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립화] 2. 전쟁위험 키우는 한미동맹 (문장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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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9-05 12:11 조회11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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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코리아 2024 가을호
<커버스토리: 한반도 중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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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미동맹] 전쟁위험 키우는 한미동맹 (문장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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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평화와 자주] 한국 중립화를 통해 통일의 길로 (이영재)
5. [중립화 통일]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의의 (정지웅)
전쟁위험 키우는 한미동맹
문장렬 전 국방대교수 /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공동상임대표
1. 동맹의 딜레마에 빠진 대한민국
안보와 국방을 위해 국가들은 우방과 동맹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전쟁이 발발할 때 동맹을 맺기도 한다. 외부의 위협이나 교전 대상국에 대하여 동맹국 들은 마치 한 나라인 듯 대응한다.
국제관계 이론에서 동맹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두가지 딜레마가 있다. 하나는 ‘안보-자율성 딜레마’ 또는 안보와 자율성의 ‘교환’으로서 약소국과 강대국 간의 ‘비대칭 동맹’에서 주로 약소국이 겪는 어려움 이다. 즉, 약소국은 강대국으로부터 ‘안보’를 지원받는 대신 자국의 정책 ‘자율성’을 훼손당하며 강대국 에 끌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연루-방기 딜레마’로서 어느 일방의 전쟁에 다른 일방이 원치않게 ‘연루’되는 것을 지칭한다. 이는 연루를 회피하거나 거부할 경우 상대 동 맹국으로부터 ‘방기’당할 위험성 때문에 생긴다. 비대칭 동맹의 경우 약소국이 더 심각한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1953년부터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해왔으며 1970년대 말까지 국력이 북한에 비해 열세였던 시기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아 전쟁위험을 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50 년 넘게 한미동맹을 신성시하면서 계속 정책 자율성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 (베트남, 이라크, 우크라이나 등)에 연루되는 딜레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남북 화해협력 관련 합의의 이행에서도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강력히 추진하지 못함으로써 종전 평화 통일 관련 민족의 최중대사에서도 미국의 ‘사실상의 통제’를 받고 있다.
2.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라 전쟁동맹으로 진화하는 한미동맹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기존의 동맹체계들은 강화 하고 연결하는 동맹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은 여기에 깊숙이 포섭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지향하는 동맹체계는 범지구적이고 다중적으로 연결 된 소위 ‘격자형 동맹체계’로 부르기도 한다.
오바마행정부 이후 미국의 군사전략은 동맹을 통한 중국과 러시아의 봉쇄라 할 만큼 일관성을 보여왔다. ‘아시아로의 회귀’(재균형화), ‘인도태평양전략’ 등의 일환으로 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AUKUS(미 국, 영국, 호주), 한미일 동맹화, 미일필(필리핀) 동맹 화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소다자 동맹체들은 영국을 통해 NATO와 연 결되며 최근(7.11.) 워싱턴에서 개최된 나토정상회의 에 아태지역 나토 동반자 4국(AP4: 일본, 한국, 호 주, 뉴질랜드)이 3년 연속 초청되어 그러한 연결 구 도가 구체화되어가는 추세를 명백히 보여 주었다. 미국은 또한 2005년경부터 소위 ‘유엔사 재활성화 (revitalization)’를 통해 한반도에 연합사령부 및 주 한미군사령부와 함께 군사 사령부 3중체계를 구축 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왔다. 일본은 기지(7개) 제공 국으로 사실상의 회원국이며 최근 독일이 회원국 가입을 신청하여 정식가입이 예상된다.
미국의 ‘주적’은 중국이므로 한미동맹과 한국은 중국에 대항할 수밖에 없는 구도에 자동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비대칭 동맹에서의 연루의 문제가 점점 가능성의 단계에서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견제 대상이며 미국은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저 먼 유럽에 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함으로써 한국이 포탄 지원 등을 통해 연루되고 있는 것이다. 분쟁지역에 무기를 팔아 돈을 버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원치 않는 연루’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요컨대 미국이라는 ‘전쟁국가’와 동맹을 유지하는 한 한미동맹은 전쟁동맹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추진되는 한국의 안보와 국방 정책은 항상 전쟁에 연루될 가능성을 중요한 ‘가정 사항’의 하나로 하여 기획되고 시행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전쟁 개입은 전지구적이지만 우리에게는 한 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이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진 문제다. 북한과 미국 간의 전쟁이나 긴장 고조에 남한이 연루되어 남북한 간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순히 남북한 간에 국한된 분쟁과 전쟁 가능성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 비극이다.
3. 진보 보수 구분 없이 ‘한미동맹 강화’라는 주술에 빠진 한국정부
한국이 한미동맹의 변화를 추진하려고 ‘노력’이라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노태우정부 때다. 1990년대 초에 소위 남한의 국력이 커지고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북한의 경제와 외교관계가 크게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국방위의 한국화’ 논의가 일었다. 노태우씨는 대선 공약으로 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 환수를 내걸어 당선 후 추진했다. 그러나 결국은 아무 실효성이 없는 평시(정전시) 작통권 환수로 일시적인 마무리를 지었고 그마저 정보 작전 훈련 등의 핵심 권한은 환수 즉시 연합사령관에게 위임해 버렸다. 이후 다시 주한미군의 변화와 한국군 작통권 환수 문제가 거론 된 것은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다. 이 글에서는 한미 동맹의 전쟁 위험성과 관련된 부분을 위주로 하여 역 대 정부의 동맹 정책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1) 노무현정부의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
한미 외교장관들은 2016년 1월 20일 공동성명을 통 해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발표했 다.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란 해외 주 둔 미군이 피주둔국에 붙박이식으로 주둔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드나들며 미국의 전략적 이익 을 위하여 유연하게 활동한다는 의미다.
이 ‘합의’는 ‘한국입장 존중’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하였으나 대만 유사시 등에 주한미군이 동원되는 것 은 확실하며 이로 인해 동맹국인 한국도 연루될 가능성이 크고 더 나아가 한중 및 남북 간에 전쟁으로 비화될 개연성도 내포하는 등 문제가 많다. 당시 미국은 해외주둔군 재배치 계획(Global Posture Review)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와 용산기지 이전을 추진했으며 노무현정부는 국가 차원의 안보 전략이나 한미동맹의 근본적 재검토 없이 미국의 정책에 협력했다.
결국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국정부가 평택에 세계 최대의 해외 미군 작전기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미국은 평택기지를 동북아의 전쟁 지휘부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 동맹체계의 핵심 거점으로 삼을 것이다. 한국군이 주한미군과 함께 분쟁이 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평택기지의 존재 자체 가 곧 ‘자동연루’를 의미하고 상대의 군사적 ‘표적’ 이 될 것임이 명백하다.
‘진보’와 ‘자주’를 추구한다는 노무현정부는 한미동맹에 관한 한 거의 모든 것에서 미국의 뜻을 따르고야 말았다. 작통권 환수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 했고 이라크에 전투부대를 파병하여 중동에서의 전 쟁에 연루되었고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향후 주한미군의 전쟁 참여 자유와 한국의 연루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았다.
2)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의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연기 및 사드 배치
보수정부에서 대미 자주성이나 한미동맹의 전향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에 그저 대미 종속성을 더 심 화하지 않고 전쟁 위험성을 더 높이지 않는 정도라면 괜찮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불행히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그러한 평가조차 받기 어려울 것이다.
작통권은 2012년 4월 17일부로 환수하도록 최초 합의되었으나 이명박정부에서 3년을 연기했고, 다시 박근혜정부에서는 ‘조건부 전환’으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여기서 조건이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 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구비’, ‘작통권 전환에 부합 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조성’ 등이고 충족여부의 판단은 한미 합의로 하게 되어있다. 상식적으로 합의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막대한 군사비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결정된 싸드(THAAD)의 경북 성주 배치는 한미동맹의 전쟁 위험성과 한국의 연루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 싸드는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 한 자산이면서 대북 미사일 방어용이라는 외피를 쓰 고 있으나 중국에 대한 탐지활동이 중요한 역할이다. 이로써 중국에 대응하는 한미일 통합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한국이 사실상 통합되었고 성주는 평택과 함께 전시 가장 중요한 군사표적이 된 것이다.
3) 문재인정부의 대미 종속과 남북관계 파탄
문재인정부 초기 2018년의 ‘한반도의 봄’은 미국의 대북 제재와 남북관계 통제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굴복’으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짓밟혔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의 결렬은 남북관계의 겨울로 직행했다. 북미 및 남북 관계의 동시 악화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중단시키고 북한의 핵무력 강화로 이어져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위험성만 높아졌다. 작통권 환수 관련 문재인정부의 ‘노력’은 없지 않았으나 박근혜정부의 ‘조건에 의한 전환’ 방식을 그 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실현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조건 충족을 평가하기 위한 연합 훈련은 북한의 반발을 가져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순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작통권 환수도 못하고 남북한 간 평화도 지켜내지 못했다.
4) 윤석열정부의 ‘핵기반 한미동맹’의 위험성
윤석열정부 안보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소위 ‘힘에 의한 평화’로서 한미일 동맹화와 핵억제를 기반으로 한 한미동맹 강화라고 할 수 있다. 힘에 의한 전쟁억제를 명분으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재개, 대북 핵 공격 능력을 갖춘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 한미일 3국의 연합훈련 등은 오히려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일 동맹화는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윤정부는 그 돌격대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한중관계를 악화시켜 외교 경제 군사 분야의 막대한 피해를 자초했다. 최근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미정상은 양국 국방부가 공식 서명한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승인했다. 이는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재랙식 무기체계를 통합한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 구축에 합의한 것이다.
위 지침은 한국이 미국과 핵운용 관련 정보공유 협 의 기획 연습 작전 등에 참여하고 미국의 핵자산(일 부)에 한반도 임무를 특별 배정하는 내용이지만 실질적인 의미보다 상징성과 허세의 성격이 강하다. 미국의 ICBM이나 전략폭격기 또는 그에 장착할 핵폭탄을 ‘한반도용(用)’으로 별도 지정하는 것은 군사적 효용면에서 불필요하고 불합리하다.
그보다는 ‘핵기반 일체형 한미동맹’이라는 미명아래 적어도 형식상으로는 한국군의 자산이 미국의 핵전략과 세계 군사전략에 통째로 동원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 통탄할 일이다. 이는 또한 ‘핵작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러 앞으로 한반도의 전쟁은 핵전쟁이 될 것임을 명문화한 셈이며 연습과 훈련의 실시를 통해 핵전쟁 위기가 더욱 고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4. 탈미반전 한국의 중립화가 답이다.
한반도에서 실제 전면전이 발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쟁의 위험성(확률×피해)은 확실히 커지고 있다. 특히 전쟁에 대한 불안감,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과 체제의 불안정성, 다양한 분야에서의 막대한 기회비용의 허비 등은 현재 ‘국가적 위기상황’이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정책에 협력하고 끌려다니기를 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거나 아예 탈미 중립화를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다. 한국의 중립화는 무조건적인 반미가 아니며 오늘 당장 한미 동맹을 파기하고 내일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것도 아니다. 또한 한국이 무장을 해제하면서 오직 평화 적인 정책만 추진하자는 것도 아니며 북한과 반드시 동시에 하자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중립화 추진 전략은 우선 미국에 종속된 안보정책에서 탈피하여 자율성을 제고하고(‘탈미’), 동 맹의 성격을 평화유지로 변화시키면서(‘반전’) 궁극 적으로 어떠한 주변 강대국에도 휘둘리거나 전쟁에 휘말리지 않는 중립적 ‘체제’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립화 의 실현에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 자체적 역량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미 국력(경제, 군사) 면에서 구한말이나 한국전쟁 및 냉전 시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선진화’되었다. 문제는 정치인 관료 학자 언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반 시민 다수의 자 각과 자신감일 것이다.