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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도로 연결땐 신의주 거쳐 파리까지..한국 '섬나라' 벗어난다 (2018.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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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7-26 14:44 조회4,60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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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도로 연결땐 신의주 거쳐 파리까지..한국 '섬나라' 벗어난다

입력 2018.05.01 05:06 수정 2018.05.01 16:36

'신남북경협시대' 열린다
② 대륙과 교통·물류망 연결

[한겨레]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에는 ‘아시안 하이웨이 1호선’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표지판에는 중국, 인도를 거쳐 터키로 이어진다고 표시돼 있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ESCAP)가 개념화한 아시안 하이웨이는 아시아 지역과 유럽을 연결하는 국제중심도로망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안 하이웨이 1호선과 6호선(국도 7호선·동해고속도로)이 모두 출발한다. 하지만 이 도로는 유럽은커녕 아시아로도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섬 아닌 섬이었던 탓이다.

서울·부산 출발 ‘유라시아 특급’
대륙경제로 진출 시발점

동북3성·극동러시아 등 북방권역
거대 소비시장·자원 접근로 생겨

경의선 2007년 이미 1년간 운행
선로 개량만 하면 남북 연결 가능
동해선은 강릉~제진 선로 신설해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남북 교류를 넘어 우리 경제가 육로를 통해 중국, 러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선언문에 서울에서 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과, 부산에서 나진 등 두만강 유역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연결을 일차적으로 언급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경의선은 신의주를 통해 유럽까지 이어지는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되고, 동해선은 나진~하산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된다. 이는 도로망인 아시안하이웨이 1호선, 6호선과도 각각 맞물린다. 남북한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분단 이후 사실상 섬나라와 같은 경제 구조였던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대륙형 경제로 전환하는 시발점인 것이다.

대륙과 육상 교통·물류망이 연결될 경우 남북한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동북3성(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과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러시아에 몽골 지역까지 아우르는 북방 권역은 인구 1억2천만명이 있는 거대한 소비시장이자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다. 해운과 철도, 도로 등 복합 물류망을 구축하고 가스관 연결 등을 통해 에너지 단가를 낮추면 교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14년 국토연구원 자료를 보면, 경의선이 중국횡단철도와 연결될 경우 2030년을 기준으로 경의선을 통한 철도 물동량은 3015만t, 동해선이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될 경우 물동량은 754만t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철도·도로의 연결로 한반도 북방 지역이 신흥 경제권역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경제대국인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인접해 있는 북방 지역은 오래전부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지역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여전히 저개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교통·물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을 시작으로 국경을 넘는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이 지역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권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해안을 산업·물류벨트로 육성하고 동해권은 에너지·자원벨트로 육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나, 서남권과 동북권을 양대 축으로 개발하겠다는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10 년 전략계획’은 물론, 러시아가 추진 중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계획, 유엔개발계획(UNDP)의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모두 이런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

즉, 남북한의 경제 통합과 대륙 연결은 한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북방의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인접 지역 전체의 성장을 촉진해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미칠 편익비용분석’ 보고서를 보면, 동북3성인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의 대외개방도는 각각 32.3%, 13%, 18.5%로 중국 평균 46.65%에 한참 뒤쳐질 정도로 개방도가 떨어진다. 보고서는 한반도 통일로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한국 경제와 동북3성이 직접 연결돼 대외개방도가 중국 평균 수준에 근접하게 될 경우 2013년 5조4440억위안(한화 약 922조원)이었던 동북3성의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8조4140억위안(약 1424조원)으로 54.6% 가량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외개방도의 증가를 통해 발생하는 지디피 증대량만 2836억위안(약 49조원)으로 추정됐다. 동시에 이들 지역의 한국 경제에 대한 대외의존도도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는 북방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은 “독일 통일 사례를 보면 동독에 가로막혀 있던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이 이후 독일과 국경을 맞대게 되면서 유럽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지고 독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이웃 효과’가 발생했는데, 이런 효과가 극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 유라시아 대륙 횡단철도와 연결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남북 철도 미연결 구간에 새로 선로를 깔고, 낙후된 북쪽 철도를 개보수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의선의 경우 2000년 6·15 공동선언 성과로 문산부터 개성까지 선로가 연결돼 2007년부터 1년간 화물열차가 정기 운행도 했던 만큼 철도 연결 자체는 어렵지 않다.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의선의 경우 선로 개량에 2천억원 안팎의 비용이면 충분히 이용 가능할 것”이라며 “철도를 통한 상시적 남북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통근열차 등 활용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동해선의 경우 강릉~제진 104.6㎞ 구간은 선로가 아예 없는 상태여서 유엔 제재와 관계없이 건설하면 된다. 국토부는 해당 구간 선로 신축 사업비를 2조3490억원으로 추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구간은 이미 3차 국가철도망 계획에도 포함돼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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