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결산> (2015년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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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7-19 14:37 조회4,07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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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결산> ①고령화 심각…'로또' 상봉도 문제
<※ 편집자주 =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온 국민의 눈시울을 젖게 했습니다. 1년8개월 만에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컸습니다. 하지만, 일회성 이산상봉 행사를 넘어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상봉 정례화 등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과 북이 지난 8월 25일 고위당국자접촉에서 합의한 당국회담을 개최해 얽히고설킨 남북관계 현안도 풀어야 한다는 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이산상봉 행사의 성과와 한계, 과제를 진단하고 이산가족 상봉자의 소회를 들어보는 기획기사 네 꼭지를 일괄 송고합니다.>
2박3일간 12시간…짧은 만남도 문제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천륜을 가른 분단의 아픔에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저리게 했던 금강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6일 끝났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 상봉으로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이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세월은 빠르게 흐르는데 상봉 행사는 띄엄띄엄 열리는 데다 상봉 참여도 '로또'에 가까운 탓에 혈육과 재회하지 못한 채 세상을 뜨는 이산가족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운 좋게 만남의 기회를 잡은 이산가족들도 고령으로 상봉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 상봉행사 '띄엄띄엄'…상봉 기회 '로또'에 가까워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 교환 방문'으로 처음 시작됐다.
이후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인도적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8·15 계기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에 합의하면서 지금까지 대면상봉 20회와 화상상봉 7회가 진행됐다.
이번 상봉 행사는 6·15 공동선언 이후 기준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이고,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행사를 포함하면 21번째 이산상봉이다.
그러나 매번 상봉단 규모가 남북을 합쳐 200가족으로 적어 상봉 기회를 잡는 것은 '로또'에 가까운 실정이다.
상봉 규모는 3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 때문에 당국과 민간 차원의 대면·화상 상봉을 모두 합쳐도 지금껏 헤어진 가족을 만난 사람은 2만5천명이 채 되지 않는다.
더구나 상봉행사조차도 남북관계 등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띄엄띄엄' 이뤄져 이산가족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1∼2차례씩 열렸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08년을 건너뛰고 2009년 열렸다. 2010년 10월 상봉행사 후에는 3년4개월이나 상봉이 중단됐다.
2013년에는 추석 계기 상봉 행사를 나흘 앞두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하면서 이산가족들의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기도 했다.
이때 무산된 상봉 행사는 2014년 2월에야 겨우 다시 열렸다.
◇ '시간이 없다'…이산가족 고령화 빠르게 진행
첫 상봉 행사가 열렸던 2000년으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주름이 깊게 팬 노인이 됐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생존자는 6만6천488명이다.
이 중 80대가 42.2%, 90세 이상이 11.7%를 차지하는 등 생존해있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53.9%가 80대 이상 고령자다.
여기에 매년 4천여명 꼴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이 사망하면서 끝내 헤어진 가족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 탓에 상봉 행사에서는 부모 자식 간 상봉이나 부부 상봉보다는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의 자녀 등 '한 다리 건너' 혈육을 만나는 일이 많아지는 추세다.
운 좋게 상봉 행사에 참가할 수 있게 됐으나 만남을 앞두고 건강 악화로 결국 상봉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도 생겼다.
단체 버스 대신 구급차를 타고 상봉 장소로 향하거나, 상봉 도중 쓰러지는 고령자들도 있었다.
◇ 2박3일간 12시간…짧은 만남 뒤 후유증 더 깊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참가에 성공해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봉 방식은 오히려 상처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회' 수준으로 만남 시간이 짧은데다가 한번 만난 이후에는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상봉에서 이산가족들은 2박3일간 2시간씩 6차례, 총 12시간 동안 혈육을 마주했다.
짧은 만남에 가족들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룻밤만이라도 같이 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거나, 만남 사이사이의 헤어짐에 "어차피 다시 올 건데 왜 데리고 가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2박3일간의 만남 뒤 다시는 소식을 알 수 없다는 사실도 이산가족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상봉 정례화는커녕 서신 교환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가족과 상봉한 이산가족 중에는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오히려 만난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산상봉 결산> ②전면적 생사확인·상봉 정례화 시급
- 기사입력2015/10/27 05:00 송고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오빠랑 헤어진 이후 소식이 완전히 끊겨서 그냥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어요. 영혼제도 지내고 지금까지 제사도 지냈는데…."
지난 20∼26일 금강산에서 진행된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다녀온 이막례(77) 할머니 가족은 그동안 이 할머니의 오빠 리병학(82) 할아버지의 생사를 알지 못해 오랜 시간 제사까지 지낸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놨다.
이 할머니 가족을 포함한 남측의 이산가족 643명이 이번 행사를 통해 북측의 가족 329명을 만났지만, 아직도 수많은 이산가족이 만나기는커녕 생사조차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로 상봉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망하는 이산가족이 연간 2천400여 명에 달하는 만큼 더 많은 사람이 하루라도 빨리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이산가족 문제를 다각적이고 유연하게 바라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산가족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가장 먼저 꼽는다.
통일부가 지난 20011년 이산가족 1만6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헤어진 가족과 교류하는 방법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생사 확인(40.4%)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대면 상봉(35.9%)과 서신 교환(10.0%) 순이었다.
이번 상봉 행사 때도 남측의 이산가족들은 상봉장에 나오지 못한 북한의 다른 가족의 정확한 생일을 묻고 사망 날짜를 적어가는 등 생사 여부를 먼저 챙겼다.
그러나 실제로 헤어진 가족과 생사를 확인한 경우는 8.4%에 불과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에 대한 생사 확인 작업과 명단 교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이산가족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지난 2000년 이후 20차례나 진행했지만 만난 이산가족은 아직도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남북이 상봉을 희망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생사 확인부터 실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상봉 행사를 정례화하고 상봉 인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이산가족 고령화 추이와 과제' 리포트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상봉 행사를 일회성이 아니라 분기 또는 격월 등 일정한 간격으로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나이가 80대 이상인 고령의 이산가족의 경우 특별 상봉 형식으로 단기간 내 대규모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90세 이상의 이산가족은 7천900여 명에 불과해 상봉 시한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구(舊) 동독과 서독의 '가사 방문' 사례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좋은 전례가 될 수 있다.
과거 서베를린 주민은 가족의 출생, 결혼, 문병, 문상 등 집안에 긴급한 일이 있을 때 가사 방문을 통해 동베를린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동독 사람들도 1972년 '동서독 기본 조약' 체결 이후 서독으로의 가사 방문이 가능해지면서 동과 서로 헤어져 있는 아쉬움을 달랬다.
이산가족 상봉 인프라 구축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우선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주의적 문제를 정치와 분리해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당국 차원에서 서신 교환을 제도화하고, 2007년 중단된 화상 상봉을 다시 시작하는 등 다양한 상봉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밖에 생사 확인 등 정보 교환과 상봉 행사의 정례화 등을 위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활성화하는 점이 또 다른 과제로 제기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같은 이산가족 대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큰 틀의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 확대 등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결국 남북관계가 안정화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국회담을 조기에 여는 등 남북이 모처럼 물꼬를 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