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어디까지 진실?..매파 관점서 한국에 시종 부정적 (2020.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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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6-24 11:38 조회2,184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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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어디까지 진실?..매파 관점서 한국에 시종 부정적
류지복 입력 2020.06.22. 12:09 수정 2020.06.22. 16:35강경파 관점 평가로 오류 가능성..청와대 "정확한 사실 반영 아니다" 반박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볼턴 전 보좌관이 북미 간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까지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정책에 관해 남북미의 내밀한 얘기까지 책에 담아 파장을 낳고 있다.
백악관에서 대통령을 보좌한 외교·안보 정책의 책임자가 작심하고 쓴 책이라 여느 대북 전문가의 평론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볼턴은 '메모광'이라고 불렸고, 실제로 책에도 구체적인 대화와 상황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적어놓은 부분이 많다.
그러나 볼턴이 23일 발간할 예정인 회고록에서 주장한 것을 곧이곧대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 역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능함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익과 사익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사익을 추구한다면서 외교정책도 실질적 해법 모색보다는 사진찍기용에 몰두한다는 식으로 재단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하는가 하면,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폄하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악감정이 책의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워싱턴의 대표적 '매파'로 불리는 볼턴이 강경파 시각에서 회고록을 집필한 부분도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객관적 입장이 아니라 '선 비핵화'와 '최대 압박'을 대북 해법이라고 보는 자신의 주장을 전제로 벌어진 일들을 평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볼턴은 과거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가 하면,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접목하려는 인식이 강했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볼턴은 북한의 '행동 대 행동', '단계적 접근' 요구가 북한의 지연 전술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시도가 자칫 제재 완화라는 선물만 안겨줄 수 있다고 봤다.
이렇다 보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이 분위기를 이어가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킨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견제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북미 비핵화 외교가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느니, 문재인 대통령이 사진찍기용으로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느니 하는 평가는 자신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 한국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도 읽힌다.
실제로 볼턴은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비핵화 접근법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렬될 때 상당한 입김을 발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당시 북미 외교에 관여했던 인사들로부터 거짓이라는 뭇매를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책은 거짓말과 지어낸 이야기의 모음"이라며 자신이 해임된 데 따른 앙갚음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였지만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내세우는 바람에 진전이 없었다는 식으로 북미관계 교착의 책임을 돌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볼턴은 반쪽 진실과 완전히 틀린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가세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밝혔다.
또 볼턴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한 뒤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미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윤 수석을 통해 전했다.
볼턴이 한때 한솥밥을 먹던 식구에게 비수를 꽂은 것을 놓고도 비판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최근 "볼턴은 회고록에 담긴 거의 모든 일화에서 영웅이다. 자기비판이 완전히 부족하다는 게 이 책의 중대 결점 중 하나"라며 "거의 모든 정책결정에 대해 자기 얘기를 들어야 했으며, 자신은 안될 줄 알았고 죄가 없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작년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추진 과정에서 끝내 의회 증언에 나서지 않은 볼턴이 이제야 폭로성 책을 낸 것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 않다.
CNN은 한 칼럼에서 "볼턴은 역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으나 국가 위에 자신을 둔 기회주의자와 겁쟁이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법원은 지난 20일 이미 많은 책이 퍼졌다며 법무부의 출간금지 요청을 기각하면서도 볼턴이 누설금지 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회고록 출간에 따른 수익 몰수와 형사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