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살펴보는 고준위핵폐기물(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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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6-12 11:22 조회4,27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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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해 궁금한 것들(Q&A로 살펴보는 고준위핵폐기물)
최종 수정 : 2019.6.11.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Q 고준위핵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 뭐가 다른가요? 왜 2가지 용어를 섞어서 사용하나요?
핵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열의 양에 따라 고준위,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 핵폐기물로 분류됩니다. 이중 고준위핵폐기물은 1g당 4,000Bq 이상의 방사선과 1세제곱미터당 2kW 이상의 열을 내는 폐기물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고준위핵폐기물은 핵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 – 즉 사용후핵연료입니다. 그러나 모든 고준위핵폐기물이 사용후핵연료이지는 않습니다. 핵재처리를 한 국가들의 경우, 재처리 이후 나온 고준위핵폐기물을 갖고 있기도 하고 연구 과정에서 고준위핵폐기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상적으로 사용후핵연료와 고준위핵폐기물이란 말이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는 이 2가지 말은 엄격히 구분됩니다. 사용후핵연료 중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폐기하기로 한 것들만 고준위핵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원자력진흥위원회가 한 번도 사용후핵연료 폐기를 결정한 적이 없으므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법률상 고준위핵폐기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Q. 현재 고준위핵폐기물은 어디에 얼마나 있나요?
현재 우리나라의 고준위핵폐기물은 5개 핵발전소 부지(부산 기장, 전남 영광, 경북 경주·울진, 울산 울주)와 대전 원자력연구원 부지에 있습니다. 대전 원자력연구원에 있는 고준위핵폐기물은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와 핵발전소 부지에 있던 사용후핵연료를 시험하기 위해 대전으로 옮긴 것들입니다. 과거 서울 노원구 공릉동 원자로 연구원에도 연구용 원자로에서 쓰던 사용후핵연료가 있었으나, 원자로 해체에 따라 이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미국으로 반출되었습니다.
세부적인 저장량을 살펴보면(2018년 4분기 현재), △ 고리 핵발전소 6,371다발, △ 영광 핵발전소 6,302다발, △ 울진 핵발전소 5,531다발, △ 월성 핵발전소 451,646다발, △ 대전 원자력연구원 520다발 등 전국 6곳에 470,370다발이 있습니다.
Q. 임시저장, 중간저장, 영구 처분 용어가 너무 어려워요.
아직 우리나라 법률로도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용어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언론과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쓰는 용어까지 있어서 혼란이 더욱 큽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처분(disposal)을 핵폐기물 관리의 최종단계로서 회수할 의도 없이 오랫동안 사람이나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격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장(Storage) 혹은 중간저장(Interim Storage)은 회수할 의도를 갖고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것을 뜻합니다. 흔히 처분장이 마련되지 않았거나 재처리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 있을 때 중간저장을 하게 됩니다. 아직 고준위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이 없으므로 많은 나라가 중간저장을 택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만 현재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한편 임시저장이란 말은 국제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말입니다. 국내법상으로도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표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개념상으로 이후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중간저장과 임시저장은 동일한 표현입니다.
Q. 고준위핵폐기물을 없애는 기술은 없나요?
고준위핵폐기물에는 반감기가 긴 핵종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 장수명 핵종을 분리하여 소멸시키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을 뿐더러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원자로(고속로)가 필요합니다. 고준위핵폐기물을 소멸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원자로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합니다. 또한 이들 원자로에서도 고준위핵폐기물 또다시 발생하기 때문에 완전히 고준위핵폐기물을 없애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소듐(나트륨) 같은 위험한 물질을 냉각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사고와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재처리와 고속로 운영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에 따라 IAEA를 비롯한 핵산업계에서조차 고준위핵폐기물을 그대로 폐기하는 것이 현재 가장 경제적이라고 인정할 정도입니다.
Q. 이미 만들어진 고준위핵폐기물은 어디엔가 보관해야 하지 않나요?
예. 맞습니다. 고준위핵폐기물을 보관할 장소와 기술 모두를 확보해야 합니다. 한때 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했으나, 비용과 위험성 모든 면에서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라는데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또한 다른 나라에 이를 저장·처분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운반과 저장 과정에서 또 다른 국제 분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고준위핵폐기물의 양을 늘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보관이 어려운 핵폐기물을 무책임하게 계속 만들어내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고준위핵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이 핵폐기물은 그동안 우리가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모든 국민이 사용한 전기이기 때문에 이를 보관할 장소와 방법을 찾는 것도 우리 국민 모두가 해야 할 일입니다.
Q. 고준위핵폐기물은 얼마나 위험한가요?
핵발전소에서 방금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십여 초안에 사람이 죽을 정도로 많은 양의 방사선이 나옵니다. 또한 발열량도 많아서 최소 5~7년 정도 붕산수에 넣어 냉각하면서 보관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발열과 방사선 준위가 높으므로 상시적인 냉각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가동 중인 원자로의 냉각 펌프가 멈춘 것 이외에도 사용후핵연료 저장고의 냉각 펌프 작동이 멈춤에 따라 수소폭발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또 고준위핵폐기물의 문제점은 오랫동안 방사선과 열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통상 10만 년 동안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Q. 위험한 고준위핵폐기물을 옮기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사용후핵연료를 옮기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높은 방사선과 열 때문에 관리가 힘든 것도 있지만, 다른 고려사항이 많기 때문입니다. 핵연료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라늄(19.1g/cm³)은 납(11.34g/cm³)보다 밀도가 높습니다. 200mL 우유 정도의 부피면 무려 3.82kg에 달할 정도입니다. 방사능과 열을 견뎌야 하므로 사용후핵연료 운반 용기 자체 무게도 상당합니다. 보통 사용후핵연료와 운반 용기, 차량의 무게를 합하면 150톤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 도로의 교량의 법적 용량이 40톤에 불과하므로 기존 도로와 교량으로는 운송이 어렵습니다. 또한 운반 과정에서 전복·침몰 같은 사고가 발생하거나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후핵연료를 탈취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사용후핵연료 운반은 매우 신중히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장소에 그대로 두는 것 역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 보관 장소가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관리할 장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고, 계속 현재 장소에 보관하는 것을 지역주민들이 동의할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기존에 발생한 고준위핵폐기물을 어디에 두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지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Q. 사용후핵연료는 300년만 지나면 손으로 만질 수 있다?
인터넷 칼럼 등을 통해 널리 확산되는 이야기입니다. 사용후핵연료의 독성이 천연 우라늄 수준으로 줄어드는데, 약 30만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처럼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장수명 초우라늄 원소와 요오드(I-129, 반감기 1,570만년), 테크네튬(Tc-99, 반감기 21만1100년) 같은 핵종 때문입니다. 사용후핵연료 안에 있는 이들 장수명 핵종을 제거할 경우, 천연우라늄 수준으로 독성이 감소하는데 약 300년이 걸리지만, 장수명 핵종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300년만 지나면 손으로 만질 수 있다’와 같이 설명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또한 이들 장수명 핵종을 분리·제거하는 가운데에서 별도로 핵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Q.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열량은 다리미 2개 열량?
핵발전소 수조에서 5년 정도 냉각한 사용후핵연료에서 다발당 1kW/㎥ 정도의 열이 발생합니다. ‘다리미 2개 정도’라는 표현은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원자로에서 막 꺼낸 사용후핵연료와 시간이 지난 사용후핵연료의 열량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정용 다리미 1개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듯이 이 열을 제대로 식히지 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가 포화됨에 따라 습식저장고의 저장 밀도를 조밀하게 하고 있어 단위 부피당 발열량이 과거보다 더 늘어난 상황입니다. 특히 정전이나 기타 사고에 의해 냉각펌프가 고장하는 상황은 매우 위험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학아카데미(NAS)는 냉각장치가 필요한 수조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지 말고 자연적으로 냉각이 이뤄질 수 있는 건식저장방식을 채택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