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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 연재] 고승우의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 (5)-미국의 선제공격 전략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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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2-02 09:55 조회2,3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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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선제공격 전략과 한반도

  •  고승우
  •  
  •  승인 2020.11.24 11:26
 

[연재] 고승우의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 (5)

미 대통령 1997년 이후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검토

미국은 1997년 이후 북한의 주요 핵시설을 공격하는 선제타격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검토했지만 한국은 단 한 번도 사전에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중앙일보 2020년 9월 19일). 미국은 전략무기인 핵무기에 관해선 사용 계획을 동맹국과도 협의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은 한반도 전면전을 의미하고 그렇게 되면 남북한 전역에서 천문학적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인데도 한국이 사전 협의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해괴한 일이 있을까. 한민족의 생사가 어느 순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한국이 미국과 같은 주권국가인데 이런 해괴한 짓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미국에 항의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우리 현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미국의 대통령에 부여되어 있는 선제타격 권한에 의해 한반도가 쑥대밭이 될 장치가 항상 가동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나 정치권, 학계, 언론 등은 이의 정당성 여부를 정면에서 따지고 항의하는 행동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이 커지면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지는 않았고 청와대 등 정부 부처도 침묵했다.

그 결과는 한심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선제 타격에 대한 기초 지식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인지 일과성으로 지나갔을 뿐이다. 한반도 전면전쟁이 벌어지면 남한에서만 최대 천 만 명이 죽고 다치는 참사가 벌어진다는데도 큰 소동 없이 지켜보는 한국을 미국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세계는 또 어떤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볼까.

미국,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대북 선제공격 빌미 확보

한반도에서 미국의 선제타격 또는 선제공격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한국에서는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선제타격의 개념을 살피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국이 일상적으로 대북 공격의 구실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선제타격은 적의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될 때 취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무력행사라는 의미다. 이 주관적 판단이 대외적으로 설득력이 있으려면 그럴 듯해야 한다. 즉 북한이 미국을 향해 엄청난 군사행동을 할 것을 알았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자료를 챙기거나 ‘바로 이것이 증거다’라고 공개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첨단정찰기를 수시로 한국 영공에 보내 북한을 감시하고 있는데 이런 대북 정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가능하다. 미국은 이 조약 4조에 의해 언제든 맘만 먹으면 북한에 근접한 남한의 상공으로 정찰기를 보낼 수 있고 선제공격 사전 준비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사전 준비 작업은 미본토로부터 엄청난 군사력을 남한에 약 3개월에 걸쳐 배치하는 것이 골자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존재하는 한 미국은 언제든 대북 선제타격 카드를 활용할 수 있는 입장인데 당사국인 한국으로서는 그로 인한 참극이 발생하는 미래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런 점을 전제로 해서 한민족 공멸의 키를 미국 대통령이 쥐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미국식 선제공격, 타격의 의미>

학계에서는 선제타격 또는 공격이 지닌 문제 때문에 그것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불법으로 주장하고 있다. 침략전쟁은 아직 무력에 의한 공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평화를 파괴하는 것으로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https://en.wikipedia.org/wiki/Preemptive_war#Legality). 유엔헌장 2조 4항은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로 되어 있다.

이 4항이 ‘삼간다(refrain)’으로 되어 있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든지, 강대국이 그런 일을 저질러서 국제기구 등 어느 누구도 그것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을 전제한 것이다. ‘안된다’로 규정할 경우 그런 행위를 한 가해국가의 제재 문제가 따르고 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문제가 매우 복잡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 속에서 흔히 그렇듯 국제사회는 힘이 정의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을 고려한 태도라 하겠다.

예방적 전쟁은 선제공격과 뒤섞여 사용되기도 하는데 두 개념은 차이가 있다. 예방적 전쟁은 상대방의 공격이 임박하지 않거나 계획된 상태가 아닌데도 상대방의 잠재적 위협을 공격하는 경우다. 즉 상대방의 잠재적 공격 능력이 있거나 미래에 공격할 의향을 보여준 경우이다. 예방전쟁은 힘의 균형 상태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이다. 유엔이 허가하지 않은 예방전쟁은 오늘날의 국제법적 관점에서 불법으로 여겨진다(https://en.wikipedia.org/wiki/Preventive_war).

미 대통령의 선제타격권 행사를 정당화하는 근거

미국 정부가 선제타격을 거론할 때는 미국 헌법 2조와 ‘무력사용 권한(AUMF)’ 두 개를 법률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이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하는데 상황에 따라서 미국의 조치를 합법화하려는 그런 조치라 할 수 있다.

<미국 헌법 2조>

먼저 미국 헌법 2조가 거론된 경우는,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2017년 10월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거나 실제 공격이 이뤄질 경우 헌법 2조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발언한 것을 들 수 있다. 미국 헌법 수정조항 제2조의 원문은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로 되어 있다. 이 조문에는 선제타격이라는 말이 없지만 유권해석을 할 때 가능하다는 논리다. 전형적인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이지만 미국 관리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당시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거나 실제 공격이 이뤄질 경우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이 적용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대북 군사 조치에 앞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느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미국의소리방송 2017년 10월 31일).

틸러슨 장관은 딩시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회 승인 여부는 모든 상황에 달려있다며, 정확한 근거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면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전쟁 수행) 권리를 행사할 것인가는 즉각적 위협인지 여부 등 위협의 성격에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은 헌법 2조에 따라 대통령은 국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는 의회와 상의하지 않거나 혹은 지난 2017년 4월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군 공습 때처럼 먼저 행동을 취한 뒤 의회에 즉시 통보하는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경우에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 혹은 실제 공격이 이뤄질 때,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명시한 헌법 2조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은 상대방의 핵 보유를 미국에 대한 즉각적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나치게 가정적 상황이라며 역시 말을 아꼈다. 틸러슨 장관은 핵 보유 상황은 (핵무기가) 지하 시설에 적재돼 있음을 의미하거나 혹은 발사 직전 상태를 의미할 수도 있다며, 사실에 근거해 즉각적 위협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청문회에서는 핵무기를 이용한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을 묻는 질문도 나왔지만 매티스 장관은 위협이 임박한 상황이고 (핵 공격이) 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일 경우, 재래식 무기 등 다른 (방어) 수단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통령은 국가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진다고 답했다. 이상과 같은 미 두 장관의 발언을 통해 미국은 자국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대통령이 북한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미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

다음은 미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에 대한 것으로 이 권한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적용되게 되어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것도 이 권한을 발동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점도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0년 10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수단을 제외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 조치에 따라 북한, 이란, 시리아 3국만 테러지원국으로 남게 되었다(세계일보 2020년 10월 20일). 북한은 1988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1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지만 2017년 웜비어 사망 사건 및 여러 사건이 터진 뒤 11월 21일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남아 있는 한 미국 대통령의 ‘무력사용 권한(AUMF)’ 적용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AUMF는 2001년 9.11과 같은 테러를 계획, 주도, 지원, 실행한 개인이나 그룹에게 필요하고 적절한 군사력을 사용할 권한을 미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전 세계에서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고 지속하기 위한 구실로 활용되어 2016년까지 14개국이나 공해상에서 37 건에 개입하는데 AUMF가 적용되었다(Matthew Weed (February 16, 2018).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Report" (PDF).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Retrieved June 19, 2019.).

AUMF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쟁 때 처음 활용된 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군 실세인 카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면서 이란과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것과 같은 사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AUMF가 미 대통령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사용할 때 그 근거로 이용되고 있어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미국 하원은 2020년 1월 미 대통령에게 부여된 AUMF를 폐지하는 등 미 대통령의 군사행동 결정 권한을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미 하원의 이런 움직임은 2017년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가 예방적 차원의 대북 선제공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에 이어 두 번째였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2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에 제동을 가하려는 움직임은 모두 민주당이 주도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이어서 관련 안건 처리는 매번 무산됐었다. 2017년 10월 상정된 ‘위헌적 대북 선제공격 금지 법안’은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거나 실제 공격이 이뤄진 상황이 아니라면 의회 승인 없이 행정부가 대북 군사행동을 위한 예산을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독자적 선제공격에 제동을 건다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대북 선제타격 예방’을 상정했지만,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논란과 관련해 공화당 의원들은 군사행동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두고 북한이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에 대한 위협이 임박할 경우 대통령은 헌법 2조에 근거해 선제공격을 가할 권한이 있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현재의 AUMF는 대통령에게 어떤 대북 군사행동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다면서, 북한과 이란에 대한 대통령의 군사행동 권한도 부여하도록 AUMF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논의와 한국 배제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세계평화를 위협한다거나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을 도발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북 선제공격의 구실을 일반화시키는 선전전의 일부라 하겠다. 북한이 미국 국력의 수백분의 1에 불과하고 핵무기만 해도 미국은 실전에 약 7천 발을 배치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20-30발 보유한 것에 대해 엄청난 수위의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런 선전전과 함께 첨단 항공기를 동원해 대북 정찰을 지속하는 것은 대북 선제공격의 합리적 근거를 확보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억제하려는 사전조치라 하겠다.

미국은 북한을 선제타격할 대상이라고 규정하는 논리를 계속 유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케네스 윌즈바흐 태평양공군사령관은 2020년 10월 중국, 러시아, 북한을 태평양 지역에서의 위협국으로 지목하고 북한과 당장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을 매우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자유아시아방송 2020년 10월 27일).

윌즈바흐 사령관은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미첼연구소가 주최한 온라인 대담회에서 북한은 절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며 북한의 위협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북한과 오늘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북한을 매우 면밀히 감시하고 있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호전적인 발언과 함께 미국의 지상감시정찰기가 2020년 10월 한 달간 10차례 가량 서해 상공에 출동해 대북 감시 비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추적사이트 '노 콜싸인' 등에 따르면 미국 감시정찰기인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가 서해 상공에서 비행했고 전 세계에서 단 2대만 운용되는 미 공군 정찰기 ‘RC-135U 컴뱃 센트’도 2020년 3월 25일 한국 수도권 상공을 비행하면서 4시간 넘게 서울과 경기 남부, 인천 일대를 비행한 뒤 사라졌다고 ‘노콜사인’ 등이 밝혔다(미국의소리방송 2020년 3월 25일).

미 공군 소속 특수 정찰기인 컴뱃 센트는 수백km 밖에서 지상에서 나오는 전자신호와 전자파를 탐지해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과 탄도미사일의 궤도 분석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상공에서는 ‘컴뱃 센트’ 외에도 다양한 미 정찰기들도 포착됐는데 거기에는 ‘RC-135W 리벳 조인트’와 ‘E-8C 조인트 스타즈’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미군 정찰기들이 제 집 안방 드나들 듯 남한 지역을 비행할 수 있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규정된 ‘권리’ 때문인 것이다.

대북 선제공격은 한반도 전면전을 의미하고 그로 인한 남측의 인명 피해만 해도 천문학적인 숫자가 되는데도 미국은 선제공격 기획 단계부터 한국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군사작전에 외국의 동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행한다는 자국 이기주의적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

예를 들면 김영삼 정부는 미국에서 선제공격 논의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선제타격 방안 검토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배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블러디노즈'(코피작전)란 이름의 선제타격 계획을 공개하며 북한을 압박할 때 문재인 정부와 사전협의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논의는 1994년, 북한 그 전해 3월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한 뒤 그해 5월 노동 1호를 시험 발사하며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을 대내외에 선포해 소위 1차 핵위기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중앙일보 2020년 9월 19일). 그 이듬해 3월 판문점에서 북한 대표인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국장이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한 뒤 클린턴 행정부는 당시 영변 핵시설만 제거하는 선제타격 ‘외과수술식 정밀 폭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북한이 보복에 나서 휴전선 부근에 배치된 300여문의 장사정포가 일제히 포격에 나설 경우 불과 십여분 만에 수천발의 포탄이 서울에 떨어져 90일 이내에 주한미군 5만 2,000명, 한국군 49만 명이 다치거나 죽는 등 민간인을 포함해 100만 명의 사망자가 예상돼 미국은 선제타격을 포기했다.

부시 행정부도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하면서 선제타격을 논의했다. 김정일 정권을 축출하는 ‘정권교체’ 목표까지 세웠다. 2005년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새로운 선제공격 계획을 승인했는데 거기에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국가나 테러 단체의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는 공격으로 북한도 대상에 포함됐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2016년 9월 9일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타격 방안으로 북핵 위협이 정확한(외과수술 방식의) 군사 공격으로 제거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디지털타임스 2018년 9월 11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을 저지시킬 수 있는 극비 작전인 ‘특별 접근 프로그램(Special Access programs(SAP)’을 승인해 △북한 미사일 부대 및 통제 시스템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하는 작전 △북한 미사일을 직접 손에 넣는 작전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7초 내에 탐지하는 작전 등을 검토했다.

당시 미 국방부 등은 미국이 식별할 수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 시설의 85% 가량을 타격해 파괴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기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경우와 북한이 반격하는 과정에 핵무기만으로 최소한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적해 대북 선제타격 안이 백지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론에 대신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선제타격과 한반도 전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지난 2017년 6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제타격 문제는 "추후 위협이 훨씬 더 긴급해지면 논의해 볼 수 있다"며 비판적 시각을 밝혔다. 이어 그 해 8·15 경축사를 통해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절대 전쟁을 막겠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관련해 “북한 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라면서 “미국은 한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17년 8·15 경축사당시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는 어떤 움직임도 한·미 동맹을 긴장시킬 위험이 있다”면서도 “미국이 위협을 받을 때 군사행동을 위해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고 보도했다(조선일보 2020년 9월 16일).

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발사했거나 발사할 것이라는 정보가 포착되면 미국 대통령이 전권을 갖고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한국의 허락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전략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강력 촉구하고 있는가, 아니면 미국이 자국 법에 의해 하는 일이니 자칫 내정간섭이 될 것이 우려돼 침묵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나 하면서 신경을 안 쓰는 것인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어떤 이유로든 이런 국민의 권리가 박탈되거나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를 위해 모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정부는 국가를 운영할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다.

기이한 것은 남한에서는 미국의 군사전략에 대해 꿰뚫고 있는 전직 정부 고위 관리들이 많을 터인데 그들은 민족 전체가 거덜 날 수 있는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 등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어떤 이유 – 그것이 단순한 오판이나 실수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 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이 가해지면 자신과 가족들도 해를 입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도 침묵한다? 이런 정신 상태는 이해하기 곤란하다. 하찮은 미물이라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도망도 가고 반항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인가? 죽는 것보다 더한 것이 그들을 두렵게 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가?

과거 국보법은 한미동맹을 신성시 하면서 그것에 비판적이면 이적 행위, 친북으로 몰아 처벌했다. 그러나 국보법도 그 적용에서 과거와 달리 신중해졌다는 것 아닌가. 변화된 시대상황에서 그들은 어째서 한결 같이 침묵하는가?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라고 하지 않나?

물론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뒤 장차관들의 시민사회에 대한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군사정권 시절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청와대와 광화문에서는 여전히 정부를 규탄하고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정부당국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관리들은 군사정권시절의 그 모습으로 갑질을 하고 있다. 그들은 그렇다 치고 현 정권 들어 정부에 들어간 자칭 진보인사들은 민족의 사활 문제에 왜 침묵하는가? 그 침묵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권을 더 잡기 위해 안보문제는 과거 군사정권처럼 다 대외비로 해야 하는가? 그들은 하나같이 미국의 국익을 최대한 챙겨주는 그런 언행만을 할 뿐이다. 미국의 실체를 밝히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내간다고 하고 그러면 시민들이 놀라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서 그런가?

기이한 일이다. 어느 날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의해 한반도의 생명체들이 한순간에 도륙이 날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데 태평성세의 모습으로 정치, 학문, 언론을 하고 있는 현실이 이해할 수가 없다. 모두가 살고, 그래서 한반도와 동북아가 평화롭고 행복한 지역이 될 수 있는 그런 전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일을 왜 다들 외면하는가? 언제까지 미국의 손에 한반도가 쑥대밭이 될 운명으로 방치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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