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인수 (부산.경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얼마 전 진행되었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통일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그 많은 이산가족들의 상봉 한을 풀어줄 길이 없을 뿐더러 분단의 고착화로 인한 국가적 민족적 손실 또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올 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통일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때 마침 2월 25일 대통령 취임 1주년 담화문에서는 청와대 안에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물론 내용을 잘 채워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구상해 온 것이 있는데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남북 당국과 제정당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조국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를 범민족적 기구로 꾸리자는 것이다. 이 기구에서 통일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내친 김에 아예 통일 날짜도 못 박자. 11년 후인 2025년 8월 15일을 ‘남북 통일의 날’로 정하고 이 날에 모든 일정을 맞춰 남북 통합 작업을 하나 하나 진행해 나가면 될 것이다. 10년 동안 매주 한 번씩 금강산에서 만나 통일 협상을 진행해 가다보면 극복해 내지 못할 것이 없다고 본다.
‘조국통일준비위원회’를 꾸리는 것만으로도 다음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우선적으로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나 충돌이 일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일하자고 협상을 시작한 마당에 남북이 군사적으로 부딪칠 일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눌 일도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 아닌가.
둘째, 중.러.미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들이 통준위를 지지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나라들이 내부적으로는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상관없이 공식적인 입장은 남북 협상을 존중해 줄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한반도를 핑계로 하는 군사적 긴장 또한 유발할 명분은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통준위가 구성이 되면 한반도 주변의 안정이 가속화 되는 것이다.
셋째로는 남북간 교류협력이 물밀 듯이 일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통일이 독일처럼 한꺼번에 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 연방제 형식의 통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통일의 날’ 에 통일되는 통일은 1국가 2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통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북 간에 너무 많은 경제적 차이가 나면 북쪽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남쪽으로 이주를 시도하려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도 통일 협상 과정에서 잘 짚어야 하겠지만, 이것은 제도나 법적으로 막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협상이 진행되는 10년 동안 북쪽 지역에 대한 남쪽 기업과 정부의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져서 북쪽 경제를 남쪽의 절반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려놔야 할 것이다. 북쪽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잘 활용하면 10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아직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 정착도 되지 않았는데 통일은 무슨 통일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을 말하려면 평화 정착 후에야 가능한 일로 보는 경향에서다. 그런 인식은 시민사회 내부에도 존재한다. 심지어는 ‘남북연합’을 통일의 최종적인 형태로 보자는 분위기도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일종의 편법이며 좀 심하게 비판한다면 반통일적이라고도 지적할 수 있겠다.
통일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같은 한반도 상황이 평화 정착 상태가 아니라면 이 지구상에 평화적인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한반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같은 상황이 아니다. 매년 군사적 긴장이 있어 왔다고 해서 그것이 평화 정착이 안 된 상태라고 말하면 궤변 아닌가. 이미 평화 정착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언제나 평화 정착 이후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통일을 마치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꺼리로 만들어 버려 ‘환상’으로 전락시키려는 일부 강대국들과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들의 교묘한 반통일 전략에 동조하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지금은 이미 와 있는 평화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 통일협상을 시작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