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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진향] “조건·대가 없이 개성공단 재개” 파격 제안한 김정은의 ‘빅픽처’ (2019.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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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5-20 09:14 조회2,5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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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재단 제공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지켜보던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가장 주목한 대목은 바로 이것이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내용보다도 한 걸음 더 나아간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남북 정상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 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조건 마련'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조건과 대가 없이'로 바뀐 셈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두고 보수진영은 그동안 '대북 퍼주기'라는 프레임을 씌워 왔다. 특히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들에게 들어간 임금이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데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끊임없이 나왔다. 이러한 프레임은 국제사회가 가한 대북 제재의 밑바탕이 됐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의 문을 갑자기 닫아버린 것도 마찬가지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제조건과 대가 없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제안은 북에 대한 이런 인식을 깨뜨렸다는 게 김진향 이사장의 분석이다. 개성공단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김진향 이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남북간 평화적 관계의 시금석, 바로미터 척도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조차 정상화, 재개하지 못하면 다른 걸 뭘 할 수 있겠냐는 게 북의 인식"이라며 "그래서 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하자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우리들이 제재 프레임이 갇혀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상황에 대해서 그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다. 우리가 운신의 폭을 좀 넓혀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남북이 중심이 되어 평화의 문제를 확실히 풀어가자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년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화면 캡처

'돈이 뭐가 문제냐'는 김정은 위원장

사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자체가 대북 제제에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돈이 오고가는 문제인 만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형국이다.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우리 당국도 당연히 알고 있다"라며 "그런데 현실적으로 대북 제재에 갇혀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조건들을 자신들과 협의하면, 제재도 피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라며 "'돈이 뭐가 중요하냐? 달러박스, 벌크캐시(대량현금)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면 돈을 안 받을 수도 있다'는 용의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모든 걸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우리가 갇힌 제재 프레임에서 벗어나 남북이 협의하면 다 풀 수 있다는 것"이라며 "여러 경제·정치적 부담과 리스크를 (북측) 자신들이 덜어 줄 수 있다는 굉장히 과감한 얘기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제안에 환영하며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다.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밝힌 것도 김 위원장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 대목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김진향 이사장은 "조금 더 인식을 적극적으로 하면 미국이나 안보리의 제재를 풀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다, 북측과 만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파주시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경기 파주시 도라산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뉴시스

남북이 함께라면 미국도 못 막는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처럼 파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일단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는 북측의 기본적인 인식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을 재개하려고 해도) '안 돼. 남북으로만 풀리는 게 아냐, 국제정치 질서도 있고 한미관계도 있어.' 이게 우리의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북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의 이런 인식 자체를 굉장히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정세 인식을 잘못했다고 본다"라며 "그들은 자립경제를 기반으로, 남북관계를 중심축으로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측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건 평화"라며 "평화를 위해서라면 우리가 문제 삼는 돈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중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라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우리 말로 하면, 지난해 4.27, 9.19 선언을 철저히 실천해서 남북관계, 평화번영을 전면적으로 확 풀어나가자는 얘기"라며 "이것과 관련해서 우리에게 던진 대담한 제안이 바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미국도 아닌 남북이 함께 합의했던 것 아니냐"라고 설명했다. 그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남북관계의 척도"라고 보는 이유다.

김진향 이사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미국이 마냥 반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측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면서 돈을 안 받겠다고 한다고 할 경우, 개성공단은 평화 진전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게 확 다가올 것"이라며 "그렇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은 이미 대북 제제에서 예외였다. 미국의 독자제재가 있어도 실제 2016년까지 운영되지 않았나. 공단을 닫은 건 우리였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정치적 부담 없이 (대북 제재) 예외 인정을 확실히 해줄 수 있겠다는 이런 협의를 남북간, 그리고 한미간에 해서 2차 북미정상회담 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에 이를 포함시킬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김진향 이사장은 또 "그런 면에서 북측은 미국 기업들이 원산이나 갈마지구 등 여러 곳에 들어오길 바랄 것"이라며 "그럴 경우 종전선언도 굳이 필요 없다. 그런 식으로 경제적 문제를 통해서 정치적 문제를 풀어가는 수순이 아마도 2차 북미정상회담이나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 때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관측했다. '제재 완화'와 '비핵화의 진전'이 북미간 핵심 의제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20일 삼지연초대소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20일 삼지연초대소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평양시진공동취재단

소극적인 정부에 "뭐하고 있나" 질타

이를 위해 김진향 이사장은 미국을 적극 설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4.27 판문점선언의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나갈 것이다"라는 대목을 언급한 뒤 "그런데 (지금) 뭐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감동이 이미 옛날 일처럼 돼 버리고, 눈 앞에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라며 "(무얼 하려면) 제재 얘기가 가장 많이 들리는데, 유엔 안보리 제재가 풀리기를 기다릴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안보리 제재위원회를 직접 찾아가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어떻게 평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적극 설득하라는 것이다.

그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이게 벌크캐시일 것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건 벌크캐시가 아니라 북측 사람들의 민생에 도움이 되는 것이고, 원래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협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측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북돋아줄 필요 있다"라며 "미국의 여러 자원기업들을 만나서 투자하라고 얘기해야 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상업국가라서 돈이 되면 다 한다. 북측에 투자하면 진짜 엄청나게 돈이 될 것이라고 본다면 더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진향 이사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어떻게든 풀자는 결의 담긴 것"이라며 "그 의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만나야 한다. 빨리 (북측을) 만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당장 "소극적인 상황인식, 수동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해 놓고 남북관계 풀려고 교류하려고 하면 5.24 조치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라며 "이게 궤에 맞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이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도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다"라며 "지금 정부 부처가 그러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국관리소 입구 자료사진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국관리소 입구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개성공단은 평화와 번영이 실체적 상징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이 한반도에 평화 국면이 정착되고 있는 가운데에서 "평화와 번영의 실체적 상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고 있는 "평화는 경제다"라는 말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발 비교우위에서 밀린 수출경쟁력을 확보해야 (경제)성장도 가능하지 않겠냐"라며 "그 수출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경제협력(경협)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실증으로 체험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북측에는 1,700만 명의 양질의 노동자가 있다"라며 "동남아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닌다"라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남북 경협에 뛰어든 대부분의 기업들은 영세중소기업이다. 영세중소기업들이 확장되는 건 일자리가 커진다는 것"이라며 "제조업이 필요했던 북측의 경제는 살아나고 거기에 연관있는 남측 협력업체의 일자리도 창출돼 서로 윈윈(win-win)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향 이사장은 "개성공단 재개되면 이제는 완벽히 달라질 것"이라며 "그동안 국민들은 개성공단의 가치를 모르고 굉장히 부정적으로 봤는데, 이제는 (개성공단이) 평화의 가치를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반드시 1천 개, 2천 개, 3천 개 기업들이 모두 들어가는데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 불가항력으로 다시는 닫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기업 규모가 그 정도 되면 남측 협력업체만 몇 만 개 수준에 달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누구도 (개성공단을) 닫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향 이사장은 그렇게 만들어진 개성공단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실체적 사례로서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 본질적 가치는 평화를 위한 경제협력이었다"라며 "그런데 실제 해보니 '평화가 오고 그 과정에 돈은 엄청 벌고 국가번영 했구나, 평화는 이미 와있더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재단 제공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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