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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서울로 카톡을 띄우다 (2015.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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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7-19 13:54 조회3,3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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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서울로 카톡을 띄우다
<연재> 최재영 목사의 남북사회통합운동 방북기(13)
2015년 02월 09일 (월) 01:08:25최재영 9191jj@hanmail.net

최재영 목사 / NK VISION 2020 대표 

나의 이번 방북 기간은 2014년 9월 25일부터 10월 6일까지이며, 내가 설립한 NK VISION 2020의 중요 기관 중에 하나인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 원장의 자격으로 방문을 했다. 특히 이번 방북에는 평소 중국과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 시민권자 신분의 목회자 부부가 학술원 회원의 자격으로 나와 함께 동행을 했다.

이번에 나의 방북 목적은 종교적인 업무와 학술적인 업무를 비롯하여 남과 북의 양측 사회가 서로 소통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 세 명은 매우 차분하면서도 기대감이 넘치는 마음으로 중국 심양에 당도하여 북한 영사관측으로부터 비자를 받고 평양발 고려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필자)

공항검색대의 ‘전화기 회수’에서 ‘카카오톡 메시지’까지

나는 이번 방북 체류 중에 평양에서 서울로 틈틈이 카톡을 보냈다. 물론 학술원과 개인적인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카톡이었으나 내 카톡을 받는 사람들이 메시지 내용을 읽은 후 무심코 나에게 보내준 답장은 ‘서울에서 평양으로 카톡을 전송한 무시무시한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는 상황으로 바꿔지는 것이 오늘날의 분단 현실이다. 21세기 첨단 사이버 세상에 살면서도 70년을 남과 북으로 나뉜 우리 민족은 언제까지 구석기시대처럼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내가 이번에 사용한 북한의 인터넷 속도는 미국이나 한국과 전혀 차이가 없이 매우 우수한 성능이었으며 특히 평양시내에서의 무선 와이파이는 매우 강력하게 터졌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도중에 버퍼링이나 끊김 현상도 전혀 없었으며 차안이나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메신저와 국제전화를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며 내가 거주하는 미국 보다 오히려 더 잘 터졌다. 오늘은 내가 외국인전용 모바일 심카드를 구입하는 과정부터 출국하기 직전까지 인터넷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드라마틱한 뒷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 아직 외국인에게만 허용하는 한계가 있지만 평양 통신국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외부세계와 자유롭게 통신할 수 있으며 아직 중국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 트위터와 SNS 서비스를 북한에서는 무한 제공하고 있었다.

내가 2012년 9월 30일-10월 13일에 방북하여 평양공항의 마지막 입국절차인 수화물 검색대를 통과 할 때는 지니고 있던 스마트폰이나 전화기를 무조건 공항요원들에게 반납해야 했다. 반납한 전화기는 밀봉 처리된 후 특정 장소에 보관되었다가 출국하는 날 항공 티켓과 함께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해서 방북기와 인터뷰를 통해서 외국인과 해외동포 입국자들에 대한 전화기 회수는 국제화 시대에 역행하는 불합리한 조치임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북녘 당국에도 호소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듬해인 2013년 1월 7일부터 외국인과 해외동포들에 대한 휴대폰 소지 입국을 전폭적으로 허용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그 규정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당시 전화기 회수 불만에 대해 북측은 모기장 이론을 내세우며 설득했다. 자신들도 허락하고 싶지만 허용하게 되면 그것을 이용해 미국과 남한의 적대세력들이 마치 모기가 달려들듯 끊임없이 스파이 행위를 하거나 공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기장을 친다는 논리였다. ‘압수’에 가깝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공항에 내리자마자 전화기를 회수당하는 불편을 감수했던 당시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게다가 지금은 공항건물과 평양시내에 있는 고려링크에 가서 심카드(SIM card)만 구입하면 국제전화는 물론 스마트 폰으로 카톡과 페이스북 같은 SNS 메신저와 해외 유명 포털사이트 검색, 이메일 송수신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외국인 인터넷 접속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전화기 소지 입국을 허용한 직후인 2013년 3월 1일 부터 외국인방문객들에게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는 통신규제완화조치를 내렸으나 한 달이 채 안된 3월 28일에 다시 중단조치를 내렸다. 장기체류자는 계속사용이 가능했지만 단기체류자는 사용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외국방문객들 같은 단기체류자들에 의해 북한 내부의 정보들과 군사시설 등 민감한 자료들이 인터넷에 유포되거나 게재되는 것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내린 조치였다. 그러나 북한의 보안당국과 고려링크사와의 기술적인 점검과 보완을 마친 후 즉시 재허용되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 보통강호텔 전경, 호텔 국기게양대 옆에 대형 안테나가 설치되어있다. [사진제공-최재영]
  
▲ 보통강호텔 국기게양대 아래에 자리 잡은 통신기지국 안테나 모습. [사진제공-최재영]


심카드(SIM card) 구입을 요청하다

평양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주말을 보낸 나는 공식일정이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에 식사를 하다말고 한국과 미국에 긴급히 연락을 취할 일들이 생각났다. 노인병원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구순이 넘으신 모친의 건강이 위중하신 상황이라 신속히 상태를 확인해야 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모님까지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이후 근래 들어 위중하신 상황이기 때문에 안부가 몹시 걱정되었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의 커뮤니티 아파트는 매월 1일이 되면 렌트비를 체크(수표)로 납부해야 하는데 수표를 써놓고 보관한 장소를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왔기 때문에 빨리 연락해서 수표가 보관된 파일과 장소를 알려줘야 했다.

그뿐 아니라 방북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당일 저녁에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의 강연회를 필두로 전국 투어식의 교회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평양 체류기간 중에도 한국과 미국에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일정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안내원 선생, 미국과 한국에 긴급히 연락 할 일이 생겼으니 아무래도 오늘 시간을 좀 내서 고려링크 통신국에 같이 가야 할 듯합니다.”

“아. 필요하시다면 그렇게 하시지요. 그런데 손전화(핸드폰)로 사용하는 국제전화와 인터네트가 생각보다 료금이 비싼 것은 잘 알고 계시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내원을 통해 담당부서에 정식으로 외국인전용 모바일 심카드 구입을 요청했다. 평소에는 내가 머무는 호텔 객실에 연결된 유선 인터넷을 노트북 PC와 연결해서 30분당 얼마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해왔으나 이번에는 노트북을 가져오지 않아 어차피 모바일 전용 심카드를 구입해만 하는 처지가 됐다.

  
▲ 북한주민들이 사용하는 아리랑 스마트폰 뒷면. 심카드가 끼워진 모습과 WCDMA라고 표기된 글자가 보인다. [사진제공-최재영]
  
▲ 북한주민들관 관리들이 스마트 폰으로 노동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2014년 4월).  [사진제공-최재영]
  
▲ 북한주민들관 관리들이 스마트 폰으로 노동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2014년 9월). [사진제공-최재영]

WCDMA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입이 불투명해지다

안내원은 삼성(SAMSUNG)제품인 나의 스마트폰을 달라고 하더니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기능과 버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우수한 신세대 안내원이다 보니 외국인 전용 이동통신 서비스나 기능에 대해 제법 전문적으로 잘 아는 눈치였다. 끝내는 내 폰을 해체해 배터리가 끼워진 뒷면에 적힌 코드와 사양을 확인하더니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내 폰은 WCDMA(광대역 부호분할다중 접속) 방식이 아니라서 심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기종이라고 알려줬다. 미국이나 한국은 주로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방식)이지만 중국과 북한은 현재까지 WCDMA방식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안 된다는 말에 나는 의아스러웠다.

“최 목사님의 손전화(핸드폰)는 저희와 같은 WCDMA 방식이 아니라서 고려링크 통신국에 가지고 가봐야 어차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무슨 소리에요? 나도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부해서 파악하고 있는 실력인데...? 삼성이 남조선 제품인 것은 아시지요? 이 손전화는 ‘4G LTE’ 기능이라서 WCDMA 방식을 초월하기 때문에 심카드만 구입하면 평양에서도 문제없이 인터넷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 아무튼 저는 WCDMA 방식이 아니면 무조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급하게 연락 할 일들이 있으시면 저희들이 잘 아는 중국동포 사업가들이 사용하는 손전화를 잠시 빌려 올 테니 그걸 사용하십시오.”

“남의 전화기를 신세지면 되나요? 서로가 불편해서 안 됩니다. 성의는 고맙지만 이번 체류기간에는 국제전화를 빈번하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 빌리는 정도로는 안 됩니다.”

“안 그러면 미국통화는 호텔방에서 교환한테 연결해달라고 해서 사용하시고 인터네트는 가까운 양강도호텔 통신빡스(부스)에 가서 사용하시면 될 텐데요?”

안내원은 자신의 손전화 뒷면을 직접 열어 ‘WCDMA’ 라고 쓰여진 글자를 보여주기까지 하며 이 영어표시가 있는 전화기라야 심카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로 내가 확인한 결과 주민들과 안내원들의 손전화 뒷면을 열어보면 어김없이 WCDMA라는 글자가 모두 적혀 있었다. 그러나 호텔의 국제전화는 남한과의 통화가 아예 차단되어 있어 사용할 수 없으며 호텔에 구비된 인터넷 부스는 이메일 발신 기능만 가능하며 보안 여부도 불투명했기 때문에 안내원의 권유대로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심카드를 구입해야만 했다.

내가 심카드를 구입하려는 이유 중에 하나는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의 인터넷과 와이파이 사용 실태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었으며 심카드를 구입하는 절차와 사용방법은 물론 주민들이 실제로 사이버 활동을 하는 모습들을 학술원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하여 해내외 동포들에게 널리 알려주고 싶었다. 아울러 나는 체류기간에 미국과 한국의 지인들과 스태프들에게도 빈번히 연락해야 하는 처지였기에 비용이 좀 들더라도 심카드를 구입하고자 했던 것이다.

평소에도 카톡과 페이스북을 습관처럼 사용하던 나는 고려링크가 제공한 모바일 서비스는 인터넷 속도가 빠르고 해외 사이트 접속에도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직접 카페트(카톡,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인기 있는 SNS나 탱고(Tango), 스카이프(Skype), 바이버(Viber) 같은 영상통화서비스가 실제로 가능하지 여부도 몹시 궁금했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국내외 어느 누구도 속 시원히 현장에서 증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외부 세계에서 자국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정보가 유입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아직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매체를 제대로 허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서의 이 같은 도전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북한 측의 입장에서 볼 때 보안상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북측은 이미 기술면에서 대책과 방안을 강구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안심하고 사용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고려링크를 찾는 고객들이 차를 마시며 대기할 수 있는‘은방울’커피숍. [사진제공-최재영]
  
▲ 고려링크의 여성 봉사원들이 고객을 대상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광경. [사진제공-최재영]
  
▲ 고려링크사의 근무 시간 표지판. [사진제공-최재영]

통신국이 일시 폐쇄되고 보통강호텔에서 업무를 보다

이튿날 점심시간이 되자 심카드 구입에 대해 알아보던 담당부서의 젊은 관리로부터 전갈이 왔다. 평양시내 인민문화궁전 건너편 천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고려링크 통신국 빌딩은 이미 두 달 전부터 건물이 폐쇄되었다는 것이다. 아마 대규모 내부설비 공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듣자 나는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며 안내원을 채근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순안공항건물에 있는 고려링크로 가서 가입해야 되겠군.”

“공항에 있는 고려링크는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에만 맞춰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도착한 손님이 빠져나가면 곧 바로 다시 문을 닫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비행기 착륙이 없는 날입니다.

다그치는 나에게 안내원은 나를 진정시키며 공항에 나가도 소용없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하는 외국인 손님들도 심카드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담당 안내원이 동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때는 담당 부서장의 허락과 담당 안내원의 수표(서명)가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합니다.”

나는 담당관리에게 평양시내에 있는 고려링크 통신국이 왜 폐쇄되었는지, 외국인에 대한 통신정책에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알아 줄 것을 요청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여기저기 알아본 담당자로부터 반가운 연락이 왔다. 공사 중인 고려링크 통신국을 대신해서 현재 보통강호텔에서 통신국 업무를 본다는 소식이었다. 또한 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삼성 4G LTE 기기가 고려링크의 심카드와 맞는지에 대한 여부는 자신들도 솔직히 잘 모르니 통신국 직원에게 가져가서 직접 확인해야만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결론이 났다.

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주라는 참사의 특별지시로 안내원은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심카드를 구입하려면 가입자의 ‘여권’, 해외주재 북한영사관에서 발급한 ‘비자’, 선불 가입비로 ‘미화 204 달러’, ‘가입신청서’ 등이 필요하다고 알려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재빠르게 서류준비를 마치자 안내원은 나를 데리고 보통강호텔에 있는 통신국을 찾아갔다. 저녁 시간대라서 통신국 직원들은 이미 퇴근하고 아무도 없었고 호텔 카운터에 근무하는 매니저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가입신청서를 제외한 나머지 구비서류들과 선불금을 맡기고 내일 방문예약을 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 환율로 계산한 주요 국가들의 분당 전화요금표가 데스크에 붙여져 있다. [사진제공-최재영]
  
▲ 고려링크사의 모바일 전용 심카드의 앞면. [사진제공-최재영]
  
▲ 고려링크사의 모바일 전용 심카드의 뒷면. [사진제공-최재영]

우여곡절 끝에 심카드를 구입하다

이튿날 통신국에 도착을 하니 두 명의 여직원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직원 중에 한 명이 내 폰을 건네받았다. 한참 메뉴얼을 점검해 본 직원은 내 전화기로는 심카드 사용이 안 된다는 절망적인 통보를 해줬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의아하다는 듯 갸우뚱거리며 동료에게서 폰을 건네받더니 매뉴얼을 다시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나 폰 속에 내장된 매뉴얼이 영어버전으로 되어 있어 직원들이 이해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신속히 한글버전으로 전환해 주었다. 천만다행으로 주의 깊게 매뉴얼을 살펴본 직원은 내 폰으로도 심카드가 가능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려주었다.

그제서야 직원은 나를 향해 가입신청서 작성을 요구했고 본격적인 셋팅작업에 들어갔다. 신청서의 앞면 상단부는 내가 작성해야 하는 부분이고 나머지 하단부는 담당 안내원이 작성하도록 되어 있었으며 서류의 마지막 부분에는 담당 안내원이 직접 서명을 해야 했다. 책임부서에서 가입자에 대해 보증을 서야만 모바일서비스 가입이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가입신청서의 앞면에는 ‘이동통신 가입신청서’라고 쓰여 있었고 뒷면에는 14개 조항이 기록된 ‘합의서’ 라는 제목의 약정서(계약서)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약정문서와는 별도로 여러 가지 궁금한 내용들을 직접 질문하며 전체적인 계약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모든 계약조항들은 고객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입은 존재하는데 해지(해약)가 없는 독특한 조항도 있었고 가입 후에도 매월 사용료를 꼬박 납부해야만 했다. 인터넷과 국제전화 사용요금은 분리되어 있었으며 두 가지 모두 가입해도 되고 둘 중에 한 가지만 가입해도 된다. 나는 국제전화만 신청하지 않고 인터넷 서비스도 추가로 신청했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이 컸으나 어차피 인터넷을 가입해야만 카톡과 페북은 물론 이메일 송수신, 포털사이트 검색 등의 가능 여부를 실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 외국인에 대한 국내외 전화 통화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가격표. [사진제공-최재영]
  
▲ 외국인에 대한 인터넷 서비스와 데이터 용량에 대한 가격표. [사진제공-최재영]
  
▲ 가입자와 고려링크간의 14개 계약조항이 명시된 합의서(계약서) 뒷면. [사진제공-최재영]

드디어 손전화 번호를 부여받다

가입신청서 작성을 마치자 여 직원은 내 폰에 삽입된 심카드를 빼서 나에게 돌려주고 고려링크 제품의 새로운 심카드를 끼우더니 개통을 위한 매뉴얼 작동을 시작했다. 개통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제는 꼼짝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때나 국제 전화통화를 할 때 마다 평양통신국 중앙서버에서 내 폰의 정보가 복사되거나 컨트롤 체크될 수 있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어느 누구도 순수한 의도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나 목적을 가진다면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북한의 보안 당국은 외국인에게 처음으로 3G 휴대전화망 인터넷 서비스를 앞두고 이미 1년 반 동안이나 고려링크사와 이 문제를 협상하였고 가까스로 사업 승인을 해줬기 때문에 보안당국에서는 2중, 3중으로 방어 장치를 했으리라 생각했다.

드디어 여 직원은 북한지역에서만 통용되는 새로운 손전화 번호를 부여해주었고 개통 즉시 “고려링크에 가입한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장문의 축하문자를 전송해주었다. 나의 손전화 번호는 모두 열자리 숫자였다.

“일단 가입절차를 모두 마쳤습니다. 남조선은 국제전화가 안되니까 그리 아십시오”

안내원들은 나에게 심카드로 사용하는 국제전화는 ‘남조선(한국)’은 통화가 차단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한국 외에 전 세계 주요 국가들과의 통화는 모두 가능했다.

나는 가입을 마친 후에 우선 심카드에 금액을 충분히 넣고 충전을 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 출국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그럴 경우에는 내가 공항을 이륙한 직후부터는 통신 서비스가 자동으로 끊긴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조항은 내가 평양을 떠난 이후에도 매월 사용료를 꼬박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계약서를 자세히 읽어본 후에 해약하는 조항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합의서(계약서) 조항에는 왜 해약이 없습니까?”

“우리 공화국에서는 정지(해약이나 해지)라는 봉사(제도와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해지하는 규정이 없다며 직원들이 안타까워했다. 내가 약간 불만을 드러내자 언젠가는 해지하는 제도가 곧 생길 것 같다는 긍정적인 말도 잊지 않았다. 한번 등록하여 심카드를 구입하면 북한을 떠난 후에도 매달 사용료를 내야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귀를 의심해 반복해서 질문할 정도였다.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나의 스마트 폰에는 가입을 축하하는 환영 문자와 관련 문자들이 연신 날아 왔으며 그 후로도 출국할 때까지 문자들은 줄기차게 날아왔다. 북측 고려링크사에서 나에게 보낸 텍스트 문자들은 수십 통에 이르렀으며 그 내용들은 주로 잔액을 알려주는 것과 무료 문자서비스 혜택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려링크에 가입한 것을 환영합니다. 현재의 료금잔고는 1400.00원이며 2014-11-03까지 유효합니다. 잔고를 문의하거나 료금을 충전하시려면 919를 호출하십시오. 문의할 것이 있으시면 999를 호출하십시오”

“당신이 받고있는 Package for Bundle DF 봉사의 회선비는 80.00원이며 회선비 삭감날은 2014-11-04입니다”

“840.00원의 료금이 정확히 입금이 되었습니다. 현재 잔고액은 1440.00원이며 회선비삭감날은 2017-05-22입니다”

“840.00원의 료금이 정확히 입금이 되었습니다. 현재 잔고액은 12,360.00원이며 회선비 삭감날은 2024-08-12입니다”

“당신은 200분간의 무료통화, 20개의 무료단문통보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 개통 즉시 필자의 스마트 폰으로 날아온 가입을 환영하는 문자. (발신 월일이 실제와 다르게 표기됨) [사진제공-최재영]
  
▲ 무료통화 안내와 충전 잔고를 수시로 알려주는 문자. [사진제공-최재영]

고려링크 국제전화와 인터넷 가격표

나는 가입자가 지켜야 할 준수사항과 각종 규정들이 매우 복잡함을 직시하고 메모 준비가 안 된다는 것을 핑계로 직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화면에 있는 가격표를 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행히 봉사원들은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가격표 2페이지를 찍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으며 신청서 양식 1부도 입수할 수 있었다. 가격표 기준과 가입을 위한 기본 정보는 가격표 사진과 다음 내용을 참고 하면 된다.

① 가입비: 미화 204$
* 심카드 구입비: 84$(국제전화와 북한 내부에서의 국내전화 가능)
* 인터넷 가입비: 120$(인터넷과 와이파이 사용 가능)

② 매월 사용료: 미화 22$
* 심카드 매월 사용료: 8$
* 인터넷 매월 사용료: 14$

③ 인터넷 데이터 사용 요금 기준: 인터넷 데이터 사용 용량은 50MB(메가바이트)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1MB를 초과할 때마다 0.1유로화의 요금이 부과되며 그 요금은 월 기본 사용료와는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④ 사용료 산정 사례:
*만일 가입자가 2014년 10월 1일에 평양공항을 출국해서 다음해인 2015년 10월 1일에 다시 방북한다고 가정할 때 해당가입자는 매월 264$(22$ x 12개월)을 출국 전에 선불로 미리 납부하고 출국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에 한해 다음 방북시 심카드와 인터넷을 다시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벌금을 내지 않는다. 또한 선납을 했어도 다음 방북시에는 반드시 자신이 소유한 스마트 폰 기기에 대한 등록을 다시 해야 한다.

⑤ 사용했던 고려링크 심카드는 분실하지 말고 다음 방북시 다시 가져와서 반납하면 된다.

  
▲ 심카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고려호텔이나 은행에 가서 나래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사진제공-최재영]

고려링크 통신국 위치와 충전하는 방법

심카드를 구입하거나 고려링크 서비스 업무를 관장하는 곳은 기존 평양에 2곳이 있었다. 한 곳은 평양공항건물 내에 있고, 또 한곳은 평양시내 인민문화궁전 부근에 있는 고려링크 통신국 빌딩이다. 앞서 밝혔듯이 시내에 있는 통신국은 갑자기 두 달 전부터 내부 공사로 인해 업무가 중단되었으며 연말(2014년 11-12월)이 되면 다시 영업을 재개한다고 했다. 또한 평양 순안공항 임시 청사 내에 있는 현재의 고려링크는 평양국제공항 신청사가 개관하면 그곳으로 이전해서 업무를 계속해서 본다고 한다. 그리고 임시로 통신업무를 보고 있는 보통강호텔의 고려링크 통신국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업을 지속 할 것이기 때문에 이제 세 곳에서 영업을 하게 되며 외국인들과 해외동포들은 가급적 평양 순안공항 내에 있는 고려링크사를 방문하여 가입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고 바람직하다.

심카드를 충전하는 방법은 고려링크 통신국을 직접 찾아가는 방법 외에도 평양시내에 소재한 호텔 카운터와 나래카드로 식사비를 결재하는 시스템을 갖춘 식당의 카운터에서 가능하다. 나래카드는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북한판 데빗카드(DEBIT CARD)라고 볼 수 있으며 한국식으로는 현금카드나 직불카드에 해당한다. 나래카드를 발급하는 곳에 가서 일정액의 미화나 유로화를 디파짓하면 그 날의 환율을 기준으로 그 금액에 해당하는 북한 현금을 나래카드에 직접 넣어준다. 이 나래카드가 편리한 이유는 북한의 백화점이나 식당 등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식사비를 계산할 때 잔돈을 제대로 거슬러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제일 먼저 이 나래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심카드를 충전하려면 반드시 이 나래카드를 소지해야만 가능하며 충전은 본인이 사용할 분량만큼 자유롭게 구입하면 된다.

나는 심카드를 거의 모두 사용한 후 주말에 또 다시 충전하기 위해 평양호텔 1층에 있는 ‘비로봉 식당’ 카운터에 가서 충전한 적이 있었다. 나래카드로 결재를 하니 계산대에서 결재음이 들린 후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곧 바로 충전이 완료되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묵었던 카톡과 페북 메신저의 도착 알림음이 폭발하듯 연신 울려댔다. 충전이 떨어진 상태에서 국제전화를 걸면 “미안하지만 지금 찾고 있는 호출은 허용되지 않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영어와 한국어(조선말)로 동시에 나온다. 역시 충전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인터넷 연결도 전혀 안 된다.

  
▲ 심카드를 충전하기 위해 나래카드 결재시스템을 갖춘 식당의 카운터를 찾은 모습. [사진제공-최재영]
  
▲ 심카드를 충전 후 받은 영수증. [사진제공-최재영]

한국과 미국으로 카톡 메시지와 보이스톡을 하다

심카드를 가입한 첫 날은 나에게 잊지 못할 순간들이었다. 며칠 동안 접속하지 못해 누적된 페북과 카톡의 메시지들을 평양 한 복판에서 확인하는 재미를 만끽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보고 싶다는 내용과 함께 아파트 렌트비에 대한 평양발 카톡 메세지를 보냈더니 아내는 깜짝 놀라며 의아해했다. 곧 이어 국제전화로 통화를 시도했더니 아주 좋은 음질의 통화를 할 수 있었으며 북한에서 부여받은 번호로 미국에 전화를 걸 때는 미국 국가 번호 앞에 001을 눌러야만 통화가 연결되었다. 또한 초등학교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의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더니 마침 내가 서울에 체류하는 기간에 맞춰 양수리에 있는 식당에서 동창회 모임과 회식을 한다는 답장을 보내줘서 나로 하여금 체류기간 내내 초등학교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기대감에 부풀게 했다.

내가 평양에서 보낸 카톡을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처음에는 모두 장난으로 알고 믿지 않았으나 실제 상황임을 인지한 후에는 모두 놀라거나 조심스러운 반응들이었다. 내가 카톡 단답을 요청하자 그들도 눈치를 채고 모두 간단한 답변을 날려주며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로서 나는 평양 하늘 아래서 서울을 향해 마음껏 카톡과 페북 메시지를 날릴 수 있었고 반대로 서울에서 보내준 카톡 답장을 아무런 문제없이 평양에서도 즉시 받을 수 있었다.

북한당국은 국제전화시스템 자체를 한국과의 전화통화가 차단되도록 설치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전화연결이 불가능했기에 내가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페이스북 메신저에 있는 전화기능과 카톡에서 전화기능을 하는 보이스톡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페북과 보이스톡의 전화기능은 통화 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이처럼 평양과 서울에서 주고받는 사이버상의 각종 메시지 기능들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이내 긴장이 풀리면서 신기하게 생각되어졌다.

  
▲ 심카드 충전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화면 불락처리가 되는 스마트폰. [사진제공-최재영]
  
▲ 필자가 평양에서 서울로 보낸 카톡대화 캡쳐.(카톡 수신자는 한국방문 중인 미국거주 한인여성) [사진제공-최재영]

남북 사회통합은 사이버 교류부터 시작해야

방북하는 외국인들이나 나 같은 해외동포들은 앞으로 특별한 행사를 할 때나 이벤트가 있을 경우 평양시내를 활보하면서 셀프 카메라는 물론 구글행아웃이나 화상 캠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나는 현재 남과 북을 서로 연결하여 이질화된 남북의 사회를 통합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제 남북이 가장 먼저 사이버 교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일을 통해서 남북사회통합 운동이 사이버 상에서도 실제 가능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북한은 300만대가 넘는 휴대폰 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일반 주민들은 음성과 문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화 메시지(SMS)와 영상과 음악 등 다양한 자료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문자 메시지(MMS), 화상전화 등의 서비스만을 제공받는다. 아직도 국제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없으며 북한 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과도 서로 통화할 수 없으며 국제 인터넷망 접속을 통한 교류나 해외 포털 사이트와의 연결이 불가능하다. 하루빨리 자주통일을 이룩하여 현재 외국인들과 해외동포 등 일부 극소수만 누리는 사이버 혜택을 북녘의 일반 주민들도 하루 속히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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