전면 폐지하라

  •  고승우
  •  
  •  승인 2022.10.24 14:48
 

[기고]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문

국가보안법(국보법)은 헌법 1조 2항, 즉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위배된다. 국보법 제2조, 제3조, 제4조, 제6조, 제7조, 제10조가 특히 그렇다. 국보법 2조는 반국가단체 정의, 3조는 반국가단체 구성, 4조는 목적수행, 6조는 잠입·탈출, 10조는 불고지이며, 7조는 찬양·고무에 대한 것으로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국보법은 그 입법취지가 대단히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다. 우선 사회주의 사상을 절대적 권능이나 마력을 지닌 것으로 여겨 그것을 접하기만 하면 세뇌 당한다는 식의 전제가 깔려 있었다. 이는 인간의 판단력이나 이념과 사상은 시대적 환경이나 그 구조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영원불변하기 어렵다는 것을 철저히 외면한 것으로 이승만 독재자가 민주주의를 탄압하려고 만든 희대의 악법이다.

1. 국보법 입법취지 대단히 야만적이고 폭력적

국보법은 북한 지역 주민 전체를 접촉, 통신 불가 대상으로 강제하면서 친인척 간의 최소한의 관계조차 불법 시 하고 있다. 동시에 국민 누구나 북한을 접하고 생각하면 즉각 비이성적인 존재로 전락 가능하다는 심각한 국민 모욕적 내용을 담았으므로,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다.

민주화가 크게 진행된 오늘날에도 국보법은 간첩조작이나 북한 서적 남한 판매, 남북교류협력에 열중하려는 시민을 괴롭히고 고통을 주는 수단이 되고 있다.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커서 남한에서는 음식이 차고 넘치고 TV에는 먹방이 쏟아지지만 북한은 식량이 부족해 주민 절반 정도가 영양결핍 상태인 것에 대한 남쪽의 사회적 무관심은 섬뜩할 정도다. 국보법의 후과다.

이산가족 1천만 시대라 했는데 어느 누구도 북한에 있는 친척에게 식량 보내자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다. 또한 해외 자선기관에 기부를 호소하는 광고가 줄을 잇지만 북한 동포에 대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비정상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 되도록 정신 상태를 뒤틀어 놓은 것이 국보법이다.

요즘 지구촌이 신냉전으로 두 조각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신냉전은 90년대 초 이념대결로 치열했던 냉전시대가 재현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냉전의 형태는 90년대를 전후해 역사의 뒷길로 사라졌다는 점이다. 국가 사회주의가 실패하면서 그쪽 이념사상이 파산했다는 것으로 결판난 것이다. 오늘날 신냉전은 국가이기주의 패권주의가 주 원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념, 사상을 민족에 우선했던 국보법이 없어지지도 않고 21세기에도 살아 있다.

국보법을 만드는데 기여한 이승만을 보면 친일파를 온존시킨다는 취지도 강했지만 사회주의에 대한 증오와 공포가 지극히 커서 6.25 전쟁이 나자 서울 사수를 방송해 놓고 자신은 수원으로 도망가면서 한강다리를 폭파시켰다. 그는 정전협정이 타결될 경우 남한은 괴멸할 것이라는 식으로 반대하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강제로 제거될 뻔했다.

이승만은 1300여 년간 통일국가를 이뤘던 한민족이 외세에 의해 남북으로 양단되자 이념은 민족에 우선한다면서 좌익, 빨갱이로 지목되는 동포는 누구든 집단학살을 자행토록 군경을 독려했다. 그는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공존 또는 통합하자는 정책을 한 번도 입 밖에 꺼낸 적이 없고 4.19 혁명으로 쫓겨나기 직전까지 무력에 의한 북진통일을 외쳤다.

2. 국보법 과거 7차례 개정 불구 기본권 침해 심각

국보법은 1948년 제헌국회에서 제정·시행된 이래 모두 7차례 개정되었으나, 여전히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어 최근까지도 국가인권위원회, 정치권과 시민사회 및 국제사회로부터 폐지 및 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보법은 그 제정 이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민주주의 토대를 원천적으로 부정해 왔다. 국제적으로 악법으로 지탄받는 국보법이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면 장관, 국회의원, 대학총장, 공안검사를 비롯해 노동자와 일반서민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포함되고 변호사의 변론, 신문 기사, 그림, 영화, 소설, 심지어는 취중농담까지 단죄의 대상이 되었다.

이 법의 적용으로 인한 폐해는 인권침해는 물론 민족보다 이념을 우선하는 식의 이데올로기를 전체 사회에 강요한 거대한 체제로 군림해 왔다는 점이다. ‘국가안보’ 또는 ‘반공‧반북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부차적인 것이고, 국가나 정권이 인정하는 사고의 틀을 벗어난 생각, 사상은 처벌해야 한다는 ‘의식’을 주입하는 결정적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였고,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심리 중이던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사건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한데 이어 2022년 9월 8일 헌법재판소에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제3항·제5항은 국제인권법 등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와 사상·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1호에 의거 “인권”이라 함은 “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규정으로 헌법상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 국제인권법(1990. 7. 10. 대한민국이 가입한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등), UN의 권고(위 국제규약에 의거한 한국정부에 대한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 1992. 정부 최초보고서에 대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 1995.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아비드 후세인에 의한 권고. 1999. 제2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를 주요 판단의 준거로 삼아 국보법의 폐해를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1)

- 국보법 전체 조항 기본적 자유와 권리 침해 소지
국보법 각 조항들 중에서도 특히 제2조, 제3조, 제4조, 제7조, 제10조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이자 근대 시민형법의 최고 원리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며 양심․언론․출판․집회․결사․학문․예술의 자유 등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다. 나머지 조항들은 이상의 제2조, 제3조, 제4조, 제7조, 제10조에 대해 보완적인 성격을 가지는 조항으로서 대부분 형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해 의율이 가능한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 국보법 제2조, 제3조 및 제4조 (반국가단체)의 문제점
국가보안법 제2조, 제3조 및 제4조의 내용을 보면, 국보법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범죄행위 실행 전단계의 ‘예비․음모’까지 광범위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근대형법의 ‘행위형법의 원칙’에 반하는 심정형법이다. 또한 형벌법인 국보법은 보다 강한 명확성과 구체성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국가단체의 규정 자체를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죄형법정주의 위배에 따른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 국보법 제7조(찬양고무등)의 문제점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 조항은 헌법상의 언론·출판·학문·예술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와 형벌과잉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 또한 국가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와 관계없는 경우까지 확대 적용될 만큼 불투명하고 구체성이 결여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한계를 넘는 문제와 함께 법집행자의 자의적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있다,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심각한 반인권적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국보법 7조에 의한 인권 침해 실태는 1991년 국가보안법 7차 개정이후인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시절 10년(1993.2.25.-2003.2.24.) 동안 국보법 관련 전체 구속자 3,047명중 제7조 관련 구속자는 2,762명으로 90.6%에 이르고 있어, 국보법 제7조의 남용이 심각한 상황이다.

찬양․고무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재정권 강화 목적에 부응하여 날치기 및 비상입법의 방법으로 편입되었고, 정치적 반대자를 억압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또한 찬양‧고무 조항은 그 대상이 ‘표현’행위에 대한 처벌인 까닭에 처벌유형이 명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법집행기관의 자의적 적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인해 비난받는 국보법의 대표적인 개념이다.

인권위는 국보법 제7조가 △법문의 다의성과 추상성 그리고 적용 범위의 광범성 등으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하고, △국가의 존립이나 안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대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성에 대한 평가 없이 단순히 이를 처벌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이 가입한 「자유권규약」 등에도 부합하지 않는 규정이므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관련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 4월 2일 ‘국보법 제7조에 관한 위헌심판’ (89헌가113)에서, 구(舊)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구성원’, ‘활동’, ‘동조’ 등의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이며 그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고 지적하면서도, 해당 규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적용 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라고 한정합헌 결정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결정을 바탕으로 1991년 「국가보안법」 제7조가 개정되었고, 헌법재판소는 이후 계속해서 「국가보안법」 제7조를 합헌으로 판단해 왔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8번째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제7조를 위헌으로 결정함으로써,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가치가 더욱 폭넓게 존중될 것을 기대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 국보법 제10조(불고지죄)의 문제점

침묵의 자유 혹은 묵비의 권리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내심의 영역을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나오는 인권이다.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입장에 따라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이다.”(1991. 4. 1 89헌마160)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헌법에 규정한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대표적 악법 조항이다.

- 국보법과 헌법 제6조, 국제인권조약(UN 권고)과의 관계에 따른 문제점

대한민국이 당사국인 국제인권조약, 특히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내법적 효력을 가진다. 그런데 국보법은 동 규약 제9조, 제18조, 제19조와 양립할 수 없어 폐지되어야 될 법률이라는 것이 국제인권기구, 특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 지속적인 권고를 통하여 확인되고 있다.

3. 국가보안법은 기존 형법 등 관련 법 규정에 의한 대체 가능

국보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을 비롯한 규제행위대상은 원칙적으로 형법의 내란죄와 외환죄 그리고 공안을 해하는 죄의 장과 겹치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처벌규정은 형법의 처벌규정과 중복된다. 국보법 제3조부터 제13조까지의 처벌규정은 대부분 형법 등 다른 법률의 처벌조항과 중복되거나 가중 처벌하는 것일 뿐이고, 특히 형법 각칙편 제1장 ‘내란의 죄’와 제2장 ‘외환의 죄’의 적용․해석을 통해 충분히 규율 가능하므로 처벌공백이 생기는 부분은 거의 없다.

다만, 국보법 제10조(불고지)의 경우에는 현행법상에서 처벌공백이 생긴다고 할 수 있으나, 이 규정은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폐지되어야 하므로 사실상 존치하여야 할 조항은 없게 된다.

-국보법과 반국가단체 관련 사항

국보법을 폐지할 경우, 그 동안 북한 관련 안보 범죄를 처벌할 때 이용해온 국보법상의 ‘반국가단체’ 관련 개념을 형법 내용으로는 담아낼 수 없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다. 하지만 법원은 북한 관련 안보 사범의 처리에 있어서, “북한은 간첩죄의 적용에 있어서 이를 국가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다”고 판결(대법원 선고 4292형상180, 71도1498호, 82도3036호 등)하여 왔다.

즉 국가 안보 사범에 대하여는 형법상의 간첩죄(98조)로 의율하면서 북한을 ‘준적국’으로 취급해오고 있으므로, 이는 형법상 ‘외환의 죄’에 의한 규율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을 추종하거나 간첩행위를 하면 형법상 간첩죄로, 그리고 국헌문란, 변란을 일으키면 형법상 내란․외환죄로 처벌되고 있는 만큼 국가보안법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

국보법을 폐지할 경우, “광화문 네거리에서 ‘김정일 만세’를 외치거나 인공기를 흔드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법률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위와 유사한 행위들이 국가의 기본질서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고 집단화되어 폭력성을 가질 경우에는 형법 제115조(소요), 116조(다중불해산) 등의 ‘공안을 해하는 죄’로 처벌될 수 있고,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도로교통법, 경범죄처벌법 등의 적용이 가능하다.

- 국보법과 남북한 유엔 가입, 남북정상회담 등과의 관계

남북한 양측은 1991년 9월 18일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였으며, 북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국제법적으로 공식 인정된 독립국가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유엔헌장 제4조에 따르면 유엔가맹국의 자격조건은 국제법상의 주권국가로서 유엔헌장의 의무를 수락하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한반도의 북측 지역을 무단으로 점령하고 있는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국제법적으로는 ‘사실상의 국가’로 보는 것이 변화된 시대적 환경과 국제법 질서에 맞는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적으로 남북은 국보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1972년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사상, 제도, 이념의 차이를 초월하여 평화적 방법에 의한 민족 통일”을 하기로 합의한 이래, 2018년까지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또한 남북한 간에 정치‧경제‧군사‧사회 분야에서 각종 남북총리급회담, 남북고위회담 등을 통해 선언이나 각종 합의 사항을 발표해 북한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라고 주장하는 국보법과 상충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져 국내외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

즉 남한 내부에 반북을 전제하는 국보법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탈냉전과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기본합의서나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등이 존재함으로써, 완전히 모순되는 두 개의 법 가치‧체계가 병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은 ‘반국가단체’, ‘적’이면서 동시에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상의 대등한 주체인 이중적‧모순적 법적 지위가 부여되어 있는 상태로 그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 북한 대남전략과 국보법 존치 문제

국보법 존치를 주장하는 일부에서는 북한의 대남 전략 및 법체계의 변화 없이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는 남한의 국보법과 같은 안보특별법이 없으며, 북한 헌법 제9조는 사회주의 건설의 범위를 북한지역으로 한정시키고 있다. 북한 형법에 ‘공화국’을 전복하려는 무장 폭동, 테러, 간첩행위 등 ‘국가주권을 반대하는 범죄’와 ‘민족해방에 반대하는 범죄’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들은 우리 형법의 내란‧외환‧간첩죄와 기본적으로 동일한 내용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북한 법체계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한 것이다.

4. 결론에 대신해서

국보법은 지난 1948년 12월 1일 일제의 치안 유지법을 모태로 좌익 활동과 반정부 활동을 탄압하기 위해 제정됐다. 탄생부터 개인의 사상과 이념을 제한한 반민주적인 악법이었다. 이 법은 국내외에서 악법으로 지탄받아왔으나 70년이 넘도록 아직 살아있다. 비핵화, 남북교류협력 등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 법은 한미동맹과 함께 두 개의 거대한 성역으로 버티고 있다. 대중매체는 이런 프레임에 수십 년간 갇혀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심각한 상태다.

세계인권선언에 반하는 국보법이 한국을 지배해 온 지난 70년 동안 양심과 언론 자유, 민주주의는 처참하게 유린돼 왔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1961년~2008년 2월까지 1만4000여 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매년 298건이 기소된 것으로, 거의 매일 한 건 꼴로 국보법 위반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이런 비극적인 사실이 국제 사회에 알려지면서 남한의 위상은 추악하게 일그러졌다.

이승만 독재 정권에 이어 등장한 박정희 군사 쿠데타 정권과 그의 피살에 이은 전두환 정권까지 수십 년 동안 안보를 앞세워 국보법을 휘두르는 철권통치가 자행되면서 이 땅의 민중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군인 정치인들은 공포정치를 자행하기 위해 국보법을 이용해 인권을 탄압하고 정치적 자유를 유린했다. 제도언론은 정권이 양산하는 갖가지 국보법 사건의 정부 발표문을 받아쓰는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었다.

현재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된 상황이지만 국보법상 북한에 대해 그나마 자유로운 사람은 대통령이 유일하다. 국보법에 따르면 어느 누구도 남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 자칫 고무 찬양 죄에 저촉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반도 미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청사진을 제시할 경우 북한 주장에 동조한다는 죄명을 뒤집어 쓸 위험이 있다.

국보법은 이 사회 사상과 상상의 자유를 70년 동안 억압하면서 사회적 상상력을 차단, 변질시키는 폐해를 낳고 있다. 북한을 궤멸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 법은 남한 사회에서 경쟁 상대를 공존의 대상이 아닌 반드시 물리쳐야 하는 존재, 즉 선과 악의 개념 속에서의 존재로 축소하는 논리만을 광범위하게 유포시키고 있는데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국보법은 북한에 대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말라는 악법이다. 공자는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즉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너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우리는 어떤가. 만약 북한에 대해 긍정적 또는 수긍하는 태도를 갖거나 행동한다면 고무찬양 또는 동조죄를 저지른 범법자가 된다. 국보법은 개인의 사상과 이념을 제한하고,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탄압한 악법이다. 이 법은 결국 간첩의 개념을 확대하고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의 유포를 막는다는 미명아래 실질적으로 언론 자유를 억압한다.

국보법은 초등교육~고등교육 교과서 전반을 검열하고 일상적인 언론보도를 통제하고 있는 최장, 최대, 최악의 보도지침이다. 청소년이 통일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하는 현실은 국보법이 허용하는 제한 된 공간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에게 당연한 논리적 결론이다.

국내 언론은 수십년 동안 국보법에 갇혀 버린 상태로 이는 진보, 보수, 수구언론 모두 공통적이다. 언론은 국보법의 통제를 일상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심각한 불평등 상태인 한미군사관계에 대한 보도를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민주와 인권 두 분야에서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현해 한미동맹관계가 국격을 해치고 자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국치라인데도 진보언론조차 한미관계와 국보법 폐해에 대해 무감각해진 현실은 대단히 심각하다.

국보법은 몇 개 조문의 개정으로는 그 문제점들이 치유될 수 없고, 그 법률의 자의적 적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역사, 법 규정 자체의 인권 침해 소지로 인해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켜온 바 ‘전면 폐지’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인권위가 제시한, 더 이상 존재하지 말아야 할 국보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은 아래와 같다.2)

첫째, 그 제정과정에서부터 태생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기본법인 형법이 제정된 이후에 이루어진 수 차례의 개정도 국민적 합의 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한 채 이루어졌다. 따라서 국보법은 법률의 규범력이 부족한 법으로서 그 존재 근거가 빈약한 반인권적 법이다.

둘째, 국보법은 행위형법 원칙에 저촉되며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할 소지가 많은 점이 지적되고 있다.

셋째, ‘국가안보’ 관련 사안은 형법 등 다른 형벌 법규로 의율이 가능하여 국보법이 폐지되더라도 처벌 공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단 필요시, 미흡한 부분에 대하여는 형법의 관련 조문을 개정‧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의 여론과 결정을 수용할 필요가 있으며, 시대적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자세로 북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 시대상황은 급변하고 있어 후손에게 살맛나는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객관적 상황 인식이 절실하다. 국내외적으로 모든 분야가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식의 심각한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급변하는 시대다. 특히 정권교체가 반복되면서 우여곡절을 겪지만 촛불혁명 등에서 확인된 것처럼 민중이 민주주의와 개혁의 심판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어 국보법으로 부당하게 민주주의 공간이 축소된 비정상이 지속될 경우 민중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한국의 국력이, 경제력은 세계 12-13위권이고 군사력은 세계 6위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는 하나 그 외에 매년 국방예산은 남측이 북측에 비해 수십 배가 되는 상황이다.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종속, 예속이 심화된 상태를 어떻게 정상화할지 남북의 평화적 교류협력과 통일은 어떤 방식이 될 것인지 등에 대한 전 방위적인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보법으로 국민의 한반도 상상력을 송두리째 억압하고 있다. 국보법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될 악법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헌재는 한반도가 처해 있는 역사적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세계가 지탄하는 악법 국보법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철폐해야 한다. 헌재가 국보법 2,7조 등 일부 조항만을 가지고 국민의 세금을 축내는 소극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주]

1) https://www.humanrights.go.kr/search/index.jsp

2) https://www.humanrights.go.kr/search/index.jsp

 

고승우(언론사회학 박사)

전 민언련 이사장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

 

 


브라우저 최상단으로 이동합니다 브라우저 최하단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