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이상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왔던 스웨덴이 26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확정했다.
로이터·AF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찬성 188표, 반대 6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스웨덴은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하게 됐다.
스웨덴은 1814년부터 비동맹 중립노선을 유지해왔으나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같은해 5월 핀란드와 동시에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4월 나토 가입 절차를 완료했으나 스웨덴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던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가입이 계속 지연됐다. 특히 헝가리는 지난 1월24일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킨 뒤에도 지난 6일 여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는 등 어깃장을 놓았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 23일 울프 크리스테손 스웨덴 총리가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직접 찾아가 성의를 보이는 모양새를 취한 뒤에야 “26일 의회가 필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비준안 처리를 확약했다.
스웨덴이 이후 나토 설립조약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공식 가입문서를 ‘나토 조약 가입서 수탁국’인 미국에 전달하면 모든 가입 절차가 끝난다.
1년 간격으로 핀란드와 스웨덴이 모두 나토의 일원이 되면서 러시아는 상당한 안보 부담을 안게 됐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러시아 발트함대 본거지가 있는 칼리닌그라드가 나토 회원국들에 의해 포위되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발트함대의 대서양 진출 통로인 발트해가 ‘나토의 바다’로 바뀌는 것이다.
특히 스웨덴 남동쪽 해안에서 약 100㎞ 떨어진 스웨덴 영토 고틀란드 섬은 발트해 중앙에 자리잡고 있어 러시아의 군사 활동을 감시하기에 용이한 지정학적 요충지다. 스웨덴은 냉전 종식으로 안보 위협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2005년 고틀란드를 비무장화했으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병합 이후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자 2016년 병력을 재배치했다. 벤 호지스 전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은 2017년 고틀란드를 방문해 “전 세계에서 이곳보다 더 중요한 섬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웨덴은 병력 규모(현역·예비군 포함 2만4600여명)는 작지만 해군력이 강하다. 1904년부터 잠수함을 운용한 스웨덴 해군은 수심이 얕아 미국과 러시아의 핵잠수함이 활동하기 힘든 발트해에서 기존 나토 회원국들이 갖지 못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주력 전투기인 사브 JAS 39 그리펜을 자체 제작할 정도로 항공 기술력도 뛰어나다. 사이버전 역량도 유럽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으로 발트해에서 나토와 러시아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동시 가입 신청과 관련해 2022년 6월 “우리에게 위협이 발생하는 지역에 동일한 위협을 가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나토의 집단방위 원칙을 경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와의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우포 로신 에스토니아 대외정보국장은 지난 13일 러시아가 10년 내에 나토와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발트해 국가들과의 국경에 주둔하는 병력을 2배로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지난 10일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탁과 인터뷰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승리할 경우 러시아의 공격이 다른 나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나토는 러시아와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수십년 간 계속될 수 있는 충돌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