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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사람들(김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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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7-19 14:27 조회6,1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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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과연 ‘퍼주기’인가

등록 :2015-06-11 20:49

개성공단 바로 옆의 북 민가와 학교. 교사 벽에 내걸린 ‘조선을 위하여 배우자’라는 구호가 보인다. 김진향 제공
개성공단 바로 옆의 북 민가와 학교. 교사 벽에 내걸린 ‘조선을 위하여 배우자’라는 구호가 보인다. 김진향 제공
“날마다 작은 통일 이뤄지는 기적의 공간”
북에 하나 주고 남이 열 얻는 개성공단
공단 장기체류 체험자들 인터뷰 통해
취업 주민들 삶의 실상 접근
개성공단 사람들
김진향 기획총괄, 강승환·이용구·김세라 취재
내일을여는책·1만5000원

 

개성공단은 정말 ‘대북 퍼주기’의 총본산인가?

 

개성공단에서 4년간 체류하며 대북협상 등을 담당했던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의 북한·통일문제 전문가 김진향 교수가 취재작가 3명과 2년여의 공동작업 끝에 내놓은 <개성공단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북쪽에 비해 오히려 우리가 몇 배는 더 많이 퍼오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란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런 경제효과만이 아니다.

 

개성공단에 근무하거나, 한 적 있는 남쪽 주재원 9명을 인터뷰해 “개성공단과 북쪽 사람들에 대한 살아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이 책을 보면,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최고도의 무장지대였던 개성 일대 서부전선이 남북 상생과 분단 해체의 최전선으로 변모하고 있다. 아직은 다소 희망 섞인 관측일지 모르지만, 그곳이 이미 “전세계에게 가장 경제성이 높은 생산기지”요 “전쟁의 위협이 일상화된 서울보다 오히려 더 안전한” 곳이 됐다고 말한다.

 

이런 얘기는 또 어떤가? “오늘도 쌩쌩 돌아가는 개성공단에서, 화성에서 온 남쪽 근로자와 금성에서 온 북쪽 근로자들은 티격태격 ‘미운정 고운 정’을 쌓아가면서 서로서로 동화되어 간다. 그래서 그들은 개성공단을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이라고 부른다.”

 

이런 얘기를 얼마나 믿어야 할까? 2000년에 남북이 합의하고, 2004년에 첫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개성공단에는 지금 124개의 남쪽 기업들이 공장을 돌리고 있다. 거기서 일하는 북 주민은 5만3000명. 개성시와 인근 군에서 동원 가능한 일꾼들을 최대한 모은 인원이다. 한 사람당 한 달에 50달러로 시작해서 지금 130달러 정도인 개성공단 봉급에 기대고 있는 북 주민들은 그 가족 등을 합하면 수십만으로 추산된다. 공단 가동 10여년 만에 60~70%가 여성인 개성 일꾼들 얼굴은 뽀얗게 되고 화장과 의류 등 생활패션, 그리고 사고방식마저 남쪽 사람의 그것에 근접하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단다.

 

5만3000여명의 북 노동자들 임금과 세금을 합쳐 1년에 약 1억달러(약 1000억원) 정도가 북에 들어가지만, 남쪽이 거기서 올리는 생산액은 15억~30억달러가 넘는단다. 정부 발표로는 개성공단 1년 생산액이 약 5억달러지만, 임가공료(봉제비=단순 임가공료) 기준으로 산정한 이 수치는 허점이 있단다. 이를 공장도가나 소비자가로 환산하면 적어도 5~1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래서 “남북이 경제적으로 윈윈하는 곳이지만, 더 엄밀히 평가하면 남쪽이 북쪽보다 몇배, 몇십배는 더 많이 벌고, 국가경제적 관점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이 퍼오는 곳”이 개성공단이란다.

 

“우리나라 속옷의 70%가 개성공단에서 나오죠. 우리가 입고 있는 의복의 30%는 개성공단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휴대폰 부품도 상당수가 개성공단에서 조립되고 있어요. 소위 ‘개성단가’라는 게 있어요.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들 때문에 가격이 엄청나게 싸게 형성되는 거죠. 그만큼 개성공단의 경제적 가치는 참으로 어마어마합니다.”

 

경쟁력 세계 최고란 것도 빈말이 아니다. “해외 어디를 가 봐도 개성공단만큼의 비교우위, 경쟁력을 지닌 곳은 없다. 개성에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한다. 인건비, 근접성(물류비), 기술성(생산성) 등에서 압도적 우위란 얘기다.

 

그래서 ‘통일이 대박’이란 말은 ‘평화가 대박’이란 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명적인 손실을 안긴 가동중단과 같은 긴장과 대결이 없는 평화가 곧 대박이란 얘기다. “거창한 통일론이 뭐 필요해요? 개성공단 몇개만 더 있으면 저절로 통일이 될 텐데.”

 

따라서 천문학적인 수치의 통일비용 논쟁도 허구라고 못박는다. 개성공단식 평화통일 과정에는 “한 푼의 돈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상호존중”만 실천되면 남북은 오히려 함께 돈을 벌면서 통일로 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북쪽이 거의 공짜로 내준 개성공단 부지와 인근지역은 북한군 6사단과 64사단, 2군단 포병연대 등이 있던 땅이다. 북은 그 기지들을 5~10㎞나 후퇴시켰고, 공단 취업 북 주민 봉급도 스스로 대폭 낮추는 양보를 했다.

 

원래 개성공단은 3단계에 걸쳐 공단 800만평과 배후도시 1200만평 등 총 2000만평의, 창원공단과 창원시를 합친 규모의 거대도시로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금 1단계 100만평의 약 40%에만 공장이 들어서 있다. 기세 좋던 공단확장계획은 이명박 정권 등장과 함께 전면 중단됐다. 2008년 7월 ‘박왕자씨 총격 사망’ 사건 때문이라는 주장은 오해거나 왜곡이란다. 그 전인 그해 3월에 이미 통일부 장관이 “핵문제 타결 없는 개성공단 확대 불가”를 분명히 했고, “개성공단 중단도 무방하다”는 얘기까지 했다. 그때부터 남북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한 “비정상적 상태”가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가로막았다. 흡수통일을 지향하면서 남북 분단·대결 체제를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존속시키려는 세력, 기적을 가로막으려는 그들은 누구인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개성공단이 北 퍼주기라고요? 우리가 퍼옵니다”

개성공단 4년 체류한 김진향 교수

 

국내 유통 속옷 90%는 개성공단産

공단 더 지으면 '제2 한강 기적' 성장

'통일 대박'이라지만 정부 행동 없어

김진향 교수는 "평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상호 존중과 상대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향 교수 제공

“개성공단이 ‘북한 퍼주기’라니 말도 안 됩니다. 우리가 북한보다 몇 배, 몇십 배를 더 퍼오고 있는데 그걸 다들 모릅니다. 남과 북이 경제적으로 협력하면 한 번도 겪어보지 경제 대도약을 할 수 있어요.”

북한ㆍ통일문제 전문가로 4년간 개성공단에 체류하며 대북협상을 담당했던 김진향(46)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22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실재의 간극이 너무 커서 “4년간 체험하며 알게 된 것을 말하면 정신적 폭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괴로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6월 출간한 ‘개성공단 사람들’에서 남과 북이 상호존중하며 평화를 만들고 경협을 이어간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이득이 생기는지 조목조목 밝혔다. 그가 취재작가 3명과 함께 내놓은 이 책은 개성공단에서 일했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남측 주재원 9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전략담당관과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행정관을 지냈다. 그가 이 책을 쓴 건 북한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서다. “정부 장ㆍ차관들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 같습니까. 주무부처인 통일부나 국정원도 마찬가집니다. 모두들 북한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만 말해요. 모른다는 자기 고백을 스스럼 없이 하는 거죠. 총체적 문제란 걸 그때만 해도 저 역시 몰랐습니다. 북한을 연구한 학자로서 북한에 가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개성공단으로 가게 됐습니다.”

그가 개성공단에 머문 4년은 북한 노동자들과 마음을 열고 대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체제와 구조, 사고방식부터 사회주의혁명, 핵문제, 식량난, 탈북자 등 “할 말, 안 할 얘기 다 했다”고 했다.

개성공단이 북한보다 우리에게 더 이롭다는 건 수치로만 봐도 분명하다.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개성공단에 하청업체를 둔 기업들이다. 연간 북한에 들어가는 임금과 세금 1억달러(1,200억원)로 개성공단에서만 5억달러의 생산액을 올리고 실제 소비자가 기준으로 하면 20억~3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1억달러를 투자해 수십억달러를 벌어오는 셈이다. 월급이 15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북한의 노동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많이 버는 업체는 국내 유명 의류업체들일 겁니다. 아웃도어 의류는 대부분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요. 국내 유통 의류의 30%, 속옷의 90%를 개성공단에서 만듭니다. 2년 전 개성공단이 6개월 정도 문 닫은 적이 있는데 당시 개성에서 사업하던 기업체 사장들이 노동력이 싸다는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을 다 돌았는데도 공통적으로 ‘개성공단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은 없다고 말하더군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2004년 50달러로 출발했다. 남측이 제시한 200달러를 25% 수준으로 내린 것이었는데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한 것이었다. “개성공단을 빨리 성공시켜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실질적 경제공동체로 나아가야 남과 북의 평화를 구조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돈줄로만 봤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북측이 러시아나 중국으로 보내는 노동자가 월평균 300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으니까요. 북한의 불만은 우리가 2008년 이후 개성공단을 전혀 확장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애초에 3단계까지 2,000만평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1단계 100만평의 40% 정도에 머물러 있어요. 5ㆍ24조치 때문이라지만 북측은 개성공단이 본래 모습에서 많이 이탈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률 상한선을 없애자고 요구합니다. 남북관계가 정상화하지 않으면 계속 시끄러울 수밖에 없어요.”

김 교수는 ‘천문학적 수치의 통일 비용’도 적대적 흡수 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런 통일은 재앙입니다. 통일비용이라는 건 북한이 망했을 때의 이야깁니다. 적대적 분단 상태를 정치적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존속시키려는 세력의 주장이에요.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내용대로 상호 존중하고 연합 단계 속에서 통일한다면 소모적인 돈이 들 일이 없습니다. 개성공단을 10개, 20개 지으면 우리 경제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김 교수는 북측을 바라보는 우리의 냉전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적대적 분단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주의적 인식의 단초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인데 무조건 불온시하고 종북으로 몰면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통일이 대박이라고 하지만 말뿐이지 실질적으로 하는 게 없습니다. 북한의 실재 모습을 감추지 말고 공유해야 합니다. 북의 대남전략, 대중국전략을 알아야 우리도 대응 전략을 짤 수 있지 않습니까. 북의 사회ㆍ경제적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북에선 식량을 자급자족한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제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야죠.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가져간 시장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궁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을 갈수록 더 멀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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