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200만대 돌파, 북한은 지금 ‘통신혁명’ 중 (2013.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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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7-17 14:40 조회4,83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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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200만대 돌파, 북한은 지금 ‘통신혁명’ 중 | ||||||||||||||||||||||||||||||||||||||||||||||||
<연재> 정창현의 ‘김정은시대 북한읽기’ (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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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휴대전화는 건너편에 있던 북측 사람에게 온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휴대전화를 쓴다는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벨소리가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아 북한 특유의 억양으로 “지금 식사 중이니 곧 가겠다”고 말했다. 평양에 휴대전화가 처음 보급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풍속도였다. 초창기 휴대전화는 ‘권력’과 부의 상징 고려호텔 지하식당에 근무하는 한 봉사원에게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하자 “아! 따거다요. 주로 지방출장이 잦은 사람과 무역일군들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휴대전화를 ‘이동식 손전화기’라고 했지만 일반 주민들은 ‘따거다’로 불렀다. 이는 중국에서 휴대전화를 속어로 ‘따꺼따’라고 하는 발음을 흉내낸 것으로 보인다. 당시만 해도 평양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당시 북한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평양에는 3천대 정도가 보급됐다고 한다.
2003년 북한은 ‘5 년 계획’을 세우면서 2007년까지 이동통신 네트워크 완성, 지방도시와 주요 고속도로에 중계기지 건설, 전화기의 디지털화, 휴대전화 기술 발전에 투자, 국제 이동통신 개통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2004년 평북 용천역 폭발사건이후 휴대전화 사용은 전면 금지됐다. 3년 후 북한은 이동통신사업을 재개하기로 방침을 확정하고, 이집트의 오라스콤 텔레콤(OTMT, Orascom Telecom Media & Technology)과 총 4억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합작사인 ‘고려링크’를 설립했다. 고려링크의 지분 중 75%는 오라스콤이, 나머지 25%는 북한 체신성이 갖고 있다. 북한의 목표는 2013년까지 250만명을 가입시킨다는 것이었다. 나기브 사위리스(Naguib Sawiris) 오라스콤 회장은 사업 시작 당시 휴대폰 10만대를 팔아야 북한에서 사업타당성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어느새 가입자수가 20배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북한 전역에서 휴대전화 사용
1990년대 후반 북한의 전화 보급 대수가 100만대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통신혁명’이라고 할만하다. 북한은 낙후된 유선전화 보급보다는 ‘3세대 이동통신(3G)’으로 바로 넘어가는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들은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웹 브라우징을 이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로 유희(게임)를 할 수 있고 다매체(동영상) 촬영과 편집도 가능하다. 이 보고서는 “상인층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세대들에게도 휴대전화가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휴대전화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박찬모 평양과학기술대학 총장은 “평양과기대 안에서는 청소하거나 일하는 북한 사람들도 모두 손전화를 들고 다닌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평양을 방문한 한 해외동포도 “아들과 딸의 성화에 못 이겨 경제적으로 무리를 해서라도 휴대전화를 사 주는 집이 늘고 있다”며 “휴대전화 보급으로 업무의 효율성이나 연락의 신속성이 과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변모됐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외에도 컴퓨터(노트북), 태플릿PC, 디지털카메라, 소형단말기(PDA), DVD플레이어, MP3 등의 전자기기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라스콤 측은 최근 “영업 실적이 지난 분기보다 약 31% 늘었고, 오라스콤이 전체 지분의 75%를 보유한 북한 고려링크가 영업실적 증가를 주도했다”며 “지난 3월까지 고려링크의 가치가 23억 이집트 파운드, 미화 약 3억 3천만 달러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의 번호는 남한과 비슷하게 10자리 정도인데, 번호는 ‘1912’로 시작된다. ‘1912’는 북한의 연호인 주체1년, 즉 김일성 주석이 태어난 해를 의미한다. 사용요금은 전신전화국이나 우편국에 납부하는데, 선불로 최소한 북한 돈 5,000원 이상을 납입한 뒤 필요할 때마다 5유로, 10유로씩 충전해서 쓴다. 이동통신 관련 사업 등장
이동통신사업이 5년째로 들어서면서 관련 사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첫째, 북한 자체로 조립생산하는 휴대전화가 등장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10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 국가산업미술전시회에서 10여종의 휴대전화 도안을 공개했다. 이 전시회에선 특히 휴대전화 부문의 다양한 도안을 선보였는데 터치식, 접이식, 어린이용, 노인용, 부부용 등 16종에 달했다. 공개된 도안 중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애플 등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에서 출시했던 제품과 유사한 도안도 있었다. 더불어 휴대폰 악세사리와 휴대폰 케이스 도안 30여 개도 공개했다. 북한은 초기에 주로 중국 등에서 생산된 휴대전화 단말기를 수입해 판매하거나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한 후 ‘평양’, ‘류경’ 등의 자체 상표를 붙인 제품을 보급했다. 북한이 다양한 종류의 휴대전화 도안을 공개한 것은 중국 제품 등을 수입해서 나가는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자체 단말기 개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지난해 조선콤퓨터센터에서 태블릿 PC를 자체 개발했다고 밝히는 등 최근 IT 기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북한 자체 생산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단말기 가격도 100~200달러 수준으로 초기보다 50%정도 인하됐다. 둘째, 북한은 오라스콤이 대주주로 있는 고려링크와 별도로 ‘강성네트망’을 개설해 독자적으로 이동통신사업에 나섰다. 새로운 이동통신업체가 생긴 것이다. 북한은 2011년 10월 이후 기존의 ‘1912’로 시작하는 번호 이외에 ‘1913’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휴대전화를 시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셋째, 휴대전화 분실, 파손에 대해 보상해 주는 ‘휴대전화 보험상품’이 등장했다. 독일 민간단체 한스자이델재단이 지난해 초 촬영한 ‘손전화기보험’이라는 홍보안내 사진에는 “손전화기의 뜻하지 않은 사고나 도난으로 인해 생기는 손해”에 대해 보상한다는 안내문이 써있다. 휴대폰 보험을 판매하는 업소의 안내문에 따르면 가입자 정보가 들어 있는 심(SIMSubscriber Identification Module) 카드 가격과 등록비를 제외한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의 5%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내면 1년 동안 손해가 발생할 경우 무료 보상받을 수 있다. 또한 이 안내문에는 휴대폰의 종류에 따른 보험료가 유로화와 달러화로 표시됐으며 보험을 가입을 할 수 있는 휴대폰 종류는 U1100, T2 등 17가지로 규정돼 있다. 보험료는 5~11달러 사이. 지난해 보급된 도로안내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해 2월 “북한의 전자공업성 산하 전자현미경연구소가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쓰이는 ‘손전화기(휴대전화)’ 전용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며 “평양시 임의의 장소를 검색해 신속하게 위치를 찾아가도록 만든 도로안내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북한의 도로안내 프로그램이 시내의 여객노선과 구역별 도로를 안내하고 거리까지 측정할 수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시내의 기관.기업소들을 찾는 운전수, 일반 주민 속에서 널리 보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 신문은 북한 휴대전화 전용프로그램으로 음식 재료와 조리법을 담은 ‘요리만들기’와 전자식 가계부와 유사한 ‘가정주부수첩’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보다 앞서 북한은 휴대전화로 <노동신문>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도서열람도 가능하게 됐다. 휴대전화 사용이 북한 주민의 생활문화를 바꾼다 2002년 처음 평양에 휴대전화가 도입됐을 때 평양거리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주민을 목격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10년이 지난 지금, 적어도 평양의 거리에서는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고, 받은 문자를 확인하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됐다. 더 이상 휴대전화가 권력과 부의 상징이 아닌 일상의 모습이 된 것이다. 1990년대에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알렉산더 만수로프 박사는 2011년 11월 미국 노틸러스연구소가 발간한 특별 보고서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은 현재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는 문턱에 와 있다”며 “휴대전화 사용의 폭발적인 증가 등으로 인해 앞으로 당국의 통제가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즈 소장과 스콧 브루스 국장, 다이아나 마돈 연구원은 같은 시기에 발표한 글에서 “북한의 휴대전화나 인터넷, 인트라넷이 북한 정권에 대한 도전의 기반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2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에서 휴대폰 이용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평균 13.9달러(한화 16,000원) 가량을 현금으로 낸다고 보도했다. 2008년 5월 필자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평양 거리의 매대에서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6개 구입하자 판매원은 1달러를 요구했다. 1달러에 북한돈 6,000원(‘시장환율’)이라는 이야기다. 당시 호텔에서 통용되는 국제환율(무역환율)은 1달러에 100원이었다. 최근 평양의 광복거리상업중심(슈퍼마켓)에서는 평양을 방문하는 해외동포들이나 외국인들에게 특혜를 주는 이른바 ‘국내협동화폐가격’을 적용해 1달러에 북한돈 8,000원으로 환전해 주고 있다. 국제환율은 1달러에 약 120원으로 고시돼 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국제환율을 적용하면 최소 12,000원, 2008년 ‘시장환율’을 적용하면 600,000원, 2013년 ‘국내협동화폐가격’을 적용하면 800,000원을 내고 단말기를 구입한 후 매달 사용료로 평균 1,680원(국제환율), 84,000원(‘시장환율’), 96,000원(협동화폐가격)을 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무슨 돈으로 휴대전화를 살까?
이런 상황에 기초해 국내외의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많은 노동자들이 월급으로 2,000원 정도를 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일반 주민들로서는 도저히 휴대폰을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금액이다. 그래서 휴대폰은 극소수의 부유층들만이 사용하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북한의 휴대전화 보급대수가 100만대에 육박할 때 한 탈북자는 “현재 북한의 휴대전화 가격은 약 350달러이고 국민들의 월 평균 수입은 15달러”라며 “휴대전화 소유에 대한 계급적인 제한은 없고, 다만 많은 사람들은 휴대폰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과 증언은 북한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이미 휴대전화 사용자가 200만명을 넘었다. 기관 사용자 10만명을 제외하거나 한 가정에서 2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사용한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북한의 ‘극소수 부유층 혹은 특권층’이 200만명을 넘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평가다. 북한이 목표한 대로 올해 250만명 돌파는 확실하고, 지금 추세대로라면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계속 늘 것이다. 북한의 ‘극소수 부유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에 장사나 무역을 통해 돈을 번 층이 이렇게 많은 것일까? 그것이 아니면 오라스콤사에서 발표하고 있는 북한의 휴대전화 가입자수가 조작된 것일까? 두 가지 모두 아닐 것이다. 일부 대북소식통들은 휴대전화 가입비와 기본사용료를 공식환율로 내며, 기본사용료를 초과하는 금액만 유로만 달러로 낸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의 평균 월급을 2,000원으로 전제하면 엄청난 액수다. 2,000원을 월급으로 받는 주민이 한 달에 1,680원을 지출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