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제전략연구소 보고서…미국이 40% 차지 ‘압도적’
지난해 전 세계의 군비지출이 급증해 2조2000억달러(약 2940조52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전쟁과 패권경쟁으로 국제질서가 불안정해지면서 전 세계가 군비경쟁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13일(현지시간) 제65차 연례보고서 ‘군사 균형(Military Balance)’에서 2023년 전 세계 군비지출은 2조2000억달러라고 밝혔다. 1년 전보다 9% 증가한 수치이다. 보고서에선 군비지출 급증은 “점점 더 많은 갈등으로 악화하는 안보 환경을 보여준다”며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러시아의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공격,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장악, 니제르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쿠데타가 언급됐다. 또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공세적 행보, 북극의 긴장 고조,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욕, 아프리카 사헬 지역에서의 군사 정권 부상 등이 원인으로 꼽혔으며 “앞으로 더욱 위험한 10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군비지출 확대를 주도한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이들 국가가 지출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나토 회원국의 지난해 국방지출은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병합한 2014년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전 세계 군비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등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국 방위비 부담 규모에 관한 거듭된 발언 내용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유세 집회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을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장려할 것이라는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부 전체 지출의 30%를 군비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선 러시아에 향후 2~3년간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분석됐다. 다만 수많은 탱크를 잃는 등 무기 수준의 저하는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따랐다.
지난해 중국 국방비는 2195억달러로, 전 세계 군비지출의 10%를 차지했다. 아시아 전체 국방비에서의 비중은 43%에 달했다. 보고서에선 중국이 지난해 미사일 사일로를 추가하고 핵탄두와 운반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등 “증강된 전력 투사 능력”을 보여줬다고 지적됐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인 호주,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의 총 국방 예산은 2022~2023년 약 9840억달러에서 1조5000억달러 이상으로 7.4%가량 증가했다. 특히 대만의 국방 예산 증가율이 20%로 가장 높았다. 필리핀은 유일하게 해당 기간 국방 예산이 줄었으나 남중국해 분쟁으로 올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ISS의 국방경제 선임연구원인 페넬라 맥거티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아시아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경제성장에 맞춰 국방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난 몇년 동안은 중국의 영향력 등 전략적 요인이 군비지출 규모 결정에 작용하는 것을 확실히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