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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폐지 가격 하락 일로..또 쓰레기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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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2-10 09:37 조회2,30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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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폐지 가격 하락 일로..또 쓰레기 대란?

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입력 2020.01.23 06:03 수정 2020.01.23 07:24
국산 폐지 가격 kg당 68원, 2018년 폐비닐 쓰레기 대란 당시 65원과 비슷
폐지 줍는 노인들도 하루 1만원 벌기 힘들어..정부, 유통구조 개선 추진
(사진=자료사진)
설 연휴를 앞둔 지난 월요일 저녁.

허리가 구부러진 70대 할머니가 주택가 골목길에 쌓여있는 종이박스를 소형 손수레에 바쁘게 싣고 있다.

"이거? 일(폐지 수거) 끝나고 집에 가다 보니 있길래 가져가려고 정리하는 거지."

예전에는 종일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넘기면 2, 3만원 벌이는 충분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폐지는 요새 킬로그램당 30원씩밖에 안쳐줘. 예전엔 100원씩 했는데 말이야. 손수레에 가득 싣고 가면 4, 5천원씩은 했는데 요즘은 힘들어. 2천 원이야, 2천 원."

국내 폐지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폐지 줍는 노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 손수레 분량의 폐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3, 4시간이 걸리는데, 현재 가격으로는 온종일 모아도 1만 원을 벌기 힘든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자 한 여당 의원은 급기야 지난 연말 폐지 수거 노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국내 폐지 가격 하락은 폐지 수거 노인의 수입에만 영향을 미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쓰레기 대란을 불러올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재활용 수집업체는 폐지를 수거해 제지업체에 팔아 수익을 남긴다. 이 수익을 위해 수집업체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폐비닐 등은 거의 덤으로 수거해 간다.

국내 폐지 가격이 떨어질 경우 재활용 수거업체의 수익도 떨어지게 되고 결국은 폐비닐 등 수익구조가 떨어지는 폐기물은 수거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지난 2018년 서울과 수도권의 폐비닐 쓰레기 대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대표적 폐지인 폐골판지 국내 가격은 현재 킬로그램당 68원으로, 폐비닐 쓰레기 대란 직전이었던 지난 2018년 4월의 65원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는 또한 지난 2017년 킬로그램당 130원의 절반 수준이기도 하다.

(사진=자료사진)
국내 폐지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것은 2018년부터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폐지수거업체 모임인 '한국제지원료재생업협동조합'의 안주형 이사장은 "국내 제지공장 수요의 20% 정도를 중국에 수출해 왔는데, 이게 막히면서 국산 폐지가 공급과잉 상태로 되다 보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국내 제지업체들도 국산 폐지 대신 가격이 싼 수입 폐지를 사들여 오면서 국산 폐지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폐지 가격은 국산 폐지의 80% 정도며 일본산 폐지는 70% 정도에 불과하다.

폐지 수입이 늘고 국산 폐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정부는 지난해 4월 폐지수거업체와 제지업체 등과 함께 폐지 수입 등을 자제하자는 협약서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폐지 수입은 계속됐고 국산 폐지 가격은 계속 떨어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맺은 협약은 선언적이었고 진도도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산 폐지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입 폐지보다 여전히 비싸면서 국산 폐지는 더욱더 외면받고 있다.

안 이사장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은 폐지를 버리는 사람이 돈을 낸다"며 "하지만 OECD 국가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폐지를 버리는 사람이 돈을 받는 구조다 보니 국산 폐지 가격이 수입 폐지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산 폐지 가격이 2018년 쓰레기 대란 당시의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22일 정부와 주요제지업체, 재활용 수거업체 등과 협약을 재차 맺고 제지업계를 통해 국산 폐지 2만 톤을 긴급 선매입해 비축하기로 했다.

또한 국산 폐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통과정도 개선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산 폐지 수익이 떨어지면서 예전의 유통과정을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며 "국가정책이 들어가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구체적인 대책은 국내 폐지 활용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될 방침"이라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hope@cbs.co.kr

 

"제대로 분리 안하면 수거 중단".. 폐지 대란 벌어지나

김효인 기자 입력 2020.02.10 03:09

[서울 폐기물 수거 업체들 市에 공문]
"비닐·은박지·스티로폼 등 섞여 오염된 폐지로는 돈벌이 안돼"
한국 폐지 수출 66% 급감 속에 질 좋은 폐지 수입 늘어 가격 뚝
정부, 뾰족한 수 없이 "대책 고민"

지난 6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600세대) 분리수거 쓰레기장에는 '박스를 접어주세요' '박스 외 종이류·코팅지·은박지·비닐은 폐기물입니다' 등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로부터 박스와 박스 외의 종류로 구분해서 분리하지 않을 경우 폐지류는 수거하지 않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혹시라도 수거해 가지 않으면 곤란하니 입주자들에게 분리수거에 좀 더 신경을 쓰시라고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폐지에 섞여 들어온 폐비닐·스티로폼 - 지난 5일 세종시에 있는 한 폐지 압축 업체에서 관계자가 폐지 사이에 섞여 들어온 폐비닐, 컵라면용 스티로폼 용기 등 불순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비닐, 스티로폼 등은 폐지 재활용률을 떨어트려 폐지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된다. /신현종 기자

서울 아파트 60%(120만 가구)의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공동주택 재활용가능자원 수집·운반협회'가 지난 3일 중국의 폐지 수입 감소, 폐지에 이물질이 포함돼 있어 가격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폐지 수거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중국의 수입 금지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비닐·플라스틱 등 수거를 한 달 가까이 거부했던 지난 2018년 '쓰레기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의 폐지 수출 66% 급감

국내 재활용 수거 업체들은 아파트별로 계약을 맺고 돈을 주고 폐품을 수거해간다. 폐지, 의류 등 돈이 되는 폐품과 함께 플라스틱·비닐·스티로폼 등은 덤으로 수거해가는 식이다. 그런데 중국이 2018년부터 환경보호를 이유로 재활용 폐지 수입을 줄이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바람에 폐지 수거가 돈이 안 되는 상황이 닥쳤다. 과거에는 골판지 기준으로 ㎏당 100원 안팎을 호가했던 폐지 가격이 올 들어 65원 선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폐기물 처리국이었던 중국이 지난 2018년 비닐과 폐플라스틱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거 업체들이 플라스틱과 비닐 수거를 거부하면서 벌어졌던 '쓰레기 대란'이 이번에는 폐지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택배 물량 증가 등으로 국내 골판지(박스) 폐기물 배출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수출량은 2018년 38만500t에서 2019년 12만8000t으로 1년 만에 66%나 급감했다.

지난 6일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폐지 분리수거 안내문. /나광현 인턴기자

폐지에 다른 폐기물들 섞여… 업체들 "경제성 떨어진다"

중국의 수입 축소로 어려운 처지가 된 수거 업체들은 "국산 폐지들이 이물질과 분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추가적인 분류 등에 비용이 들어 채산성이 떨어진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지난 5일 대전의 한 폐지 압축장에는 550평(1800㎡) 규모의 부지에 건물 1층 높이를 넘나드는 폐지 산(山)들이 서 있었다. 은박지, 노끈, 테이프, 일회용 도시락 용기 등 종이가 아닌 물건이 곳곳에 섞인 상태였다. 이 압축장에서 폐지 원료를 공급받는다는 제지 회사 관계자는 "이곳은 폐지를 압축하기 전에 작업자들이 수작업으로 오염물을 걸러내는데, 이런 분리 시스템을 갖춘 곳이 전국 압축장의 5%에 불과하다"고 했다. 상당수 압축장에서는 별다른 분류 작업 없이 폐지를 단순히 묶어서 제지 업체에 보낸다. 제지 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상태의 폐지를 재활용해 만든 종이는 질이 떨어지다 보니 국산보다 외국산을 선호한다. 국내 폐지 수출량은 줄어드는 반면, 수입량(골판지 기준)은 2018년 37만9000t에서 2019년 53만2000t으로 40% 급증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힌 미국·일본 등의 폐지가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공급은 느는데 수요는 줄어드니 국내 폐지 가격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폐지 대란'을 걱정하지만,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 우선 분리 배출을 강화하고, 중장기 대책으로 폐기물 수거를 민간 업체 대신 공공 기구를 통해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2년 전 겪었던 '쓰레기 대란'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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