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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연재]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한미동맹 현안 점검(05)-유엔사의 상위기관은 유엔 아닌 미국 정부(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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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4-14 15:26 조회2,07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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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의 상위기관은 유엔 아닌 미국 정부
  •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  승인 2021.01.29 15:17

[연재]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한미동맹 현안 점검 (05)-유엔사, 비무장지대 관할권 행사와 제2 한국전쟁 대비 업무 담당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는 유엔이나 유엔 안보리를 대표하지도 않지만 유엔기를 사용하면서 대외적으로 유엔에 소속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한미군 사령관이 그 사령관이라는 점에서 미국 소속 기관이나 다름없다. 유엔사의 실질적인 정치적 상위기관은 유엔이 아닌 미국 정부다. 유엔사는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어깃장을 놓으면서 그 존재감이 비판적 여론 속에서 부각되었는데 사실 유엔사의 예하부대로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존재와 특권을 보면 실질적인 한미일 군사동맹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사는 몇 년 전부터 유엔의 깃발을 사용하지만 유엔과 관련이 없는 유령기구가 아니냐 하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엔사의 존재이유는 정전협정 조항에 따른 비무장지대 관리 기구에 국한하지 않는다. 유엔사는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제2의 한국전쟁에 1950년대와 유사한 외국군의 참전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를 위반하는 항공기나 선박 감시업무에 동원되고 잇는 기구라는 점에서 살피면 실질적인 한미일 삼각 군사관계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유엔사 본부는 용산에 있다가 현재 평택 미군기지에 있고 소속 인원은 90명이다. 유엔사는 그 규모가 작지만 DMZ와에 대한 밀접한 감시와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안의 적법성 등에 대해 미국 정부에게 관련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유엔사가 2018년 남한의 기차가 북한으로 향하려는 것을 중단시키면서 논란을 빚었는데 당시 유엔사는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것에 대한 허가권은 유엔사에 있고 이는 정전협정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당시 한국정부는 사전에 통보하거나 관련 서류를 유엔사에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에는 미군이 아닌 유엔사 소속의 대대단위 부대가 배치되어 있다. 누구나 DMZ 남쪽의 영역에 출입하려면 유엔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미군의 군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주한미군사령관의 허가를 받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유엔에서의 유엔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북한이 그 회원국이기 되면서 그리고 유엔 회원국 가운데 비동맹 국가들이 많아 꼬리를 물고 이어졌었다. 한국에서는 유엔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안보를 저해한다는 차원에서 억제했고 보도도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그 실상이 소상히 소개되어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유엔사가 논란의 대상이 되자 유엔사는 적극적인 태도로 유엔사의 위상에 대해 외국 언론인들에게 밝히고 있다.

유엔사령관이 앞장서서 ‘유엔사가 유엔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 등 직접적인 관련이 없이 유엔기를 사용하고 있고 유엔에는 매년 미국 정부를 통해 보고서를 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엔사가 해체될 수 있는 방법은 유엔 결의안이나 미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의해 가능하다는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유엔사가 다국적군이라는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미군출신이 아닌 장교들을 유엔사 사령관을 맡도록 하고 있다(https://asiatimes.com/2019/05/in-south-korea-a-un-command-that-isnt/).

한편 유엔사는 향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1950년처럼 유엔 깃발아래 과거의 참전국들이 전투 병력을 파견할 경우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한반도에 도착할 수 있는 조치를 항상 갖추고 있다. 한국에 있는 유엔사 예하부대인 ‘유엔사 후방기지’ 지휘부는 일본 요코타에 있고 일본에 주둔해 있는 미군 병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 요코타는 일본에 있는 미군 주요기지 7곳 가운데 하나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항구를 거쳐 한반도로 향하는 지원부대의 편의를 돕는 것으로 한국의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시에 유엔의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북한의 시도를 모니터하는 함정과 비행기의 임무를 돕는다. 유엔사는 일본 정부가 외국군이 한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것을 허가하는 것에 대한 협정을 일본과 맺고 있다. 일본 정부의 허가 속에 실무는 ‘유엔사 후방기지’가 담당한다.

‘유엔사 후방기지’ 지휘관은 올해 1월 현재 호주 공군 소속 아담 윌리엄스 대위로 1950년 한국전 참전국 22개 국 가운데 9개 국 - 호주,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타이, 터키, 영국, 이탈리아 – 들의 부대와 지원 물품 장비의 이동을 관리한다. '유엔사 후방기지'에는 현재 5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캐나다 병사가 부지휘관이고 미군 병사 2명과 미군 민간 1명이 소속되어 있다(https://www.stripes.com/news/pacific/bringing-up-the-rear-us-bases-in-japan-support-un-command-in-s-korea-1.657649).

미국은 1950년 한국전 참전국들이 미래의 한국전쟁에 부대를 파견할 의무는 없지만 도덕적 의무감에서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등에서와 같이 다국적군의 형식으로 군사행동을 할 경우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미국 우방국들의 동참을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 2020년 10월22일, 유엔의 날(10월24일)을 앞두고 유엔군 사령부 간부와 주한 외교 사절이 22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6·25전쟁 전몰 장병에게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20년 10월22일, 유엔의 날(10월24일)을 앞두고 유엔군 사령부 간부와 주한 외교 사절이 22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6·25전쟁 전몰 장병에게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엔사의 경기도청 업무 간섭, 도지사 강력 반발

유엔사가 남북 교류협력 관계나 심지어 경기도청의 시설 설치에 대해 상급기관과 같은 행동을 해 논란이 되면서 그 정체성이나 미래의 역할 등을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유엔사는 실질적인 미국의 주도하에 있다는 점에서 유엔사의 남북 교류협력 간섭 등은 미국의 간섭이라는 해석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미국은 유엔사 운영 방식 등을 통해 미국과 유엔사가 거리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도록 애를 쓰고 있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를 일본 정부의 주권행사가 미치지 못하게 제도화 시키는 것으로 치밀하게 뒷받침되고 있다.

유엔사는 평상시 정전협정 유지 관리를 주 임무로 하면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DMZ) 통과·출입허가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2018년 남북 철도 공동점검단의 방북이나 2019년 1월 인도적 차원에서 타미플루를 북한에 제공하려고 할 때 싣고 갈 화물트럭의 통행을 막아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최근에는 경기도가 관할 구역 내에 부지사실 이전에 필요한 사무집기를 설치하려 하자 유엔사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나서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공무원이 공무수행을 하겠다는 비군사적 영역에 대해서 유엔사가 허가하느니 마니 하느냐 하는 것은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반발했다(CBS노컷뉴스 2020년 11월23일).

유엔사가 군사 분야 외에 대해서도 허가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적법성 등은 한국 정부와 어떤 관계이냐에 의해 결정되는데 유엔사는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어서 유엔사도 미국과 대등한 위상을 한국에서 보장받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유엔사가 한국 정부와 논란을 일으킨 뒤 공개되는 그 해법이나 조정 내용을 보면 유엔사의 주장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유엔사는 국내에서 극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이지만 그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인데다가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군사적 비중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이나 미래의 역할 등이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유엔사 후방기지’의 경우 미래의 한반도 군사적 충돌 발생 시 과거 한국전쟁 참전국 등의 해외 군사력을 일본 정부와 협의 없이 일본 7개 기지에 진출시키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같은 불평등 관계를 일본에서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일본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군사적 치외법권 지대’의 성격으로, 해외 군사력을 이들 7개 기지에 진주시킬 때 일본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는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적용된다. 향후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가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가동시키면서 과거 한국전 참전국들의 파병을 등을 성사시킬 경우 주한미군 못지않은, 어쩌면 더 막강한 군사적 역할을 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유엔사는 한반도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경우 유엔의 지휘를 받지 않고 단지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일 뿐이라는 점 등은 유엔사의 탄생과정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유엔사 발족 당시의 미흡했던 유엔과의 관계를 의식해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유엔사를 앞세워 한국, 일본 정부와 수립한 관계를 통해 그 정체성 시비를 거의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린 상태라 하겠다. 그 결과 미국이 동북아 전략으로 추진해온 한미일 군사적 유대관계의 핵심 고리가 유엔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는 그 부대가 한줌도 되지 않지만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확보해 놓은 군사력 동원 잠재력은 가공할 정도다. 미국이 유엔사와 ‘유엔사 후방기지’를 운영하는 방식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얼마나 촘촘하고 겹겹이 만들어졌는가 하는 점을 드러낸 한 사례에 불과하다. 미국은 한반도 미래의 모든 사태에 대비하면서 군사적 지배권을 행사할 장치를 만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감상적, 일과성인 통일논의나 단순한 외세배격 논의는 좀 더 현실 파악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 실질적인 것이 되어야 하고 미국의 또 다른 군사력인 유엔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유엔사의 위상과 관련해 수개월 한 여당 의원이 유엔과의 관계 등 국제법적 차원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를 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다. 그는 지난 해 8월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가 운영하는 연통TV와의 인터뷰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유엔사)라는 것은 족보가 없다. 유엔에서 예산을 대 준 것도 아니고 그냥 주한미군에 외피를 입힌 것일 뿐이다. 이것이 우리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아시아경제 2020년 8월20일).

이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은 송 의원이 뉴질랜드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외교관에 대해 “같은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번 치고 그랬다는 것”이라고 말한 뒤, 두 번째 설화(舌禍)를 빚었다는 식의 비판 기사를 내놓았다(아시아경제 2020년 8월20일). 송 의원의 발언은 미국이 지난 수년 간 유엔사를 보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유엔사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제동을 거는 등 실력행사를 하고 있지만, 유엔사의 국제법적 위상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 이에 대해 진지하게 보도한 언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은 송 위원장이 틀렸다는 식이었다.

유엔사 사령관은 주한미군, 한미연합사 사령관 등 3개 사령관직을 맡고 있다. 미군 장성 한 사람이 모자 세 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이 얼마나 치밀하게 한반도 군사상황의 현재와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지를 상징한다. 미국은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는 등의 큰 변화가 오는 것에 대비해 사령관 모자를 세 개나 만들어 남한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미국은 ‘유엔사 후방기지’를 일본에 두고 미래의 한국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유엔사가 일본 정부와 체결한 주둔군지위협정(SOFA)D,FH 일본에서 가장 전략적 가치가 높은 기지 7개를 관할하고 있으며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일본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한국을 지원할 군사력을 이들 7개 기지에 진입시킬 수 있다.

미국은 유엔사 사령부를 1957년 한국으로 이전하면서 동경에 만들어 놓은 ‘유엔사 후방기지’의 특권을 보장받기 위해 이 기지가 다국적군의 그것인 것인 양 그 지휘관을 미국적이 아닌 캐나다, 타이 등의 외국군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주권국가의 위상을 상당히 챙긴 미일방위조약을 만들었지만 ‘유엔사 후방기지’ 사령부와 맺은 SOFA는, 미국의 군사력 배치를 권리(right)로 보장한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와 매우 흡사하다.

‘유엔사 후방기지’를 보면 한국에서 유엔사 논란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실감케 한다. 한국의 유엔사가 몇 명 되지 않는 군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본에 만들어 놓은 ‘유엔사 후방기지’를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매년 한국 국방부 고위 관리와 국회의원, 언론인 등을 초청해 7개 기지를 방문토록 하면서 유엔사의 위상을 확인시키고 있다. 한국의 국방관련 여론 주도층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탓일까. 미국은 유엔사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송 위원장 등의 주장에 미동도 하지 않는다. 송 위원장만 멋쩍은 모습이 되고 말았다고 할까. 그렇다면 유엔사와 유엔의 관계에 대한 논란의 정답은 무엇일까? 이는 전문가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르거나 상반되어서 헷갈리지만 2019년 당시 유엔사 웨인 에어 부사령관의 발언이 참고할 만하다. 그는 현재 유엔사를 떠나 캐나다 육군 사령관을 맡고 있다.

유엔사 부사령관이 밝힌 유엔사의 정체,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웨인 에어 부사령관은 2019년 5월 8일 캠프 험프리의 미군기지에 있는 유엔사 사령부에서 외신기자들에게 “유엔사는 유엔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고 단지 유엔사는 유엔 깃발을 사용하고 매년 미국 정부를 통해 유엔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이 지난 수십 년 간 유엔사의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고 유엔사와 유엔의 관계는 이제 비밀도 아니다. 유엔사가 해체될 방법은 유엔의 결의안이나 미국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가능할 뿐이다.”라고 말했다(https://asiatimes.com/2019/05/in-south-korea-a-un-command-that-isnt/).

그러면 유엔사의 정체는 무엇인가? 유엔 깃발을 사용하지만 유엔과 관계없는 유령단체인가? 그렇지 않다. 유엔 안보리로부터 연합군 지휘를 위임받은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유엔사와 유엔을 연결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해 허약한 정체성을 보강하려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1953년 정전협정이 조인되었을 때 유엔사는 유엔에 이 사실을 전달했고 그 해 8월 유엔총회는 정전협정에 동의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총회에서 정전협정이 채택된 것은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관장하는 역할을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때 유엔사 소속이었던 주한미군 병력은 2만 8천 5백 명으로 현재는 한미연합군 소속이다. 그러나 유엔사는 한 번도 유엔 회원국이나 안보리를 대표한 적은 없지만 주한미군, 한미연합군이 하지 못하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사는 미국이 유엔의 깃발아래 DMZ를 면밀히 감시하면서 그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일본에 있는 막강한 잠재력을 지닌 ‘유엔사 후방기지’의 상위조직으로 버티고 있다.

유엔사의 역사적 근거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엔사가 주둔하고 있는 한국정부가 유엔사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느냐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정부가 유엔사에 어떤 자격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지난해 중반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의 관련 발언이 주목된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7월24일 유엔군사령부 창설 70주년 축하 서신을 통해 “유엔사가 한국군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정전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와의 관계를 상호 협력과 존중의 정신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유엔군사령부의 역할과 기능을 지속해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데일리 2020년 7월24일).

정 장관의 발언처럼 유엔사의 역할이 보장될 경우, 한국 정부가 앞으로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려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마다 유엔사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엔사의 승인 없이는 남북이 철도·도로조차 연결하는 것도 어렵다. 유엔사가 월권시비가 일고 있는데도 경기도 행정집행을 방해한 것은 남북이 2018년 북쪽 철도 구간의 상태를 공동으로 점검하려던 계획을 유엔사가 불허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엔사의 이런 태도에는 북한 비핵화 조치와 남북 경협·군사적 긴장완화 속도를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됐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엔사의 존립 근거는 유엔사의 홈페이지에 압축되어 있다. 즉 정전협정의 발효를 선도하고 한반도의 안보와 안정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기간 동안 충돌방지라는 국제사회의 오랜 과제를 수행하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인도하는 대화와 행동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분쟁과 충돌에 대해 참전국들의 기여를 가능케 하는 효과적이고 실행 가능하며 지속적인 플렛폼을 제공한다면서 유엔사의 우선적 사업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정전협정을 집행되도록 하고 보전하며 ▵참전국들의 유대와 한미동맹의 지지를 위해 국제적 지원이 유지되도록 하며 ▵‘유엔사 후방기지’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유지하고 ▵참전국들의 군사력의 이동과 산출을 한국합동참모본부와 협력해 역내에서 그 군사력을 지원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효과적 방법을 확립한다(https://www.unc.mil/About/Our-Role/). --

유엔사가 등장한 70 여년 전 당시를 살피면 다음과 같다. 유엔 안보리는 1950년 6월25일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결의안 82를 채택해 북한이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38선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했고 이틀 뒤 결의안 83을 채택해 유엔 회원국들이 한국을 지원해 군사적 공격을 격퇴하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소련은, 중국 대륙을 통일한 중공이 대만으로 쫓겨 간 중화민국 대신해 안보리 회원국이 되어야 한다면서 안보리 참여를 거부하고 있었다.

안보리는 1950년 7월7일 결의안 84호를 통해 한국에 군사력 등의 지원을 하는 회원국들은 미국의 연합지휘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는 미국에게 유엔의 기치아래 연합군 지휘권을 행사하는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은 한국전에 투입된 전투부대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유엔사는 이처럼 유엔안보리 결의 82, 83, 84에 의해 만들어진 다국적 군사기구로 1950년 7월에 창설됐으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한국군 59만명을 포함해 17개국 총 93만 2964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뒤 그 역할이 정전협정 준수 확인과 관련 임무로 축소됐다. 유엔사는 한미연합사령부에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대한 지휘권을 넘긴 이후 정전 협정과 관련한 임무만 맡고 있는데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남측 2km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통제 권한 및 관할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엔사는 1992년 군사정전위원회 대표로 한국군 장성을 지명하자 북한과 중국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 참여를 거부했다.

미국이 연합군의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1994년 북한 외무장관에게 다음과 같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 유엔안보리는 연합군을 하부조직으로 결성하지 않고 단지 그 지휘권을 미국이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추천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연합군의 해체는 유엔에 있지 않고 미국 정부의 권한 문제일 뿐이다.--

이후 코피 아난 총장은 1998년 , 디칼로 유엔사무부총장도 2018년  유엔사는 유엔과 무관한 조직임을 공식 확인했다(오마이뉴스 2020년 6월14일).

유엔사는 1998년부터 지휘부에 외국군 장성 등을 증원하기 시작했고 북한은 유엔사의 해체에 대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2013년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안보리에 ‘유엔사는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전쟁 도구에 불과하다’며 그 해체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고 유엔사는 유엔 결의안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현재도 존재하면서 유엔 깃발을 사용하고 있다.

유엔사는 2014년부터 그 조직 활성화를 기하고 있는데 지휘부에 비참전국 군인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엔사에는 2018년 캐나다 웨인 아이어 장군이 미군이 아닌 최초의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부임했다. 그의 후임으로 온 호주 장성 스튜어트 메이어가 현재 복무중이다 만약 제 2의 한국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참전국들이 유엔사에 파병을 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유엔사는 도덕적으로 참전해야 당연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그 불씨를 유지하고 있다(https://en.wikipedia.org/wiki/United_Nations_Command).

유엔사가 관장하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막강한 잠재력

미국은 안보리 결정에 따라 1950년 7월 유엔사를 동경에 만들어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다가 정전협정이 타결된 3년 뒤인 1957년 7월 사령부가 서울로 옮긴 뒤 ‘유엔사 후방기지’를 동경에 만들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일본에 있는 7개 기지에 대한 관할권을 행사하는데 이들 기지는 실질적으로 미국의 작전통제 하에 있다. 이들 7개 기지는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 89개 중 규모가 크고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일본 본토에 있는 후방기지 4곳은 요코스카(해군), 요코다(공군), 캠프 자마(육군), 사세보(해군) 기지이고 오키나와에 있는 3곳은 가데나(공군), 화이트비치(해군), 후텐마(해병대) 기지다.

평화 시에는 ‘유엔사 후방기지’는 요코타 공군기지에 자그마한 부대 형태로 존재하지만 비상시에 일본에 있는 7개 미군 기지를 활용하게 된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한반도에 파견될 참전국들의 지휘부와 병참 기지역할을 하면서 이들 국가의 군사력의 잠정 주둔 지역으로,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대피장소로 제공된다. 그밖에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군사적 조치 등에 협조하는 것도 포함된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향후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준수되지 않고 적대행위가 발생해 미국의 파견 요구에 호응한 국가들이 군사력을 파견할 경우 이 때 일본이 이들에 대한 주요한 편리를 제공하게 된다. 일본의 이런 역할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과 관련된 각서 교환으로 이뤄졌고 그에 따라 유엔사 회원국 9개 국가는 유엔과 일본이 제정한 SOFA의 서명국이 되어 있다. 이들 나라는 호주,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타이, 터키, 영국, 미국이다(미국은 일본과 별도의 SOFA를 맺었는데 이는 ‘유엔사 후방기지’와 관련한 SOFA에 우선권을 가진다(https://www.tokyoreview.net/2018/02/relevance-despite-obscurity-japan-un-command/).

‘유엔사 후방기지’는 미국인이 아닌 다른 국가 군인들이 복무하는 규정에 따라 1957년부터 캐나다, 호주, 타이, 영국, 필리핀 출신 군인들이 지휘부에서 지휘관으로 근무했다. 미국은 안보리가 유엔사 지휘를 위임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하거나, 사후 안보리에 보고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그 목적이나 취지에 비춰 미국 정부의 기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https://en.wikipedia.org/wiki/United_Nations_Command%E2%80%93Rear).

‘유엔사 후방기지’ 지휘부는 현재 호주와 캐나다 군이 지휘관과 부 지휘관직을 맡고 있다. 이 지휘부는 유엔사가 병참기지와 주둔 시설을 일본 영토에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SOFA를 집행하는 것이 주요 임무 이다. 이들 시설은 ‘유엔사 후방기지’의 통제아래 있어 일본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일본과 체결한 SOFA 서명국 9 개국의 군사력이 일본 영토로 들어올 때는 일본 정부에 통고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SOFA 규정에 따라 이들 서명국 군사력이 일본에 진입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허가 여부와 관계가 없이 가능하다.

‘유엔사 후방기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이 지켜지지 않고 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유엔사와 한일 정부 간의 관계를 긴밀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한반도에 주둔한 유엔사 지휘부와의 협조 하에 일본 정부의 이해관계를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매년 한국군과 의회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일본 내 유엔사 기지들의 방문을 주선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 긴급 상황 발생 시 일본의 주요 역할을 환기시키기 위한 목적이다(https://www.tokyoreview.net/2018/02/relevance-despite-obscurity-japan-un-command/).

유엔사 역할 부풀리는 미국 장성들

전직 유엔군사령관들은 지난해 여름, 앞으로 유엔사가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따른 정전 유지라는 기존 임무 외에 한반도 평화 구축과 유지에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자유아시아방송 2020년 7월27일). 빈센트 브룩스 전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해 7월27일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맞아 미국 민간단체인 주한미군전우회(KDVA)가 주최한 유엔군사령부의 역할에 대한 화상회의에서 유엔군사령부의 목적은 항상 동일하다면서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적대행위 중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는 정전 유지 외에도 남북한 그리고 미북 간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티스 스카파로티 전 유엔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이날 화상회의에서 유엔군사령부는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 갈등 해결에 국제사회가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유엔군사령부에 소속된 18개국들이 군사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 외교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유엔군사령부를 재활성화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맡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한미 간에 전작권이양이 완료된다 해도 유엔군의 권한을 앞세운 미군사령관에 의해 한국군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려한다면 유엔사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유엔사의 승인 없이는 남북이 철도·도로를 연결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전 협정은 1953년 7월27일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군 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사이에 맺어져 미국이 반대하는 한 평화협정 체결은 어렵게 되어 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의 긴장관계가 날로 고조되면서 주한미군의 대중국 견제 역할이 더 중시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부속협정인 주둔군지위협정(SOFA)과 이 SOFA의 예외 협정인 주한미군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의해 미국 본토에서 주둔하는 것보다 더 싼 비용으로 한국에서 주둔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또한 전 세계에 주둔한 미군의 순환배치 시스템에 주한미군이 활용되고 있어서 효과적인 군사력 배치와 조정이 가능하다. 주한미군의 위상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권, 미 대통령의 선제타격권 등과 직결되어 있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은 물론 남북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유엔대북 제재와 별도로 자국의 대북 제재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는 식으로 빈틈이 거의 없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정책으로 북한이 경제적 파탄을 피하려면 결국 굴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국 정부가 시도하는 남북교류협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고 기회만 있으면 제동을 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미국 국무부는 2020년 5월 한국 정부가 남북 접촉과 대북사업 활성화 방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북한의 비핵화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한국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과 관련해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며, 남북협력은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동맹인 한국과 조율한다”고 말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5월27일). 이는 비핵화 진전이 없으면 남북협력은 불가하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경우는 매우 직설적, 노골적으로 언급해 말썽이 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북한 개별 관광 허용’ 등 남북 협력 추진에 대해 ‘반드시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관광을 허용할 경우 또 다른 ‘제재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뉴시스 2020년 1월17일). 해리스 대사의 이 같은 언급 역시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야 하는 남북교류의 특성상 이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거부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2018년 남북철도 공동조사, 타미플루 지원사업 등 남북교류 추진이 번번이 유엔사의 어깃장으로 좌절되거나 추진이 보류된 바 있다.

미국이 최근 적극 그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유엔사에 대해 평화협정 체결 이전까지 미국이 한반도에서 자국 이익을 보장받을 조치를 담당하는 기구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국내 정치권, 학계, 언론계 등은 그 실상을 규명해야 한다. 유엔사는 북한에 대한 공격권 또는 북한 지역 영토 관할권을 주장하는 등 미래에 미국의 이익을 대행할 장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또한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사령관도 겸하고 있어 필요에 따라 언제든 유엔사 사령관 모자를 쓰고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행사 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가져가더라도, 미국은 유엔사를 통해 남북교류에 개입하거나 대북선제공격 등의 전략 유지를 도모하게 될 경우의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향후 주한미군사령관으로 하여금 유엔사령관직을 앞세워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보장된 미군의 특권을 계속 요구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국가 간 관계는 힘의 관계로 유지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이 지난 수년간 유엔사의 위상을 강화하거나 보완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향후 미국 장성이 유엔사령관의 입장에서 한국에게 갑질을 할 개연성을 의심케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 상하원이 2020년 여름 주한미군을 현 상태에서 계속 주둔시키는 국방수권법을 경쟁적으로 통과시킨 것도 주목된다. 동시에 한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고 지휘관인 유엔사의 위상을 인정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군사력을 수단으로 한반도 미래에 자의적으로 개입할 기반을 굳혀준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국방안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면서 국방주권을 확립할 수 있는 치밀한 전문성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계나 학계, 언론계는 국력이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한 나라의 군사주권을 확립해 평화통일을 달성할 자주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한미관계에 대한 활발한 공론화를 통해 사회과학적 타당성에 입각한 자주성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 정부 출범이후에도 전방위에 걸친 대치와 힘겨루기를 전개하고 있고 두 나라의 무력충돌 시 한국도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미국 쪽 전문가의 입에서 거론되는 현실을 직시해 합당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한반도 미래 전략이나 동북아 평화안정을 정착시킬 방안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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