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하구 북·중·러 국경지역의 개발협력 사업이 급격한 속도를 내고 있다. 1991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 아래 시작된 두만강개발계획(TRADP)의 다자간 지역협력 개발 구상이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 9월 초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제1차 동아시아경제포럼의 연설로 정상궤도에 들어선 듯하다. 러시아는 연해주의 극동지구 개발에 대한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와 경제협력을 원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 3성의 경제개발과 관련하여 두만강 하구 지역에 위치한 항만들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자유항으로 지정했고, 향후 70년 동안 이 지역을 운송·에너지 시스템의 중심으로 조성해 유럽과 아시아 경제를 연결하는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투자 기업에 대해 세제 및 무비자 혜택 등을 제공해 홍콩, 싱가포르 등과 같은 자유항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의 자루비노 항만 개발과도 연계돼 있다. 중국은 동북 3성의 해상 출구로 북한의 나진항과 더불어 역시 부동항인 자루비노항을 오래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자국의 석탄 수출을 위해 2013년 국경도시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철도망을 완성하였고, 이듬해 나진항 3호 부두를 현대화하고 사용권을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나진항을 통해 2차례에 걸쳐 약 18만여톤의 러시아산 유연탄을 시범 수입한 바 있다. 북한과 러시아 양국은 이 철도를 통해 금년 상반기 동안 석탄 이외의 화물 5만여톤을 수송했다.
중국은 훈춘과 나진항 간 고속도로를 2011년 완성했고, 훈춘과 하산 간 중·러 국경철도를 2013년 재개통함으로써 북·중·러 간의 두만강 접경지역의 도로 및 철도 교통망을 서로 연결했다. 아울러 나진항의 제1호 부두에 대한 개보수 작업을 통해 선석을 1개에서 4개로 증설하기로 하고 30년간 이용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은 나진항을 이용하여 2011년부터 남중국의 여러 자국 항만까지 석탄을 운송하기 시작했고, 이후 올해 6월부터는 곡물 컨테이너 등의 정기운송을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극동 러시아가 앞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교통 물류의 관문으로 부상하는 것과 두만강 접경지역의 3국간 경제개발협력의 가속화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나진항과 나선 특구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미래 통일 한국의 항만시설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선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만강 하구 개발은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투자와 공동의 이익을 내기 위해 한·일·중·러 투자국 간의 재원 확보 및 공동투자 등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두만강 하구 개발 참여는 러시아의 사할린과 시베리아 지역의 천연가스, 석유 등과 같은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인 수입을 위한 북한 경유 가스관과 송유관 설치에 긍정적인 협력관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위시해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의 철도망을 이용하여 중앙아시아, 유럽 지역까지의 대체 육상 수송로를 확보하여 인적 물적 교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러시아는 남·북·러 3자간 국가간 통합전력망(Super Grid) 구축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러시아는 전력이 필요한 북한의 나진 지역에서 시작해 한반도로 이어지는 슈퍼그리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도 시베리아 아무르 강의 수력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환동해 에너지 안보협력과 장기적으로 북한 두만강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라도 슈퍼그리드 구축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미 사용권을 확보하고 있는 기존의 나진항 부두 외 추가 부두 건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두만강 하구와 극동 러시아 지역의 개발에도 관련국들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환동해경제권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양원 국립목포대 교수(산학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