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연재]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한미동맹 현안 점검(10)-한반도에서 전쟁 공포 사라지도록 언론 노력해야(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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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4-14 15:44 조회2,05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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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 승인 2021.02.20 03:00
한반도 전면전, 남북은 파멸적 피해만 입어
우리 헌법 제 76조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되어 있다. 전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명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 조직은 전쟁에 대비해 국방을 맡는 국방부와 평화적인 방법, 즉 대화와 협상으로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부와 통일부 등이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한반도 사태에서 외교 군사적 자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취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이 자국 법에 의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려 하는 것을 우리 정부는 적극 저지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다. 이는 국민의 입장에서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미국에 미 대통령의 선제공격권이 한국에서 발동되어서는 안 될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국민에게도 안심해도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그것이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는 것 아닐까.
정부를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제 4부인 언론이 해야 할 책무이다. 공공, 공익을 앞세우는 공영언론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한국 언론은 한반도의 전쟁 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진정시키는, 그래서 세계적으로 박수갈채를 받는 것과 같은 보도할 한 적이 거의 없다. 남북한과 동북아 전체를 객관화시켜서 모두가 윈윈하는 식의 한반도 해법을 내놓는 일은 하지 않는다.
언론은 한반도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양쪽이 다 패자가 될 것이라는 식의 보도 또한 좀체 하지 않는다. 전쟁이 나면 멸공통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국보법을 지지하는 세력이 주장하는 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쟁이 남측 승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북이 붕괴할 것이라는 강한 희망에 역행하는 기사는 종북, 친북 공세의 표적이 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멸공통일이라는 식의 보도만 하면서 할 일 다 했다는 식의 자기 검열이 체질화되어 있다.
한반도의 특성상 전쟁이 나면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승리가 보장되기 어렵다. 1950년 한국 전쟁에서 그것이 입증되었고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 시 남북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핵과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는 여러 개가 나온 바 있다. 그 가운데 남북 모두 방어력이 공격력에 비해 크게 앞선 상태로 양쪽 모두 패자가 될 것이라고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이 몇 년 전 보도한 바 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2016년 3월17일 군사전문가 콘스탄틴 시브코프의 말을 인용해 남북한의 공격과 방어에 대한 군사력을 비교할 경우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승자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남한의 방공체계는 북한의 전략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지만 북의 이동식 미사일과 다량의 미사일 동시 발사에는 취약할 것이다. 남한 해군은 해상 지뢰 제거 장비가 취약해 개전 초 북한 해역에서 작전 수행이 어렵고 상륙작전 지원 시 북한 해안 방어력 제압에 제한적일 것이다.
북한 지상군은 노후 무기 때문에 남측에 대한 공격작전이 어렵고 남측 지상군은 북측의 탱크 저지 무기와 포 부대, 강력한 방어진지 등으로 북진이 어려울 것이다. 북한 공군은 노후화 되어 남측을 성공적으로 공격하기 어렵고 남측 공군은 북측의 지상 방공 체제를 제압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군은, 현대화된 군 장비를 갖추고 강력한 공군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측 군에 대해 효과적인 방어력을 보이겠지만 북한군의 남측 공격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성공 가능성은 의심스럽다. 한국군은 북한군에 비해 현대화된 군 장비로 무장하고 있지만 북한 영토로 진격할 경우 휴전선 북측 지역의 산악지형과 요새화로 효과적인 공격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북한 육군은 구식 장비로 무장했지만 현역군인 1백만, 예비병력 450만명이 탱크 저지 무기와 야포 부대로 무장하고 강력한 진지 망을 구축하고 있어, 군 장비가 현대화된 남한 군이 병력에서 1.5~2배, 공군력 우세라 해도 효과적인 방어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육군은 현 상태에서 구식 탱크를 보유하고 있는 등 공격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북한군은 남한 군의 북진 시 대규모 게릴라전을 수년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특수전투 부대는 남측의 십여 개 전략 지역 등에 걸쳐 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북한군의 미사일 부대는 남측 미군 부대나 한국군 주요 군사 지역 다수에 타격을 가할 수 있고 북한군의 핵무기 1~5개는 일본, 미국, 한국 등의 군사 목표를 공격할 수 있지만 이는 미국 미사일 방어망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공군력은 매우 취약해 개전 2~5일 안에 파괴되면서 남측 지상 목표를 공격할 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방공 능력 가운데 이동식 방공미사일과 방공포대는 남측 공군력의 북한지상군에 대한 공격을 방어할 것이다. 남측은 이를 격파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공군기 8백대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북한의 해군력의 주축인 미사일 함정, 잠수함은 남측의 현대식 구축함과 순양함의 적수가 되지 못하지만 다양한 수중 지뢰는 남측의 북진에 강력한 저지력이 될 것이다. 북한군은, 현대화된 군 장비를 갖추고 강력한 공군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측 군에 대해 효과적인 방어력을 보이겠지만 북한군의 남측 공격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성공 가능성은 의심스럽다.--
이상과 같은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통신의 보도가 어느 정도 사실과 부합할지 여부는 불투명다. 특히 향후 한국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 등 과거 6・25 참전국들의 참여 가능성 등 여러 변수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남북한 양측 군사력이나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엄청난 소모전이 전개되면서 파멸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남북은 전쟁 발생 시 양측 어느 쪽도 승리를 확신할 수 없지만 한반도 주민들이 그로 인한 참혹한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핵무기 사용 결정권자가 당면할 ‘딜레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진행되면서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남한에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한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그런 반증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은 얼마나 되며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는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핵사용을 기본 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대북 선제공격이 가능한데 이 부분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는 선제공격을 놓고 미국의회와 미대통령이 몇 년 전에 벌인 샅바싸움에서도 확연히 들어난 바 있다.
미국 상원은 2017년 11월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는 걸 막기 위한 법안을 일주일 새 3건이나 무더기로 발의했다(자유아시아방송 2017년 11월1일). 행정부의 독자적인 대북 선제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이 세 개 법안은 공통적으로 의회의 사전 승인 없는 대북 선제공격이 헌법 위배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위협이 임박한 경우, 북한의 기습공격 격퇴 등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대통령이 대북 군사공격에 앞서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미 의회는 이를 강제하기 위해 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 배정권을 활용해 대북 군사공격에 필요한 관련 예산의 집행 금지를 못 박았다.
당시 이 법안들은 가결되지 못했지만 한반도에서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충격을 준다. 미 의회의 이런 입법 시도는 과거 통킹만 사태, 이라크 침공 등과 같은 미국 대통령의 선제공격이 북한을 상대로 벌어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헌법이 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어 미 의회는 대통령의 선제공격을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유권해석이 나온 바 있다. 미 대통령의 대북선제 공격 가능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미 대통령의 선제타격권과 관련해 미국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이 지난해 9월 발간한 <격노>에서 드러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미국을 겨냥한 북한 미사일을 격추시킬 권한을 부여했으며 이에 매티스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대비해 군복을 입고 잤고, 기도를 위해 워싱턴대성당을 찾기도 했다(뉴스1, 2020년 09월14일).
매티스 장관은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북한에서 날아오는 어떤 미사일이라도 요격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하자, 워싱턴DC의 국립대성당을 찾아 “만약 그래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몇 백 만 명의 사람들을 태워버릴 수도 있는데”라며 “아무도 수많은 사람을 죽일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게 내가 직면해야 했던 것”이라고 고뇌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후 북한 정권 교체를 위한 작전계획 5027을 수정보완하면서 “북한에 대한 핵무기 80개의 사용 카드를 포함시키고 북한 지도부 타격을 위한 ‘작전계획 5015’도 업데이트했다”고 우드워드 부편집장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북한 핵 공격권을 위임한 것은 일본에 두 개의 핵폭탄 투하를 결정한 투르만 대통령의 ‘딜레마’를 피하기 위한 꼼수였다고 추정된다. 트럼프는 실제 대북 핵 공격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매티스 장관이 최종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책임을 전가하려 시도한 것같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미국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했던 당시 투르먼 대통령이 도덕적 비난을 피하려 했던 것에서 발견된다. 당시 투르먼의 결정에 의해 22만명이 화염과 폭풍, 방사선에 의해 사망했고 수 만 명이 부상한 것에 대해 핵 공격 결정이 정당했는지 등을 놓고 논란이 발생했다. 이런 논란은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이 현실화됐을 때 피할 수 없고 미 대통령은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트럼프는 미리 내다 보고 국방부 장관에게 핵 공격권을 위임하는 식의 행동을 한 것으로 풀이 된다.
투르만 대통령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를 결정한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느냐를 두고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논란은 △핵 투하가 미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작전을 펼 경우 발생했을 막대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어서 정당했다는 주장과 △당시 소련을 견제할 목적으로 항복의사가 있었던 일본을 희생양으로 삼아 수십만 명의 민간인이 집단 학살되었다는 주장 두 가지가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투르만 대통령은 생전에 자신의 결정이 정당했다고 말하면서도 일본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희생된 것은 안타깝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일본 피폭 지역의 피해 상황이 외부로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보도 등을 철저히 통제했다. 미국은 일본이 항복 뒤 민간인 집단학살에 대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두 피폭지역의 사진이 유포되는 것을 금지하고 특히 언론인의 현지 취재를 불허했다. 그 결과 피폭 직후의 참혹한 현지 모습 사진도 후에 공개된 것이 많지 않아 미국이 인류사상 최초로 핵폭탄을 사용해 발생한 피해 상황에 대한 비판여론이 크게 일지 않았다. 미국은 당시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집단 학살의 참상을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다. 그 결과 미국의 원폭 투하에 대한 윤리적 비판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원폭 투하는 전쟁 종식의 전단계라는 관점에서 정당화되었지만 도덕적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점이 종전 이후 핵전쟁을 기피하게 된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는 관점도 있다(BBC 2020년 8월4일).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북한 핵공격 가능성을 타진할 때 핵무기 사용 명령권자가 당면할 윤리적 책임추궁을 피하기 위해 선제타격의 최종 결정권을 국방장관에게 일임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티스 국방장관이 성당을 찾아 기도하는 등 엄청난 심적 고통에 시달린 것은 투르만 대통령의 ‘딜레마’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냉전시대 이래 지구촌의 핵무기가 인류를 몇 번 멸망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쌓여있지만 그것이 일부 국지전에 사용되지 않은 이유는 핵사용 결정권자가 전쟁에서는 승리할지 몰라도 정치적으로, 또는 역사 속에 집단학살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한 뒤 내란을 선동했다는 비판을 받는 식의 비이성적 태도를 한 것을 볼 때 평상심을 상실한 지도자가 인류최악의 비극을 초래할 짓을 저지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핵전쟁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기 때문에 지구촌 전체의 비핵화는 인류가 꼭 달성해야 할 목표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핵전쟁으로 초래될 참극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와 그 주변 핵전력을 비교하면 북한은 수 십 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은 수 천 개를 가지고 있고 중국은 수 백 개, 러시아는 미국 수준의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해 놓고 있다. 한반도는 핵무기를 지닌 국가들이 인접해 있어서 어느 한 쪽이 핵을 사용하면 그것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선이 확대될 수도 있다. 한반도 핵전쟁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나 북한 등 어느 쪽이 먼저 핵을 발사할 경우 핵 보복이 취해지면서 한반도는 쑥대밭이 되어 인간이 살수 없는 핵으로 오염된 불모지가 될 것이다. 일단 전쟁이 발생하면 사용가능한 무기를 총동원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반도 핵전쟁은 인류 멸망을 초래할 제 3차 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래의 핵전쟁의 참화는 한반도에만 국한된다 해도 1945년 일본 피폭의 경우처럼 감춰지기는 어렵다. 오늘날 대중화된 스마트폰 등 SNS에 의해 피폭 현장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 뻔하다. 이는 전 세계를 경악케 할 것이고 이로 인해 핵 공격 명령권자는 심각한 윤리적, 전쟁범죄적 비난의 표적이 되면서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단축될 위험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핵무기를 먼저 사용한 그 명령권자는 완전한 승리자가 되지 못한다면 정치적 지도자의 위치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은 자국 영토가 아닌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은 선택 가능한 전략이라고 수십 년 전에 결론을 내렸고 오늘날까지 계속 수정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53년 휴전협정이 발효된 후 미국이 남한에 전술핵무기를 반입했고 80~90년대에 팀스피릿 훈련을 통해 북한에 대한 핵공격 훈련을 했다. 오늘날 미국이 작전계획 5027 등을 통해 북한 선제공격 카드를 쥐고 있는 것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도 정치의 연장이라 할 경우 전쟁을 일이키는 당사자는 전쟁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게 되지만 핵전쟁은 이런 점을 무화시킨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핵전쟁은 피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이 되도록 할 필요가 절실하다.
한반도는 미국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핵전쟁이 일어나는 지역이 되어 한민족의 운명은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생과 사가 판가름 나게 될지 모르는 신세다. 한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전쟁을 반대한다고 해도 미국 최 상층부는 콧방귀만 뀌면서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미국이 대북 핵 선제공격 전략만을 세워놓아 북한을 견제할 뿐 설마 전쟁을 일으키는 일을 하겠느냐 하는 식의 논리가 제시된다. 미국이 전 세계의 지도를 놓고 자국 이해관계를 챙기고 있는데 중국, 러시아와의 전면 핵전쟁으로 비화될지 모를 짓을 한반도에서 하겠느냐 하는 것인데 일리는 있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같은 유엔회원국인데 군사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결정권이 미국에게 있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부터 국제법이나 자주권 차원에서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 대통령이 한국군에 대한 군통수권자인데 미국이 자국법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책무이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누리는 군사적 특권은 한국의 실정법에 비춰 위헌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전략에 함축된 또 다른 문제점은 미국이 북한을 유엔회원국으로 대접하는 식의 협상 파트너로 여기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의 백기투항 식 항복을 요구하는 듯한 협상카드를 사용할 여건이 되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를 합리적으로 달성할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를 전제로 한 선제공격 카드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합리적인 비핵화 방안이 제기되면서 궁극적 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권 행사 전략은 한반도 당사자인 남측을 미국의 속국 정도로 격하시키는 의미도 담고 있어 국치스럽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미국이 남한의 주권을 존중하고 남측 주민들의 생존권을 고려한다면 북한 선제공격 전략은 백지화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한국의 군사적 주권이 미국에 종속된 상태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등의 협상에 남한이 북한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중국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는 북미간 문제로 받아들이고 북한과 한미 모두 한발씩 양보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한국의 군사적 주권 상실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한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국제사회에 낯을 들기 어려울 만큼 창피스런 일이 아닌가. 남한 대통령이 현재와 같은 한미동맹 체제에서 운전자론을 주장하는 것은 그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아 북한이나 미국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은 너무도 확연하다.
미국이 2018년 남북 정상간 합의 이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북한이 펄펄 뛰면서 남한을 욕하는데도 남한 정부가 속수무책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그러니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의 현 상태를 파기하고 국제적 관점에서 정상화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남한이 한반도 당사자로서 한민족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공동공영을 위한 방안을 찾는데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의 교과서적 의미와 한반도
한반도가 남의 나라 대통령에 의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전제로 전쟁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쟁이란 인간이 주체가 되어 벌이는 최악의 비극이다. 침략전쟁, 정의의 전쟁 등 여러 전쟁의 종류가 있으나 오늘날의 전쟁 개념은 인류의 멸망, 지구의 최후도 포함할 정도가 되었다. 과거 전쟁은 젊은이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고 했지만 21세기 전쟁은 군인이나 민간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살상하는 전면전(all out war) 개념이 일반화된 끔찍한 상황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반복되는 인간 폭탄이나 무인기 폭격 등이 그런 형태의 하나다. 적에 대한 상한선 없는 증오와 무차별적 살상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확산되며 지구촌은 자꾸 살벌해지고 있다.
전쟁 가운데 정당한 전쟁으로 국제법상 인정되는 전쟁은 유엔헌장 제42조에 의한 유엔 안보리의 무력사용승인에 의한 전쟁, 제51조에 의한 자위권에 의한 전쟁이다. 그 이외의 전쟁은 침략범죄가 되어 국제법 위반이며, 이에 대한 국가책임 이외에, 로마규정에 의해 개인까지 전범으로 형사 처벌당한다. 하지만 현대전은 방어와 공격의 경계선이 모호해서 전쟁 관련 국제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한미연합훈련의 경우 방어전쟁 연습이라 하지만 그 규모와 내용 등으로 보아 방어와 공격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테러와의 전쟁 등에 대한 작전을 펴면서 무인폭격기를 사용하다가 군인은 물론 어린이, 부녀자까지 살해되는 일이 이어진다. 하지만 자위권에 의한 전쟁이라는 이유로 국제법적 처벌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국제인권 단체들이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영국 국가수반을 전범으로 규정했지만 물리적인 집행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모든 전쟁이 그렇듯이 전쟁으로 승리한 쪽이 선이고 패한 쪽이 악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20세기 이후에도 반복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개연성이 적지 않다. 그렇다 해도 전쟁에 대한 국제규범을 살펴보는 작업을 생략할 수는 없다. 한반도의 위태로운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정당한 전쟁이라 해도 무제한적인 무력 사용이나 잔혹 행위를 규제하는 국제법인 전시국제법(law of war) 또는 전쟁법이 발효되어 있어 전쟁의 개시조건, 무력수단, 공격목표물 등을 각각 제한한다. 이 법은 전쟁으로 인한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적 장치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규제한다. 즉 최소한의 기간과 비용 내에 최소한의 인명 피해로 적을 항복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군사작전은 교전자만을 상대로 하며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이상의 전투력은 사용할 수 없다. 전투력 사용의 피해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전시 국제법에 따라 처형 될 수 있다.
또한 전쟁을 멈추도록 하는 것보다는 무력충돌에서 빚어지는 야만행위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제네바협약은 총 4개 협약으로 구성돼있으며, 육상과 해상전투에서의 군대 부상자, 조난자, 포로, 전시 민간인 보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는 제네바 4개 협약이 발효되지도 않았고 남북한이 협약에 공히 가입하지도 않은 상태였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양측 모두 협약을 준수하겠다는 선언을 했었다. 비록 협약이 완벽하게 준수되지는 않았지만 양측에 협약 준수에 동의함으로써 한국전쟁에서도 전쟁의 참상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위키피디아).
전쟁에 대한 이상과 같은 규범이 존재하는데도 한반도에서는 수십 년 동안 전쟁 가능성이 상존해 왔다. 서로 상대가 도발하면 박살내겠다는 내용을 극단적인 언어로 표현했는데 예를 들면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 동안 남북은 ‘섬멸’ ‘ 괴멸’이나 ‘자멸’ ‘종결‘ 등과 같은 섬뜩한 단어를 써가며 상대방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보복을 다짐하는 성명전을 주고받았다. 올해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3월에 소규모로 실시되기로 하면서도 남북간에 서서히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언론이 나서야 한다
북한에 대한 유엔, 미국 등의 제재는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지난 1950년대부터 계속되어 왔으며 트럼프 정부 4년 동안 모두 243건의 대북제재 조치가 취해졌다(미국의소리방송 2021년 1월26일). 북한에 대한 국제적 여론은 거의 부정적이고 대부제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려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미국이 뒷걸음질을 쳐왔다거나 북한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핵공격의 위협을 받아왔다는 사실 등은 거의 부각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수소폭탄 제조 성공 발표이후 북미대화가 시작된 것은 국제사회가 힘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고 그 과정에서 미디어 정치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진행 과정은 물론 북한이 수소폭탄 제조 등을 언론 발표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방법을 쓰듯 오늘날 대중매체는 국가의 선전, 홍보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디어 정치가 지구촌 차원에서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북미협상과 관련해 북한이 제기하는 주장에 대해 객관적 입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냉전시대부터 해왔던 식의 한심한 보도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의 주장 등에 대해 “~의 노림수로 보인다”, “~로 해석된다”는 식으로 보도해 북한의 의도가 부정적이고 음모적이며 다분히 파괴적이라는 선입견을 같도록 유도하고 있다. 언론이 북한과 관련한 심리전을 국내 독자와 시청자를 상대로 벌리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행위다. 촛불 혁명을 거치면서 기레기 청산을 공약했던 공영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언론의 모습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승만 정권시대부터 국가보안법과 한미군사동맹에 재갈이 물린 모습이 21세기에도 반복되고 있다. 즉 북한에 대한 찬양, 고무, 동조를 처벌하는 국보법 7조와 미군의 한국 주둔을 미국의 권리(right)로 규정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의 족쇄에 짓눌린 상태다. 국보법이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해왔고 한미군사동맹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구와 한국 언론 대부분은 북한의 언행에 대해서는 ‘도발’ ‘음모’, ‘저의’ ‘흉계’ ‘노림수’ 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평가한다. 그러나 북한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이나 국제기구 등의 언행은 ‘평화’ ‘안정’ ‘방어’ 등의 긍정적인 단어들을 사용한다. 판박이처럼 매우 단순한 틀 속에 박힌 논리가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광범위하게 반복해서 유포된다. 이러니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고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실체, 그리고 북한 핵에 대한 평화적 해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득한 분석 등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남측에서는 고착화된 적대적 대북 언론 보도 공식 속에서 미국은 특히 북한이라는 ‘악의 축’에 대적하는 가장 정의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전략은 남측 언론에 의해 거의 무비판적으로 소개되거나 암묵적 지지를 받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자 언론은 미국의 새 외교 안보라인이 등장하는 것을 시시콜콜 전달하면서 그들의 말 한마디도 상세히 전달하는 것도 모자라 단어 몇 개, 문장 한 두 개로 거대한 전망까지 내놓는다.
미국 정부나 전문가의 대북 또는 한반도 정책은 거의 액면 그대로 소개되고 미국 주재 한국 특파원들은 거의 그런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주도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 입을 다문다. 물론 한국 정부가 극히 말을 조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는 해도 언론이 미국만을 바라보고 미국의 결정에만 무게를 두는 태도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을 갖고 있다거나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국 무기가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배치되는 것은 군사 주권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근본적 질문을 좀체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나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고 할까?
그런 체념 섞인 고정관념의 배후에는 역시 국보법이 존재한다.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기존의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반미, 또는 용공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는 암묵적인 견해가 광범위하게 언론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언론의 이런 태도는 정당에서도 발견된다. 진보를 내세우는 정당도 한미동맹의 첫 단추가 문제라는 식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 큰 일 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통일운동 단체도 오십보백보다.
언론이 21세기의 시대적 관제가 무엇인지 살핀다면 정부와 정치권에게 물어야 한다. 정부는 세금을 내는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없고 남의 나라가 자기 필요에 의해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인가? 동시에 언론도 미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한반도가 평화롭게 통일되어 살아남을 대책을 보도를 통해 고민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실체와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선제타격 전략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묻고 그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중국 포위 전략에 동참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나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은 이번에 13% 올리고 미제 무기를 구입해줘야 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래서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이나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등의 뿌리가 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뜯어고치던지, 폐기하지 않으면 합리적으로 교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규정된 미국의 전력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미국의 권리(right)로 계속 존속시킨다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권 발동 가능성, sofa를 통한 미군의 일탈행위,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 인상압박을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언론이 이런 진실을 밝히지 않고 변죽만 울리거나 곁가지만을 들춰내는 것은 가장된 가짜뉴스에 속하는 언론행위를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