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가장 껄끄러워 할 한반도 영구중립화 (리인수 / 202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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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2-06 08:56 조회361회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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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장 껄끄러워 할 한반도 영구중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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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때 이른바 ‘위안부 문제 합의’ 라는 것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 미국이 과거사 문제로 한일 간 갈등이 끊이지 않으니 억지로 화해시킨 결과이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윤석열 정부가 왜 찬성하고 나섰나. 미국의 압력 때문이다. 핵 오염수 문제로 한일이 갈등을 빚게 되면 겨우 봉합해 놓은 양국 관계가 다시 악화되어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참고로 근래에 들어서는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은 뭘까. 강력한 경쟁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해 군사적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를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 휘하 전쟁동맹 단위로 묶어 두려는 것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바이든이 불가역적이라고 떠들며 맺은 것이 ‘캠프데이비드 협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위안부 문제 합의도, 핵오염수 방류 문제도 군사적인 문제로 본다.
공화국(조선민주주의인공화국)과 미국이 평화조약을 체결하면 남한 주둔 미군은 철수할 것이다. 그러나 일전에 내가 쓴 글에서도 밝혔듯이, 한반도 영구중립화와 연방제통일이 동시에 추진되지 않으면 평화조약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심해질 때 그럴 수 있고, 미국 내부의 갈등 문제를 희석하기 위해 외부의 위협을 들먹을 필요가 있을 때 공화국에 그 어떤 트집을 잡아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철수한 미군이 다시 평택기지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필리핀에서도 그랬다.
1992년 11월 24일 필리핀에서 철수했던 미군이 24년만인 2016년 상반기에 다시 필리핀과 방위협정을 맺고 주둔(순환배치)하기로 한 것이다. 두테르테 집권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2022년 6월, 전 독재자 마르코스 아들이 대통령으로 집권한 후 다시 미군 주둔이 이루어지면서 2023년 4월11일~28일까지 연례 군사훈련(발리카탄)을 벌였다. 당시 참가한 병력 수는 미군 1만2천명을 포함하여 총 1만7600여명이 동원되었다. 이는 미군 재주둔이후 최대의 합동훈련이다. 양국 해군은 남중국해에서 포탄 발사 훈련도 강행했다. 철수했다 다시 들어와서 그런 짓을 벌인 것이다.
이처럼 집권세력이 바뀌고, 미국 또한 자신들의 내부 문제 해결이나 새로운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미군 주둔을 요청,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철수한 미군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같은 영구중립국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가정해 보자. 대한민국이 오늘 당장 영구중립국임을 선언했다고 하자. 미국으로서는 참 난감할 것이다. 공화국의 위협을 강조하며 미군 재주둔을 추진해야 하는데 갑자기 대한민국이 영구중립화를 선언해 버렸으니 주둔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영구중립국은 국제적으로 외국군에 기지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외국과 군사동맹을 맺지 못하게 되어있다, 외국군과 군사훈련도 하지 못한다, 먼저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며, 타국의 전쟁에 개입하여 어느 한쪽 편을 들지도 못한다, 무기를 대줄 수도 없다.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영구중립국으로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공화국이 먼저 영구중립화를 선포해 버리면, 미국과 남한이 더 이상 공화국 위협을 들먹일 그 어떤 명분도 하루아침에 다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나? 참고로 공화국은 영구중립과는 약간 다르지만 비동맹중립을 외교의 기본 방침으로 설정하고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앞서 영구중립 개념을 짧게 설명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영구중립화를 선언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향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영구중립화로 나가기는 만만치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여론조성이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권을 압박하기에는 그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최소 100만명~300만명이 영구중립화를 주장하고 나선다면, 그 힘으로 기존 정당들의 선거에 영향을 끼쳐 영구중립화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압박해 가는 것이다.
유튜브나 자체 미디어 등을 통해서도 광범위하게 여론조성을 해 나가야 한다. 그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영구중립화가 한반도 평화통일과 항구적인 평화정착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국민들을 설득해 나간다면 뜻을 이루지 못할 것도 없다.
한국에서 이와 같이 영구중립화 여론이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면 정치권은 물론이고 미국 입장에서도 속으로 얼마나 껄끄럽겠는가. 내키지 않게 미군을 철수했던 필리핀에 다시 들어가려고 20년 넘게 애를 써 성사시켰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전략 거점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 영구중립 여론이 압도하여 미군 기지를 둘 수 없게 되면 어찌 속이 쓰리지 않겠는가. 우리는 지금 바로 이런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작년 12월 이후 두 개의 적대적 국가관계로 전변된 남북관계를 보더라도 한반도의 영구중립화 운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언론도 적극 나서고 통일운동진영을 비롯하여 한국의 모든 시민사회가 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